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트리 아래 놓인 커다란 선물상자를 열었을 때 초록색의 공룡 로봇을 발견하게 되면 얼마나 멋진 일일까.
리프 애스커랜드는 2년 전 그런 생각을 했다. 당시 그는 장난감회사 하스브로(Hasbro)의 타이거사업부에서 동료 엔지니어와 함께 꼬리를 휘저으며 마루바닥을 가로질러 걷다가 턱을 벌려 무시무시한 이빨을 드러내는 랩토 공룡을 만들고 있었다.
그는 공룡을 만들어 2001년 뉴욕에서 열린 장난감전시회에 선보였다. 전세계 장난감업계에서 모여든 바이어의 반응은 신통치 않았고, 하스브로는 공룡 출시계획을 취소해 버렸다. 하스브로 타이거사업부에서 1990년대 후반에 만든 로봇은 `퍼비'(Furby)를 비롯해 한때 엄청난 유행을 불러일으켰지만 판매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어느날부터 로봇 공룡은 멸종된 듯 보였다.
그때 애스커랜드는 큰 실패를 경험했지만 그의 팀원은 기술적인 진보로 더 놀라운 기능을 가진 로봇을 싼값에 만들 수 있게 되리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지난해 봄, 그들은 하스브로공장의 커다란 나무테이블에 둘러앉아 회의를 열었다. 한때 하스브로의 `포테이토 헤드'와 `G.I. 조'가 휩쓸고 지나간 이 공장에서 또 어떤 로봇 장난감을 만들어야 소매상인과 아이, 그리고 부모의 관심을 끌 수 있을까를 놓고 토론이 벌어졌다.
그래서 얻어낸 해답은 고양이였다. 다른 로봇 동물과는 전혀 다른 고양이라야 했다. 마치 비행접시에서 툭 튀어나온 것처럼 보이는 은백색의 로봇은 곤란했다. 껴안고 쓰다듬어주면 진짜 고양이처럼 그르렁거리고 빰을 문질러주면 주인의 손에 찰싹 얼굴을 갖다대는, 그래서 무릎에 올려놓고 껴안아주고 싶은 고양이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결론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딱딱한 플라스틱 피부가 아니라 털복숭이 고양이가 제격이었다.
1년의 개발기간에 하스브로 내부의 회의적인 시선을 견뎌가며 만들어진 애스커랜드팀의 고양이는 지난 7월 시장에 나와 대히트를 기록했다. 35달러 짜리 고양이 `퍼리얼 프렌즈'(FurReal Friends)는 발매시즌에 가장 인기 있는 장난감으로 떠올라 전국적인 매진을 기록했다. 하스브로는 정확히 밝힐 수는 없으나 수백만개의 퍼리얼 프렌즈가 팔려나갔다고 말한다. 공룡이 실패한 대신 고양이가 성공을 거둔 것이다.
"장난감을 내놓기 전에 시장조사를 하지만 성공이나 실패를 가늠하기는 힘듭니다." 살로만 스미스바니의 장난감산업 분석가인 질 크루틱의 말이다. "한때 동물장난감에 우르르 몰리는가 싶다가도 변덕스러운 소비자는 이내 코웃음을 치고 말거든요."
그러나 퍼리얼 고양이의 개발은 전자장난감산업이 성장하기 시작했으며, 전통적인 장난감을 대신해 다양한 놀이상대로 발전해가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사건이었다.
"소비자는 장난감에 쓰여진 기술이 겉으로 드러나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기술패션연구소의 장난감디자인부문 책임자인 주디 엘리스의 말이다. "초창기의 로봇 동물은 매우 멋진 생김새를 가졌지만 아이들은 표면이 번쩍거리는 동물과는 친해지려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털로 뒤덮인 고양이를 좋아했죠."
애스커랜드는 다른 로봇 동물에 투자한 몇 가지 기능을 생략했다. 예컨대 고양이털이나 눈에 적외선 센서도 달지 않았다.
"우리는 놀이를 할 때의 감정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고양이를 돌보면서 친숙하게 느끼는 것이야말로 평생 가슴에 남는 일이니까요"라고 애스커랜드는 말한다.
퍼리얼 고양이의 성공에는 엔지니어의 역할이 각별했다. 흔히 장난감산업에서 강조되는 것은 발명가나 간부급 디자이너의 역할이다. 엔지니어는 그저 디자이너의 생각이 잘 실현될 수 있도록 모터를 덜덜거리지 않게 하거나 부품이 떨어지지 않도록 도와주는 일을 맡아왔다. .
"장난감산업에 있어서 엔지니어링부분이 더욱 중요하게 취급받아야 합니다" 라고 애스커랜드는 강조한다.
오하이오에서 자라난 애스커랜드는 털이 많은 로봇 친구는 물론이고, 장난감을 디자인하게 될 줄도 상상하지 못했다. 그는 엔지니어링을 전공한 후 그래픽업체에서 일했다. 결혼을 한 다음엔 전 직장에서의 경험과 재능을 살려 하스브로의 플라스틱제품 관련부서로 옮겼다. 그는 장난감 엔지니어로서 아내 카렌과 12살 난 아들, 6살 난 딸을 개인적인 연구원으로 활용했다.
하스브로에서 그의 첫번째 임무는 아이용 장난감을 만드는 일이었다. 그는 아장아장 걷는 아이용 장남감을 거쳐, 1994년에는 하스브로 플레이스쿨 부서의 선임엔지니어가 됐다. 당시 플레이스쿨의 `로킹 위블스'(Rocking Weebles)제품라인은 이름처럼 비틀거리긴 했지만 완전히 넘어질 정도는 아니었고, 그는 위블스 인형을 보완하는 일을 맡았다.
그는 커다란 플레이스쿨 `인형의 집'을 디자인한 것에 특히 자부심을 느낀다. 그만한 사이즈로는 나무가 아니라 플라스틱으로 만든 첫번째 작품이었다.
"당시 우리는 현실주의적인 접근을 했습니다. 빛과 소리, 그리고 플라스틱 베개와 커튼 같은 다양한 액세서리를 썼죠."
인형의 집과 그밖의 장남감에는 점차 전자부품이 많이 쓰이기 시작했다. 그는 존슨&웨일즈대학의 전기공학과에서 두번째 학위를 받았고, 그 학문적인 성과는 98년 하스브로가 전자완구로 유명한 타이거 토이즈를 인수했을 때 유감 없이 발휘됐다. 타이거는 200단어를 말할 수 있도록 정교하게 만들어진 퍼비(Furby) 인형을 막 출시하려는 시점이었다. 하스브로는 4000만개의 퍼비 인형을 팔았고, 그는 타이거의 엔지니어링부문을 맡게 됐다.
그후 퍼리얼 프렌즈를 만들게 되면서 그는 목뼈와 플라스틱 척추를 가진 고양이가 되도록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처럼 보이게 하는 데 주력했다. 가격도 낮췄다. 적외선 센서는 물론이고 퍼비가 가진 음성인식기능도 없앴다. 발도 움직이지 않도록 했다. 퍼리얼은 그냥 무릎 위에 올려놓는 고양이였다.
"요즘엔 장난감에 너무 많은 기능을 집어넣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라고 애스커랜드는 지적한다.
그는 고양이가 디지털기술의 혁신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한다. 고양이를 만들 때 가장 어려운 작업은 실감나면서도 재미있는 놀이를 할 수 있도록 고양이의 소프트웨어를 디자인하는 일이었다. 디자이너들은 하스브로의 펀랩(FunLab)에서 아이가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서 손가락을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관찰하고 촬영했다.
고양이는 진짜 살아 있는 동물처럼 보였다. 하스브로는 하얀색ㆍ회색ㆍ오렌지색의 세 가지 버전을 지난 봄 중국에서 생산했다. 결과는 성공이었고, 하스브로는 퍼리얼을 더욱 유명 브랜드로 만들기 위해 이번에는 장난감 `애완동물 가게'를 디자인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리프 애스커랜드는 2년 전 그런 생각을 했다. 당시 그는 장난감회사 하스브로(Hasbro)의 타이거사업부에서 동료 엔지니어와 함께 꼬리를 휘저으며 마루바닥을 가로질러 걷다가 턱을 벌려 무시무시한 이빨을 드러내는 랩토 공룡을 만들고 있었다.
그는 공룡을 만들어 2001년 뉴욕에서 열린 장난감전시회에 선보였다. 전세계 장난감업계에서 모여든 바이어의 반응은 신통치 않았고, 하스브로는 공룡 출시계획을 취소해 버렸다. 하스브로 타이거사업부에서 1990년대 후반에 만든 로봇은 `퍼비'(Furby)를 비롯해 한때 엄청난 유행을 불러일으켰지만 판매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어느날부터 로봇 공룡은 멸종된 듯 보였다.
그때 애스커랜드는 큰 실패를 경험했지만 그의 팀원은 기술적인 진보로 더 놀라운 기능을 가진 로봇을 싼값에 만들 수 있게 되리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지난해 봄, 그들은 하스브로공장의 커다란 나무테이블에 둘러앉아 회의를 열었다. 한때 하스브로의 `포테이토 헤드'와 `G.I. 조'가 휩쓸고 지나간 이 공장에서 또 어떤 로봇 장난감을 만들어야 소매상인과 아이, 그리고 부모의 관심을 끌 수 있을까를 놓고 토론이 벌어졌다.
그래서 얻어낸 해답은 고양이였다. 다른 로봇 동물과는 전혀 다른 고양이라야 했다. 마치 비행접시에서 툭 튀어나온 것처럼 보이는 은백색의 로봇은 곤란했다. 껴안고 쓰다듬어주면 진짜 고양이처럼 그르렁거리고 빰을 문질러주면 주인의 손에 찰싹 얼굴을 갖다대는, 그래서 무릎에 올려놓고 껴안아주고 싶은 고양이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결론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딱딱한 플라스틱 피부가 아니라 털복숭이 고양이가 제격이었다.
1년의 개발기간에 하스브로 내부의 회의적인 시선을 견뎌가며 만들어진 애스커랜드팀의 고양이는 지난 7월 시장에 나와 대히트를 기록했다. 35달러 짜리 고양이 `퍼리얼 프렌즈'(FurReal Friends)는 발매시즌에 가장 인기 있는 장난감으로 떠올라 전국적인 매진을 기록했다. 하스브로는 정확히 밝힐 수는 없으나 수백만개의 퍼리얼 프렌즈가 팔려나갔다고 말한다. 공룡이 실패한 대신 고양이가 성공을 거둔 것이다.
"장난감을 내놓기 전에 시장조사를 하지만 성공이나 실패를 가늠하기는 힘듭니다." 살로만 스미스바니의 장난감산업 분석가인 질 크루틱의 말이다. "한때 동물장난감에 우르르 몰리는가 싶다가도 변덕스러운 소비자는 이내 코웃음을 치고 말거든요."
그러나 퍼리얼 고양이의 개발은 전자장난감산업이 성장하기 시작했으며, 전통적인 장난감을 대신해 다양한 놀이상대로 발전해가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사건이었다.
"소비자는 장난감에 쓰여진 기술이 겉으로 드러나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기술패션연구소의 장난감디자인부문 책임자인 주디 엘리스의 말이다. "초창기의 로봇 동물은 매우 멋진 생김새를 가졌지만 아이들은 표면이 번쩍거리는 동물과는 친해지려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털로 뒤덮인 고양이를 좋아했죠."
애스커랜드는 다른 로봇 동물에 투자한 몇 가지 기능을 생략했다. 예컨대 고양이털이나 눈에 적외선 센서도 달지 않았다.
"우리는 놀이를 할 때의 감정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고양이를 돌보면서 친숙하게 느끼는 것이야말로 평생 가슴에 남는 일이니까요"라고 애스커랜드는 말한다.
퍼리얼 고양이의 성공에는 엔지니어의 역할이 각별했다. 흔히 장난감산업에서 강조되는 것은 발명가나 간부급 디자이너의 역할이다. 엔지니어는 그저 디자이너의 생각이 잘 실현될 수 있도록 모터를 덜덜거리지 않게 하거나 부품이 떨어지지 않도록 도와주는 일을 맡아왔다. .
"장난감산업에 있어서 엔지니어링부분이 더욱 중요하게 취급받아야 합니다" 라고 애스커랜드는 강조한다.
오하이오에서 자라난 애스커랜드는 털이 많은 로봇 친구는 물론이고, 장난감을 디자인하게 될 줄도 상상하지 못했다. 그는 엔지니어링을 전공한 후 그래픽업체에서 일했다. 결혼을 한 다음엔 전 직장에서의 경험과 재능을 살려 하스브로의 플라스틱제품 관련부서로 옮겼다. 그는 장난감 엔지니어로서 아내 카렌과 12살 난 아들, 6살 난 딸을 개인적인 연구원으로 활용했다.
하스브로에서 그의 첫번째 임무는 아이용 장난감을 만드는 일이었다. 그는 아장아장 걷는 아이용 장남감을 거쳐, 1994년에는 하스브로 플레이스쿨 부서의 선임엔지니어가 됐다. 당시 플레이스쿨의 `로킹 위블스'(Rocking Weebles)제품라인은 이름처럼 비틀거리긴 했지만 완전히 넘어질 정도는 아니었고, 그는 위블스 인형을 보완하는 일을 맡았다.
그는 커다란 플레이스쿨 `인형의 집'을 디자인한 것에 특히 자부심을 느낀다. 그만한 사이즈로는 나무가 아니라 플라스틱으로 만든 첫번째 작품이었다.
"당시 우리는 현실주의적인 접근을 했습니다. 빛과 소리, 그리고 플라스틱 베개와 커튼 같은 다양한 액세서리를 썼죠."
인형의 집과 그밖의 장남감에는 점차 전자부품이 많이 쓰이기 시작했다. 그는 존슨&웨일즈대학의 전기공학과에서 두번째 학위를 받았고, 그 학문적인 성과는 98년 하스브로가 전자완구로 유명한 타이거 토이즈를 인수했을 때 유감 없이 발휘됐다. 타이거는 200단어를 말할 수 있도록 정교하게 만들어진 퍼비(Furby) 인형을 막 출시하려는 시점이었다. 하스브로는 4000만개의 퍼비 인형을 팔았고, 그는 타이거의 엔지니어링부문을 맡게 됐다.
그후 퍼리얼 프렌즈를 만들게 되면서 그는 목뼈와 플라스틱 척추를 가진 고양이가 되도록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처럼 보이게 하는 데 주력했다. 가격도 낮췄다. 적외선 센서는 물론이고 퍼비가 가진 음성인식기능도 없앴다. 발도 움직이지 않도록 했다. 퍼리얼은 그냥 무릎 위에 올려놓는 고양이였다.
"요즘엔 장난감에 너무 많은 기능을 집어넣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라고 애스커랜드는 지적한다.
그는 고양이가 디지털기술의 혁신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한다. 고양이를 만들 때 가장 어려운 작업은 실감나면서도 재미있는 놀이를 할 수 있도록 고양이의 소프트웨어를 디자인하는 일이었다. 디자이너들은 하스브로의 펀랩(FunLab)에서 아이가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서 손가락을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관찰하고 촬영했다.
고양이는 진짜 살아 있는 동물처럼 보였다. 하스브로는 하얀색ㆍ회색ㆍ오렌지색의 세 가지 버전을 지난 봄 중국에서 생산했다. 결과는 성공이었고, 하스브로는 퍼리얼을 더욱 유명 브랜드로 만들기 위해 이번에는 장난감 `애완동물 가게'를 디자인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