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 중 적 1명 사살, 아군피해 없음."
코네티컷 주 오렌지(Orange)에 사는 닉 아베르나(15)는 한 손에 조이스틱을 잡고 헤드폰을 쓴 채, IGN닷컴 사이트가 `전쟁 슈팅게임 장르 중 최고봉'이라 평가한, 미해군 특수부대의 활약을 다룬 비디오게임 `소콤(Socom)'을 하는 중이다.
닉이 60인치 스크린 위에 실감나게 재현된 이라크 사막의 모래지대를 통과할 때, 전 세계에서 이 게임에 로그인 한 같은 팀 플레이어들의 교전내용이 들려온다. 닉은 전투편성에 따라 현재 이라크에서 실제로 임무수행중인 병사들이 사용하는 것과 똑같은 병기들을 보호하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실제로 이라크에서는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토요일 오후, 목가적인 풍경에 둘러싸인 닉의 집은 소니 플레이 스테이션2 게임기 속의 전황과는 무관하게 평화로웠다. 닉에게는 게임 화면과 어울리는 박진감 넘치는 음향효과시스템이 있었지만, 방문객이 시끄러워 하지 않도록 볼륨을 낮췄다.
닉과 이웃에 사는 다섯 명의 틴에이저들은 팀을 이뤄 각자의 집에서 온라인 전투에 참가하곤 한다. 이번에는 모두 닉의 집에 모여 게임방법 및 전쟁에 관해 토론하기로 했다.
"질문을 받기 전까지는 게임과 이번 이라크 전쟁간의 연관성을 생각해본 적은 없습니다. 화면에서 버튼으로 병사들을 컨트롤하면 그뿐입니다. 이게 진짜 전쟁이라면 너무 무섭겠죠." 닉의 대답이다. 화면 상단에는 "게이머 M63A 화기로 무장한 두 명의 적군에 의해 사망."이란 텍스트 메시지가 뻔쩍거린다.
물론 `죽느냐 죽이느냐'는 모든 비디오게임의 요체이다. 심지어 생방송으로 보도되는 이라크 전쟁에서도 게임에서와 마찬가지로 분대사격 모습과 전황이 쉴 사이 없이 긴박하게 보도된다. 문제는 전쟁이 또 다른 게임의 연장으로 비쳐질지 모른다는 것이다.
PC 게이머 잡지의 로브 스미스 편집장은 전쟁을 주제로 한 게임이 게이머들로 하여금 TV 화면으로 보여지는 실제 전투 장비에 익숙해지도록 도와주는 결과를 낳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스미스씨는 게임이 주는 즐거움과 전쟁의 본질은 전혀 별개의 것이라 주장한다. "진짜 폭탄이 떨어지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죠. 하지만 게임과 진짜 전쟁이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고 말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입니다."
닉의 친구인 마이크 엡스타인(15세)은 "진짜 전쟁은 조이스틱으로 컨트롤 될 수 없다"며 게임과 전쟁을 구별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닉의 또다른 친구인 브라이언 스키너는 전쟁참전 후 풋볼 플레이어로 변신한 영화 속 주인공의 대사 중 한 구절을 이렇게 인용한다. "전쟁이 곧 발발할텐데 어떻게 하겠냐고 게임 속에서 누군가 주인공에게 묻습니다. 그러자 주인공은 자신이 이미 전쟁을 겪어봤고, 게임과 전혀 다른 게 없다고 대답합니다."
오늘날 미국의 가정에는 비밀임무 수행경찰을 소재로 한 `맥스 페인(Max Payne)', 국가안보를 지키는 스릴러물인 `스플린터 셀(Splinter Cell)', 반지의 제왕(The Lord of the Rings) 등 수많은 게임들이 보급돼 있다.
이처럼 많은 게임중에 부모들이 부적절한 작품을 판별할 수 있도록 지난 1994년 등급판정 시스템이 마련됐다. 예를 들면, 소콤 게임의 등급은 M으로 17세 이상만이 할 수 있는 게임이다. 그러나 이런 등급설정은 부적절한 연령층의 게임사용을 막지 못하고 있으며, 소매상 또는 게임센터에서도 이 규정이 좀처럼 지켜지지 않는다.
토요일 저녁 오렌지에서 약 12마일 떨어진 웨스트필드 몰에서는 몇 명의 틴에이저들이 전투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올 17세인 케빈 마틴은 빨간 플라스틱 총으로 사격 중이었고, 게임기 왼쪽 상단 모서리에 "폭력정도: 강함"이란 작은 경고문이 붙어 있었다. 케빈은 다른 친구들이 올 때까지 무료한 시간을 때우기 위해 게임 속에서 외국인들을 사살하고 있었으나, 얼굴표정은 평온하고 상냥했다.
케빈은 지난주 텔레비전에 나온 전쟁화면을 열심히 보았다고 말한다. 또한 그는 전쟁이 슬픈 일이며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음"을 느꼈다고 한다. 그렇지만 게임 속에서 전투를 할 때는 `이것이 전쟁'이란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말한다. 집에서 군사전략게임을 할 때 이라크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과 현저하게 비슷한 작전을 수행하면서도 말이다.
케빈은 게임업계가 특정게임에 대해 어린이 게이머들의 사용을 제한하려는 노력에 반대한다고 말한다. "게임 속 폭력은 상상외로 정말 실감나지요. 이미 익숙해져 별로 이상할 것도 없구요."
케빈과 그의 친구들은 폭력적인 게임의 영향으로 실제 폭력사건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어른들은 보통 게임을 하지 않지만, 실제로는 누군가를 죽이죠. 그러니까 개인적인 문제입니다. 게임이 그렇게 만든 것은 아니라는 얘기죠. 어른들의 판단은 너무 성급해요." 올 16세인 크리스 캐롤라이노의 말이다.
올 16세인 제이 크로스는 전쟁이 슬픈 것이긴 하지만, "세상을 구원할 수도 있는 가치있는 일"이라고 말한다.
과연 그들은 전쟁게임과 텔레비전에 나오는 진짜 전쟁간의 유사성이 있다고 생각할까? 크리스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커맨드 앤 컨커(Command and Conquer)게임을 할 때, 마치 조국을 지키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다른 세 친구도 전쟁게임의 전략적 목표, 이를테면 탄저균을 제거하는 일 등에 흥미를 느낀다고 말한다.
올 18세인 크리스토퍼 우는 지난주 전쟁이 발발하고부터는 매일하던 게임을 그만뒀다고 한다. "텔레비전과 온라인 뉴스를 열심히 봅니다. 생방송은 정말 신납니다. 솔직히 말하면, 전쟁에 흥분이 됩니다. 어릴 적부터 저를 사로잡았던 무언가가 바로 이런 것이죠."
크리스토퍼는 `탑 건(Top Gun)', `라이언 일병 구하기(Saving Private Ryan)'과 같은 영화를 보며 군사작전의 스릴에 이끌렸으며, 대부분의 게임이 영화처럼 실감난다고 말한다.
"저도 전쟁에 나가고 싶지만, 군대에서 받아주지 않을 겁니다. 평발에다 발목에 금속 핀이 박혀있으니 보병으로는 불합격 감이죠. 정말로 전쟁에 참가한다면 얼마나 두려울지도 알고 있습니다. 전쟁은 재미있는 게임이 아니니까요." 크리스토퍼의 말이다.
게임이 전쟁을 적나라하게 묘사하는 다른 매체에 비해 그리 나쁜 것은 아니라고 그는 생각한다. 그는 게임이나 영화는 등급판정 시스템이 있지만, 뉴스는 그렇지 않다고 덧붙이며 "우리가 뉴스에서 보는 전쟁장면은 가짜가 아닙니다."라고 말한다.
닉의 친구들은 소콤게임에 싫증이 나기 시작했고 하나둘씩 농구를 하러 나갔다. 마이크는 계속 게임을 했고, 브라이언은 전쟁반대자들에 불만을 토로했다. "빨리 이기고 끝내야죠." 이라크 전쟁에 대한 그의 견해다.
브라이언은 마이크가 사살한 적군의 무기를 다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그렇게 하는 게 현실적이겠죠. 그러나 단지 게임에 불과합니다. 농구보다는 재미가 없어요."라고 말을 맺는다.
코네티컷 주 오렌지(Orange)에 사는 닉 아베르나(15)는 한 손에 조이스틱을 잡고 헤드폰을 쓴 채, IGN닷컴 사이트가 `전쟁 슈팅게임 장르 중 최고봉'이라 평가한, 미해군 특수부대의 활약을 다룬 비디오게임 `소콤(Socom)'을 하는 중이다.
닉이 60인치 스크린 위에 실감나게 재현된 이라크 사막의 모래지대를 통과할 때, 전 세계에서 이 게임에 로그인 한 같은 팀 플레이어들의 교전내용이 들려온다. 닉은 전투편성에 따라 현재 이라크에서 실제로 임무수행중인 병사들이 사용하는 것과 똑같은 병기들을 보호하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실제로 이라크에서는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토요일 오후, 목가적인 풍경에 둘러싸인 닉의 집은 소니 플레이 스테이션2 게임기 속의 전황과는 무관하게 평화로웠다. 닉에게는 게임 화면과 어울리는 박진감 넘치는 음향효과시스템이 있었지만, 방문객이 시끄러워 하지 않도록 볼륨을 낮췄다.
닉과 이웃에 사는 다섯 명의 틴에이저들은 팀을 이뤄 각자의 집에서 온라인 전투에 참가하곤 한다. 이번에는 모두 닉의 집에 모여 게임방법 및 전쟁에 관해 토론하기로 했다.
"질문을 받기 전까지는 게임과 이번 이라크 전쟁간의 연관성을 생각해본 적은 없습니다. 화면에서 버튼으로 병사들을 컨트롤하면 그뿐입니다. 이게 진짜 전쟁이라면 너무 무섭겠죠." 닉의 대답이다. 화면 상단에는 "게이머 M63A 화기로 무장한 두 명의 적군에 의해 사망."이란 텍스트 메시지가 뻔쩍거린다.
물론 `죽느냐 죽이느냐'는 모든 비디오게임의 요체이다. 심지어 생방송으로 보도되는 이라크 전쟁에서도 게임에서와 마찬가지로 분대사격 모습과 전황이 쉴 사이 없이 긴박하게 보도된다. 문제는 전쟁이 또 다른 게임의 연장으로 비쳐질지 모른다는 것이다.
PC 게이머 잡지의 로브 스미스 편집장은 전쟁을 주제로 한 게임이 게이머들로 하여금 TV 화면으로 보여지는 실제 전투 장비에 익숙해지도록 도와주는 결과를 낳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스미스씨는 게임이 주는 즐거움과 전쟁의 본질은 전혀 별개의 것이라 주장한다. "진짜 폭탄이 떨어지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죠. 하지만 게임과 진짜 전쟁이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고 말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입니다."
닉의 친구인 마이크 엡스타인(15세)은 "진짜 전쟁은 조이스틱으로 컨트롤 될 수 없다"며 게임과 전쟁을 구별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닉의 또다른 친구인 브라이언 스키너는 전쟁참전 후 풋볼 플레이어로 변신한 영화 속 주인공의 대사 중 한 구절을 이렇게 인용한다. "전쟁이 곧 발발할텐데 어떻게 하겠냐고 게임 속에서 누군가 주인공에게 묻습니다. 그러자 주인공은 자신이 이미 전쟁을 겪어봤고, 게임과 전혀 다른 게 없다고 대답합니다."
오늘날 미국의 가정에는 비밀임무 수행경찰을 소재로 한 `맥스 페인(Max Payne)', 국가안보를 지키는 스릴러물인 `스플린터 셀(Splinter Cell)', 반지의 제왕(The Lord of the Rings) 등 수많은 게임들이 보급돼 있다.
이처럼 많은 게임중에 부모들이 부적절한 작품을 판별할 수 있도록 지난 1994년 등급판정 시스템이 마련됐다. 예를 들면, 소콤 게임의 등급은 M으로 17세 이상만이 할 수 있는 게임이다. 그러나 이런 등급설정은 부적절한 연령층의 게임사용을 막지 못하고 있으며, 소매상 또는 게임센터에서도 이 규정이 좀처럼 지켜지지 않는다.
토요일 저녁 오렌지에서 약 12마일 떨어진 웨스트필드 몰에서는 몇 명의 틴에이저들이 전투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올 17세인 케빈 마틴은 빨간 플라스틱 총으로 사격 중이었고, 게임기 왼쪽 상단 모서리에 "폭력정도: 강함"이란 작은 경고문이 붙어 있었다. 케빈은 다른 친구들이 올 때까지 무료한 시간을 때우기 위해 게임 속에서 외국인들을 사살하고 있었으나, 얼굴표정은 평온하고 상냥했다.
케빈은 지난주 텔레비전에 나온 전쟁화면을 열심히 보았다고 말한다. 또한 그는 전쟁이 슬픈 일이며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음"을 느꼈다고 한다. 그렇지만 게임 속에서 전투를 할 때는 `이것이 전쟁'이란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말한다. 집에서 군사전략게임을 할 때 이라크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과 현저하게 비슷한 작전을 수행하면서도 말이다.
케빈은 게임업계가 특정게임에 대해 어린이 게이머들의 사용을 제한하려는 노력에 반대한다고 말한다. "게임 속 폭력은 상상외로 정말 실감나지요. 이미 익숙해져 별로 이상할 것도 없구요."
케빈과 그의 친구들은 폭력적인 게임의 영향으로 실제 폭력사건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어른들은 보통 게임을 하지 않지만, 실제로는 누군가를 죽이죠. 그러니까 개인적인 문제입니다. 게임이 그렇게 만든 것은 아니라는 얘기죠. 어른들의 판단은 너무 성급해요." 올 16세인 크리스 캐롤라이노의 말이다.
올 16세인 제이 크로스는 전쟁이 슬픈 것이긴 하지만, "세상을 구원할 수도 있는 가치있는 일"이라고 말한다.
과연 그들은 전쟁게임과 텔레비전에 나오는 진짜 전쟁간의 유사성이 있다고 생각할까? 크리스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커맨드 앤 컨커(Command and Conquer)게임을 할 때, 마치 조국을 지키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다른 세 친구도 전쟁게임의 전략적 목표, 이를테면 탄저균을 제거하는 일 등에 흥미를 느낀다고 말한다.
올 18세인 크리스토퍼 우는 지난주 전쟁이 발발하고부터는 매일하던 게임을 그만뒀다고 한다. "텔레비전과 온라인 뉴스를 열심히 봅니다. 생방송은 정말 신납니다. 솔직히 말하면, 전쟁에 흥분이 됩니다. 어릴 적부터 저를 사로잡았던 무언가가 바로 이런 것이죠."
크리스토퍼는 `탑 건(Top Gun)', `라이언 일병 구하기(Saving Private Ryan)'과 같은 영화를 보며 군사작전의 스릴에 이끌렸으며, 대부분의 게임이 영화처럼 실감난다고 말한다.
"저도 전쟁에 나가고 싶지만, 군대에서 받아주지 않을 겁니다. 평발에다 발목에 금속 핀이 박혀있으니 보병으로는 불합격 감이죠. 정말로 전쟁에 참가한다면 얼마나 두려울지도 알고 있습니다. 전쟁은 재미있는 게임이 아니니까요." 크리스토퍼의 말이다.
게임이 전쟁을 적나라하게 묘사하는 다른 매체에 비해 그리 나쁜 것은 아니라고 그는 생각한다. 그는 게임이나 영화는 등급판정 시스템이 있지만, 뉴스는 그렇지 않다고 덧붙이며 "우리가 뉴스에서 보는 전쟁장면은 가짜가 아닙니다."라고 말한다.
닉의 친구들은 소콤게임에 싫증이 나기 시작했고 하나둘씩 농구를 하러 나갔다. 마이크는 계속 게임을 했고, 브라이언은 전쟁반대자들에 불만을 토로했다. "빨리 이기고 끝내야죠." 이라크 전쟁에 대한 그의 견해다.
브라이언은 마이크가 사살한 적군의 무기를 다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그렇게 하는 게 현실적이겠죠. 그러나 단지 게임에 불과합니다. 농구보다는 재미가 없어요."라고 말을 맺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