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nology Circuits] 시나리오 작가들 `편한세상`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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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3-03-06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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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본작성SW 등장…적절한 단어 제시


배우 존 굿맨이 만화영화 정글북2에 나오는 곰 발루(Baloo)의 목소리역을 맡아 녹음작업을 할 때, 로저 슐먼은 할리우드 사운드 스튜디오의 조정실에 있었다. 당시 디즈니사의 한 중역이 극본가로 참여했던 슐먼에게 야단법석을 떠는 영화 장면 중 굿먼의 대사를 늘려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영화사 중역과 배우, 감독, 엔지니어들이 기다리는 가운데 슐먼에게는 아무 아이디어도 생각나지 않았다. "머리가 얼어 붙었나봐요"라고 그는 중얼거렸다.

냉정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면서 슐먼은 재빨리 그의 검은 색 IBM 싱크패드 240 노트북을 열었다. 그는 `아이디어피셔(IdeaFisher)`라는 브레인스토밍 프로그램을 띄우고, `복싱(boxing)'이라는 단어를 쳐 넣었다. `격투/격투경기(fighting/fighting sports)'라는 단어를 거쳐서 결국 그는 "막대기와 돌이 내 뼈를 부러뜨릴 것이다(sticks and stones will break my bones)"라는 문장을 찾아냈다. 이 말에 힌트를 얻은 그는, "찌르고 도망쳐(Stick and move!)"라고 소리쳤다. 굿맨은 슐먼의 얘기대로 몇 분 내에 녹음을 마쳤다.

에미상 수상작가인 데이비드 캘리, 빌 로렌스, 톰 폰타나를 비롯해 아직도 황색 종이와 펜을 고집하는 할리우드 작가들이 있다. 대부분의 전문적인 시나리오 작가들은 대본구성이나 타이핑 이외에, 컴퓨터가 내놓는 어떤 제안에도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러나 슐먼은 아이디어피셔가 방 안에 또다른 동료작가가 있어 도움을 주는 듯한 제품으로, 때로 이런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엄청나게 많은 아이디어와 힌트를 주는 고마운 녀석이죠." 정말 그렇다면 영화가 끝나고 막이 올라갈 때 박수갈채는 실제 작가와 소프트웨어가 나눠가져야 하는 게 아닐까.

`더 웨스트 윙(The West Wing)'의 제작자인 케빈 폴즈는 대본구성 소프트웨어(script format software) 덕분에 글의 구성과 내용에만 집중해 좀더 좋은 작가가 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오스카 시상식이 유례없는 주목을 끌면서, 더많은 사람들이 시나리오 작가를 꿈꾸는 것처럼 보인다. 로스앤젤레스에서 대본쓰기를 위한 책과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제스 다우마에 의하면 지난 2년간 판매량이 눈에 띄게 늘어났으며 구매자의 80% 가량이 아마추어 작가였다. "전후 세대들은 위대한 미국의 대중소설을 쓰기를 열망했죠. 하지만 요즘엔 위대한 미국 영화 대본을 쓰기를 원합니다"라고 작가겸 저널리스트인 마크 리가 말한다.

슐먼은 비버리 힐즈의 목장에서 눈 아래로 펼쳐진 산과 계곡을 바라보면서, 자신을 위기에서 구해줬던 이 프로그램을 즐겨 사용한다. 브룩클린 토박이인 슐먼은 할리우드로 옮겨오기 전까지 스탠드업 코미디언과 비즈니스 위크의 편집자로 일했다. 최근들어 그는 몇 편의 디즈니 영화와 워너 브라더스가 개봉할 예정인 새 루니 툰즈 시리즈 등을 통해 시나리오 작가 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몇 개의 소프트웨어를 가지고 시나리오 작업을 한다.

우선 그래픽으로 플로 차트를 만들어 보여주는 `인스피레이션(Inspiration)' 프로그램으로 작업을 시작한다. 다양한 색깔과 크기, 모양을 가진 심볼(symbol)들 중에서 그의 아이디어에 어울릴 만한 것을 선택한다. 마우스를 클릭하면 차트들은 텍스트로 바뀌고 이내 워드 프로세서로 옮겨진다. 이 프로그램은 주인공의 어릴적 꿈, 성공과 실패 등 다양한 측면에서 스토리를 꼼꼼이 구성할 수 있도록 자극을 불어넣어준다.

다음에는 주인공의 어린시절 꿈이라든가 성공과 실패 등 스토리이 모든 측면에 걸쳐 등장인물의 캐릭터를 파악하고 극본의 구조를 만들어주는 프로그램인 `파워 스트럭처를(Power Structure)'를 쓴다. 그는 플롯의 특징과 각 신의 갈등을 뚜렷하게 하고, 주요장면과 주인공의 운명적인 결정 등을 선택한다. 이 프로그램은 그래픽을 통해 영화의 진행에 따른 긴장의 레벨에 대해 보여준다. 슐맨은 각 신마다 긴장의 레벨을 결정한다.

"이건 요리책이 아닙니다. 하지만 다른 이야기로 벗어나지 않도록 내게 확신을 심어주죠. "라고 그는 말한다. 하나의 스토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윤곽선과 그래프들을 제공해 주는 것이다.

그밖에 표준 대본 포맷에 맞게 글을 쓰기 위해서 그는 마이크로소프트 워드의 에드온 템플릿인 `스크립트라이트(ScriptWright)'를 선호한다.

하지만 대본구성 프로그램의 대표적인 두 제품인 `파이널 드래프트(Final Draft)'와 `무비 매직 스크린라이터(Movie Magic Screenwriter) 2000'이 제공하는, 남성과 여성의 목소리로 스크립트를 크게 읽어주는 기능을 되도록 쓰지 않고 있다. 다른 작가와 함께 대본을 집필하게 된다면, 채팅 박스를 통해 실시간으로 온라인 공동작업을 가능하게 해주는 기능은 아마도 쓸 것이다.

"하지만 작가들에게 가장 중요한 소프트웨어는 여전히 우리 머릿 속의 생각이죠. 어떤 프로그램도 그 생각을 복사해낼 수는 없으니까요."

닐 코치 www.nytimes.com/2003/02/27/technology/circuits/27scre.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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