작년부터 자금 유입… 공실률 하락 등 호조
`10년 먹거리` 찾기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101번 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1시간 가량을 달려 도착한 새너제이(San Jose). 이곳은 서쪽 산타크루즈 산맥과 동쪽 디아블로 산맥 사이에 있는 1500㎡ 규모의 분지인 `실리콘밸리'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기자가 찾은 이 곳 노스퍼스트가(街) 3003번지 정보통신부 산하 해외IT지원센터(iPark)에는 한결 여유로운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한때 닷컴 붕괴의 유탄을 맞기도 한 아이파크는 최근 서서히 살아나는 경기 덕을 톡톡히 보고 있었다. 올해 초에는 입주율 100%라는 이례적인 기록을 세운데다, 입주 기업들이 현지에서 호평받고 있고 멕시코 정부가 아이파크의 지원모델을 벤치마킹 하는 등 희소식이 줄을 잇고 있었다.
이처럼 실리콘밸리는 지난해부터 벤처캐피털의 자금 유입, 공실률 하락, 실업률 하락 등 지표상의 호조로 `경기가 바닥을 찍었다'는 낙관론이 퍼지고 있다. 이 때문에 실리콘밸 리가 화려했던 예서 영광을 되찾는 것 아니냐는 기대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종훈 아이파크 실리콘밸리 소장은 "체감 경기가 많이 나아졌지만 회복 속도는 이전과 다르고, IT 산업과 기업 환경도 전과 다르다"고 말한다.
미네타 새너제이 국제공항에 따르면 새너제이 공항을 이용한 승객은 지난 상반기 중에 매월 79만9330명, 77만5997명, 91만7807명, 87만7980명, 94만1113명, 101만6289명으로 6월 들어 100만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이 수치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크게 다르지 않고 3,4월에는 오히려 감소했다. 새너제이의 호텔 객실 점유율은 지난 상반기중에 최저 49%(5월)에서 최고 54%(1월)로 평균 51%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의 6개월 평균(48%)과 비교해 약간 오른 수준이다.
이 밖에 실리콘밸리의 경기 지표로 쓰이는 사무실 공실률은 16∼17%, 실업률은 5.6%에 달하며, 최근 1∼2년간 수치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벤처캐피털의 투자가 다시 몰리면서 지난해 IPO를 한 기업은 과거 22개에서 67개로 늘었다. 자금유치에 성공한 새너제이의 기업은 지난 2분기에 17개로, 2004년 2분기(24개)보다는 적지만 1분기(15개) 및 2004년 4분기(12개)보다는 늘었다.
◇실리콘밸리, 대세가 바뀌고 있다 〓 각종 수치로 보면 실리콘밸리의 경기는 서서히 회복 중이다. 그런데 현지 언론과 전문가들 중에는 비관론이 여전히 적지 않다. 가장 큰 이유로는 인도, 중국 등 신흥 아시아 시장으로의 인력 이동과 제조업 붕괴가 꼽힌다. 여기에 부동산 가격 폭등, 고유가, 이라크 전쟁 등도 낙관론을 경계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지난달 산타클라라 대학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실리콘밸리 기업 53%가 운영조직의 일부 또는 전부를 아웃소싱하고 있으며, 아웃소싱 인력의 절반 가량이 인도시장에 몰리고 있다. 지난 30∼40년 간 실리콘밸리 첨단 기업들의 경영 공식이던 `R&D투자→기술차별화→신시장 개척'이라는 가치 사슬이 깨지고 기술력보다는 저임금 구조와 마케팅과 브랜드가 기업의 경쟁력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창의적인 기획부문은 실리콘밸리에 남고, 엔지니어링 부문은 인도, 중국으로 빠져나갈 것이라는 얘기다. 실리콘밸리 기업의 인력 아웃소싱의 결과로 과거 이 지역 최다 고용 인원수를 자랑하던 HP, 인텔, 시스코 등은 올해 직원 수 상위 자리를 케이저퍼메이넌트(의료 관련 기업), 슈터헬스(의료 관련 기업), 세이프웨이(유통기업) 등에 내주었다.
최근 상하이를 방문하고 중국 기업의 자신감에 놀랐다는 이종훈 소장은 "중국에 1만5000명 인원의 1개 회사에 실리콘밸리 출신이 1500명이나 되고 영업ㆍ회계 등까지 실리콘밸리 출신이 많더라"라면서 "실리콘밸리는 부동산 가격의 폭등, 높은 인건비 등 경상비 상승으로 제조업이 완전 붕괴됐고 개발 환경이 인도나 실리콘밸리나 비슷해지고 있어 5년 후 엔지니어링이 본격적으로 붕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리콘밸리 10년 테마는?〓실리콘밸리는 1950∼60년대 방위산업, 1970년대 전자산업, 1980년대 PC와 주변기기, 90년대 인터넷과 소프트웨어 등 10년 단위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이어왔다. 이같은 추세대로라면 2000년대 들어 전혀 다른 기술력이나 시장이 등장해야 하지만, 2000년대의 특성은 PC와 가전의 융합, 방송과 통신의 융합 등 기존 기기와 서비스의 융ㆍ복합화가 꼽히고 있다. 이같은 분야의 기업들은 기술력보다는 마케팅과 브랜드를 통한 경쟁력 확보가 필수라는 분석이다.
◇국내 기업의 경쟁력은?〓보유하고 있는 원천기술이 적은 우리나라의 경우, 첨단기술을 빨리 습득해 연관 기기를 생산ㆍ수출하고 시장을 선점하는 전략을 취해 왔다. 국내 중소기업은 휴대폰, 반도체, TFT LCD 등에서는 나름대로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이같은 융ㆍ복합화 환경에 보다 신속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한 기기 시장에서는 중국기업에 비해 경쟁력 있는 디자인과 브랜드, 마케팅으로 승부를 걸어야 할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이종훈 소장은 "현재 아이파크에 입주한 28개 기업 가운데 당장은 수익을 내지만 사양산업으로 분류되는 업종의 기업도 일부 있는 점에 비춰 우리 기업들의 순발력 있는 업종 전환이 아쉬운 것 같다"며 "소프트웨어 업체는 가능한 인수합병(M&A) 되도록 지원하되 나스닥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 등 국내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파이낸싱 부문에서 정부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10년 먹거리` 찾기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101번 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1시간 가량을 달려 도착한 새너제이(San Jose). 이곳은 서쪽 산타크루즈 산맥과 동쪽 디아블로 산맥 사이에 있는 1500㎡ 규모의 분지인 `실리콘밸리'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기자가 찾은 이 곳 노스퍼스트가(街) 3003번지 정보통신부 산하 해외IT지원센터(iPark)에는 한결 여유로운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한때 닷컴 붕괴의 유탄을 맞기도 한 아이파크는 최근 서서히 살아나는 경기 덕을 톡톡히 보고 있었다. 올해 초에는 입주율 100%라는 이례적인 기록을 세운데다, 입주 기업들이 현지에서 호평받고 있고 멕시코 정부가 아이파크의 지원모델을 벤치마킹 하는 등 희소식이 줄을 잇고 있었다.
이처럼 실리콘밸리는 지난해부터 벤처캐피털의 자금 유입, 공실률 하락, 실업률 하락 등 지표상의 호조로 `경기가 바닥을 찍었다'는 낙관론이 퍼지고 있다. 이 때문에 실리콘밸 리가 화려했던 예서 영광을 되찾는 것 아니냐는 기대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종훈 아이파크 실리콘밸리 소장은 "체감 경기가 많이 나아졌지만 회복 속도는 이전과 다르고, IT 산업과 기업 환경도 전과 다르다"고 말한다.
미네타 새너제이 국제공항에 따르면 새너제이 공항을 이용한 승객은 지난 상반기 중에 매월 79만9330명, 77만5997명, 91만7807명, 87만7980명, 94만1113명, 101만6289명으로 6월 들어 100만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이 수치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크게 다르지 않고 3,4월에는 오히려 감소했다. 새너제이의 호텔 객실 점유율은 지난 상반기중에 최저 49%(5월)에서 최고 54%(1월)로 평균 51%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의 6개월 평균(48%)과 비교해 약간 오른 수준이다.
이 밖에 실리콘밸리의 경기 지표로 쓰이는 사무실 공실률은 16∼17%, 실업률은 5.6%에 달하며, 최근 1∼2년간 수치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벤처캐피털의 투자가 다시 몰리면서 지난해 IPO를 한 기업은 과거 22개에서 67개로 늘었다. 자금유치에 성공한 새너제이의 기업은 지난 2분기에 17개로, 2004년 2분기(24개)보다는 적지만 1분기(15개) 및 2004년 4분기(12개)보다는 늘었다.
◇실리콘밸리, 대세가 바뀌고 있다 〓 각종 수치로 보면 실리콘밸리의 경기는 서서히 회복 중이다. 그런데 현지 언론과 전문가들 중에는 비관론이 여전히 적지 않다. 가장 큰 이유로는 인도, 중국 등 신흥 아시아 시장으로의 인력 이동과 제조업 붕괴가 꼽힌다. 여기에 부동산 가격 폭등, 고유가, 이라크 전쟁 등도 낙관론을 경계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지난달 산타클라라 대학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실리콘밸리 기업 53%가 운영조직의 일부 또는 전부를 아웃소싱하고 있으며, 아웃소싱 인력의 절반 가량이 인도시장에 몰리고 있다. 지난 30∼40년 간 실리콘밸리 첨단 기업들의 경영 공식이던 `R&D투자→기술차별화→신시장 개척'이라는 가치 사슬이 깨지고 기술력보다는 저임금 구조와 마케팅과 브랜드가 기업의 경쟁력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창의적인 기획부문은 실리콘밸리에 남고, 엔지니어링 부문은 인도, 중국으로 빠져나갈 것이라는 얘기다. 실리콘밸리 기업의 인력 아웃소싱의 결과로 과거 이 지역 최다 고용 인원수를 자랑하던 HP, 인텔, 시스코 등은 올해 직원 수 상위 자리를 케이저퍼메이넌트(의료 관련 기업), 슈터헬스(의료 관련 기업), 세이프웨이(유통기업) 등에 내주었다.
최근 상하이를 방문하고 중국 기업의 자신감에 놀랐다는 이종훈 소장은 "중국에 1만5000명 인원의 1개 회사에 실리콘밸리 출신이 1500명이나 되고 영업ㆍ회계 등까지 실리콘밸리 출신이 많더라"라면서 "실리콘밸리는 부동산 가격의 폭등, 높은 인건비 등 경상비 상승으로 제조업이 완전 붕괴됐고 개발 환경이 인도나 실리콘밸리나 비슷해지고 있어 5년 후 엔지니어링이 본격적으로 붕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리콘밸리 10년 테마는?〓실리콘밸리는 1950∼60년대 방위산업, 1970년대 전자산업, 1980년대 PC와 주변기기, 90년대 인터넷과 소프트웨어 등 10년 단위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이어왔다. 이같은 추세대로라면 2000년대 들어 전혀 다른 기술력이나 시장이 등장해야 하지만, 2000년대의 특성은 PC와 가전의 융합, 방송과 통신의 융합 등 기존 기기와 서비스의 융ㆍ복합화가 꼽히고 있다. 이같은 분야의 기업들은 기술력보다는 마케팅과 브랜드를 통한 경쟁력 확보가 필수라는 분석이다.
◇국내 기업의 경쟁력은?〓보유하고 있는 원천기술이 적은 우리나라의 경우, 첨단기술을 빨리 습득해 연관 기기를 생산ㆍ수출하고 시장을 선점하는 전략을 취해 왔다. 국내 중소기업은 휴대폰, 반도체, TFT LCD 등에서는 나름대로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이같은 융ㆍ복합화 환경에 보다 신속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한 기기 시장에서는 중국기업에 비해 경쟁력 있는 디자인과 브랜드, 마케팅으로 승부를 걸어야 할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이종훈 소장은 "현재 아이파크에 입주한 28개 기업 가운데 당장은 수익을 내지만 사양산업으로 분류되는 업종의 기업도 일부 있는 점에 비춰 우리 기업들의 순발력 있는 업종 전환이 아쉬운 것 같다"며 "소프트웨어 업체는 가능한 인수합병(M&A) 되도록 지원하되 나스닥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 등 국내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파이낸싱 부문에서 정부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