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기 15년…이젠 변화할때
"방송은 `온실'이고 `요람'이었지만, 이제부터는 통방융합이라는 거대한 `정글'에 뛰어들어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만 살 수 있는 격변기를 맞고 있습니다. 사실 방송영상산업진흥원과 나는 둘 다 시험대에 올라 있고, 이제부터 정글에서 살아남는 대장정이 시작될 것입니다."
지난 30년 간의 방송기자 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문화관광부 산하 방송영상정책을 연구하는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원장으로 새로운 이력서를 다시 쓰고 있는 유균(60ㆍ사진) 신임원장은 지난 18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 7층 진흥원장실에서 기자와 만나 헤겔의 역사철학을 여러 차례 되풀이하며 자신의 각오를 밝혔다.
정반합(正反合)의 원칙에 따라 역사가 발전해 나간다는 헤겔 이론이 나이 60의 방송인 입에서 이처럼 자연스럽게 수 차례 나오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유 원장은 "현재 방송영상계가 통신과 융합하며 미래로 진일보하는 소용돌이 속에 있다"며, "방송과 통신이 융합하면 방송은 일대 위기이자 기회를 맞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이 위기를 뚫고 새로운 미래로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하고, "`통방융합이다 방통융합이다'라며 논쟁만 벌이고 있지, 정작 미래를 타개하기 위한 대응은 하지 못하고 있다"고 관련 업계를 질타했다.
그는 3대 1의 기관장 공모를 뚫고 원장에 선임된 소감에 대해 "지난 30년 간 방송 현장에서 경험과 노하우를 쌓아왔다면, 앞으로는 그 경험을 바탕으로 현실을 직시하고 우리 사회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유 원장은 지난 1월1일 방송영상산업진흥원장에 임명됐으며, 기관의 수장을 맡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유원장은 고려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전인 지난 1973년부터 중앙일보ㆍ동양방송(TBC)에 입사, 정치부ㆍ경제부ㆍ사회부 기자를 거쳤고, 1992년부터는 3년 간 KBS도쿄총국 특파원을 지낸 뒤 보도국장, 정책기획센터장, 보도위원을 지내는 등 방송언론인으로서의 삶을 살아왔다. 그는 사회인이 되기 전에는 1년 간 베트남 참전용사로 복무하기도 했고(그는 한류가 베트남에서 먼저 시작된 것이 "참 신기하다"고 말했다), 지난 1985년 언론통폐합 시절 동양방송이 KBS와 통합 조치될 때에는 절망감에 밤새 술통에 빠져 지내기도 했다.
유 원장은 "당시에는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다지 위기도 아니었다"고 회고하고, "사람이 한 자리에 오래 있으면 몸이 무거워지고 나이가 들면 행보가 더뎌지는데, 이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매너리즘을 경계했다.
그가 언론계가 아닌 방송영상산업계에 발을 들여놓게 된 것은 도쿄 특파원으로 일본에 거주하면서 한일 문화교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일본문화 개방 움직임 속에 1999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일본 총리는 한일 문화인과 지식인들의 모임인 `한ㆍ일 문화교류협의회'를 발족했다. 한일 양국의 지식인들은 유 원장이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 협의회를 통해 양국 간 문화 교류의 물꼬를 서서히 트기 시작했다. 이것이 현재 일본에서 불고 있는 `한류 열풍'의 단초가 됐을지 모른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유 원장은 "2002년 월드컵공동개최 후 한국의 배일 감정이 낮아지고 일본도 `염한증'을 버리게 됐다며, "이것이 누구도 예상치 못한 한류 열풍을 낳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 일본 사람 속에는 한국인의 DNA가 흐르고 있다'고 말하는 친한(親韓) 일본학자들도 상당수에 이른다"면서, "이제는 양국 문화의 상호 교류를 통해 우호적 분위기를 심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 원장은 올해 방송영상산업진흥원의 업무중 한류를 지원하는 기능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기존의 방송산업진흥센터를 3개팀에서 4개팀으로 늘리고, 기존 연구센터와 정보센터를 단일화하는 등 산업 지원 기능을 대폭 늘린다는 것이다. 그는 국내 독립제작사와 연계해 해외방송인을 교육시키는 한류 시범사업을 구상하고 있기도 하다. 원장 직속으로 경영혁신팀을 신설하는 한편, 센터장에는 나이를 불문하고 해외 박사급 출신의 외국어 실력을 갖춘 인물로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또 방송통신융합ㆍ외주전문채널ㆍDMS 사업 등 주요 현안별로 TF팀을 운영한다. 이같은 개편 방향은 경영진과 노조의 합의로 이뤄진 자기 혁신과 발전 노력이라는 데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유 원장은 "취임 후 며칠 간 직원 60명 전원을 면담하고 개인마다 원에 대한 평가와 발전방안을 적시한 리포트를 제출토록 한 뒤 심사숙고해 조직을 개편했다"며, "노사가 올해 진흥원의 존재 가치를 확고히 보여주지 못하면 생존 자체가 흔들린다는 절체절명의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진흥원 노조위원장은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재신임 투표를 붙이면서 내부 개혁을 강조하기도 했다.
방송위원회 등이 방송통신 통합기구를 논의하고 있는 상황에서 문화관광부 산하의 방송영상산업진흥원의 기능 역시 구조 개편에서 예외는 아니다. 유 원장은 방송영상산업진흥원과 문화관광부의 지난 15년 간 공조를 `권태기'에 빗댔다. "진흥원이 지난 15년 간 이름을 달리하며 연구조직에서 산업진흥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지만, 그동안 안이하게 일해 왔던 게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이제는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유원장의 어조에서는 변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유 원장은 지상파방송사의 구조에 대해서도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그는 "누구든 방송에 몸담고 있는 기관과 사람들은 자신의 역할론을 고민해야 한다"며 "올해는 나 자신과 진흥원에게도 시험의 한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역설하는 자기 변화와 혁신의 필요성에 대한 강조는 타인이 아닌 본인 스스로에게 하는 말로 인식됐다.
내부 인사들은 아직 신임원장에 대해 평가하기 이르다는 신중론을 펴고 있지만, 취임 초기에 그가 보인 의욕에 대해서는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직원들에게 `1인 3역'을 요구하는 한편 자신 역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이미 보여줬기 때문이다.
유 원장은 직원들에게 올해 연말 본인의 성과를 포함해 중간평가를 실시할 것을 약속했다. 다면평가제도를 통해 개개인의 업무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추후 추가 조직개편도 단행한다는 것이다. 유원장은 "어차피 인생은 시험의 연속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공기관 직원들 뿐 아니라 누구나 자기계발과 발전을 위해 죽을 때까지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송은 `온실'이고 `요람'이었지만, 이제부터는 통방융합이라는 거대한 `정글'에 뛰어들어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만 살 수 있는 격변기를 맞고 있습니다. 사실 방송영상산업진흥원과 나는 둘 다 시험대에 올라 있고, 이제부터 정글에서 살아남는 대장정이 시작될 것입니다."
지난 30년 간의 방송기자 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문화관광부 산하 방송영상정책을 연구하는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원장으로 새로운 이력서를 다시 쓰고 있는 유균(60ㆍ사진) 신임원장은 지난 18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 7층 진흥원장실에서 기자와 만나 헤겔의 역사철학을 여러 차례 되풀이하며 자신의 각오를 밝혔다.
정반합(正反合)의 원칙에 따라 역사가 발전해 나간다는 헤겔 이론이 나이 60의 방송인 입에서 이처럼 자연스럽게 수 차례 나오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유 원장은 "현재 방송영상계가 통신과 융합하며 미래로 진일보하는 소용돌이 속에 있다"며, "방송과 통신이 융합하면 방송은 일대 위기이자 기회를 맞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이 위기를 뚫고 새로운 미래로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하고, "`통방융합이다 방통융합이다'라며 논쟁만 벌이고 있지, 정작 미래를 타개하기 위한 대응은 하지 못하고 있다"고 관련 업계를 질타했다.
그는 3대 1의 기관장 공모를 뚫고 원장에 선임된 소감에 대해 "지난 30년 간 방송 현장에서 경험과 노하우를 쌓아왔다면, 앞으로는 그 경험을 바탕으로 현실을 직시하고 우리 사회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유 원장은 지난 1월1일 방송영상산업진흥원장에 임명됐으며, 기관의 수장을 맡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유원장은 고려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전인 지난 1973년부터 중앙일보ㆍ동양방송(TBC)에 입사, 정치부ㆍ경제부ㆍ사회부 기자를 거쳤고, 1992년부터는 3년 간 KBS도쿄총국 특파원을 지낸 뒤 보도국장, 정책기획센터장, 보도위원을 지내는 등 방송언론인으로서의 삶을 살아왔다. 그는 사회인이 되기 전에는 1년 간 베트남 참전용사로 복무하기도 했고(그는 한류가 베트남에서 먼저 시작된 것이 "참 신기하다"고 말했다), 지난 1985년 언론통폐합 시절 동양방송이 KBS와 통합 조치될 때에는 절망감에 밤새 술통에 빠져 지내기도 했다.
유 원장은 "당시에는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다지 위기도 아니었다"고 회고하고, "사람이 한 자리에 오래 있으면 몸이 무거워지고 나이가 들면 행보가 더뎌지는데, 이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매너리즘을 경계했다.
그가 언론계가 아닌 방송영상산업계에 발을 들여놓게 된 것은 도쿄 특파원으로 일본에 거주하면서 한일 문화교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일본문화 개방 움직임 속에 1999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일본 총리는 한일 문화인과 지식인들의 모임인 `한ㆍ일 문화교류협의회'를 발족했다. 한일 양국의 지식인들은 유 원장이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 협의회를 통해 양국 간 문화 교류의 물꼬를 서서히 트기 시작했다. 이것이 현재 일본에서 불고 있는 `한류 열풍'의 단초가 됐을지 모른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유 원장은 "2002년 월드컵공동개최 후 한국의 배일 감정이 낮아지고 일본도 `염한증'을 버리게 됐다며, "이것이 누구도 예상치 못한 한류 열풍을 낳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 일본 사람 속에는 한국인의 DNA가 흐르고 있다'고 말하는 친한(親韓) 일본학자들도 상당수에 이른다"면서, "이제는 양국 문화의 상호 교류를 통해 우호적 분위기를 심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 원장은 올해 방송영상산업진흥원의 업무중 한류를 지원하는 기능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기존의 방송산업진흥센터를 3개팀에서 4개팀으로 늘리고, 기존 연구센터와 정보센터를 단일화하는 등 산업 지원 기능을 대폭 늘린다는 것이다. 그는 국내 독립제작사와 연계해 해외방송인을 교육시키는 한류 시범사업을 구상하고 있기도 하다. 원장 직속으로 경영혁신팀을 신설하는 한편, 센터장에는 나이를 불문하고 해외 박사급 출신의 외국어 실력을 갖춘 인물로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또 방송통신융합ㆍ외주전문채널ㆍDMS 사업 등 주요 현안별로 TF팀을 운영한다. 이같은 개편 방향은 경영진과 노조의 합의로 이뤄진 자기 혁신과 발전 노력이라는 데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유 원장은 "취임 후 며칠 간 직원 60명 전원을 면담하고 개인마다 원에 대한 평가와 발전방안을 적시한 리포트를 제출토록 한 뒤 심사숙고해 조직을 개편했다"며, "노사가 올해 진흥원의 존재 가치를 확고히 보여주지 못하면 생존 자체가 흔들린다는 절체절명의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진흥원 노조위원장은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재신임 투표를 붙이면서 내부 개혁을 강조하기도 했다.
방송위원회 등이 방송통신 통합기구를 논의하고 있는 상황에서 문화관광부 산하의 방송영상산업진흥원의 기능 역시 구조 개편에서 예외는 아니다. 유 원장은 방송영상산업진흥원과 문화관광부의 지난 15년 간 공조를 `권태기'에 빗댔다. "진흥원이 지난 15년 간 이름을 달리하며 연구조직에서 산업진흥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지만, 그동안 안이하게 일해 왔던 게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이제는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유원장의 어조에서는 변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유 원장은 지상파방송사의 구조에 대해서도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그는 "누구든 방송에 몸담고 있는 기관과 사람들은 자신의 역할론을 고민해야 한다"며 "올해는 나 자신과 진흥원에게도 시험의 한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역설하는 자기 변화와 혁신의 필요성에 대한 강조는 타인이 아닌 본인 스스로에게 하는 말로 인식됐다.
내부 인사들은 아직 신임원장에 대해 평가하기 이르다는 신중론을 펴고 있지만, 취임 초기에 그가 보인 의욕에 대해서는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직원들에게 `1인 3역'을 요구하는 한편 자신 역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이미 보여줬기 때문이다.
유 원장은 직원들에게 올해 연말 본인의 성과를 포함해 중간평가를 실시할 것을 약속했다. 다면평가제도를 통해 개개인의 업무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추후 추가 조직개편도 단행한다는 것이다. 유원장은 "어차피 인생은 시험의 연속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공기관 직원들 뿐 아니라 누구나 자기계발과 발전을 위해 죽을 때까지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