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Blog)란 웹(Web)과 로그(log)를 합친 IT신조어다. 미국에서는 이미 대중화된 말로 네티즌이 온라인에 글을 올려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하는 것을 뜻한다. 원래는 온라인 글쓰기를 쉽고 편하게 해주는 소프트웨어 툴을 의미했다.
블로그 또는 블로깅은 개인의 의견을 디지털세상에 퍼뜨리는 도구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제 컴퓨터 한대만 있으면 남녀노소 가릴 것이 없이 누구나 어떤 주제로든 자신의 글과 목소리ㆍ사진을 온라인에 올려놓을 수 있게 됐다.
블로그를 위해서는 HTML언어를 배울 필요도, 홈페이지를 따로 만들 필요도 없다. 문서작성기와 비슷한 형태의 블로깅도구만 불러내면 끝이다. 미국에서는 이런 사람을 블로거(Blogger), 이런 매체를 블로그 멀티미디어라고 부른다. 뉴욕타임스 최근호는 오프라인 언론계와 마찬가지로 블로그의 세계도 남성의 지배 속에 여성은 소외당하고 있다는 한 여성 칼럼니스트의 글을 게재했다.
<편집자주>
몇달 전 나는 웹로그를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흔히 블로그라고 불리는 웹로그를 며칠 간 유심히 살펴봤다. 그리고 한가지 의문이 들었다. 왜 모든 사이트가 남자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것일까.
그러고 보니 내가 아는 유명한 블로거도 모두 남자였다. 작가인 앤드루 설리번부터 살롱닷컴의 편집인인 스캇 로젠버그, 언론매체 모니터 전문가인 짐 로메네스코까지. 블로그 사이트에 링크된 사이트까지 대부분 남자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그뿐인가. 유력 언론매체의 기자도 대부분 남자가 독식하고 있다. `둔즈베리'(Doonesbury) 만화에서 블로깅문제를 제기한 게리 트루두조차 블로거를 남자로 그렸다. 그럼 여자는 도대체 어디로 사라졌단 말인가.
지난 몇년간 블로깅은 웹의 열렬한 애호가에 의해 번성해왔다. 코드 한줄 몰라도 누구나 웹사이트를 만들 수 있도록 해주는 소프트웨어가 쏟아져나온 결과다. 얼마나 많은 블로그가 생겨났는지 통계도 불가능하다. `웹로그 핸드북'의 저자인 레베카 블로드에 의하면 1999년초 수십개에 불과하던 블로그가 오늘날엔 수십만개로 늘어났다. 유명한 칼럼니스트나 작가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의견을 맘껏 공표할 수 있다는 것이 블로깅의 매력이다.
블로그분야에서 정말 남녀의 성적 차이가 존재할까. 한 마디로 단언하기란 어렵다. 유명인사의 지배력과 컴퓨터산업의 남성편향, 성적인 고정관념, 아이가 있는 여성의 경우 여가시간이 없다는 사실 등 해결하기 곤란한 이슈가 있기 때문이다. 언론인 출신으로 몇 안되는 저명한 여성 블로거 중 한 사람인 버지니아 포스트렐은 "블로깅이 알고 보면 여성에게 더 친숙한 분야"라고 말한다.
지난 봄 엄마가 된 나의 경우 글쓰기를 계속하고 싶어서 블로그를 시작했다. 복통이 난 아이의 배를 한 손으로 쓸어주면서 다른 한 손으로 타이핑을 하는 동안 나는 여성, 특히 어머니의 경우 블로그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됐다.
그러나 주의 깊게 살펴보면 여성 블로거도 늘어나고 있다. 나는 온라인을 뒤져 여성 블로거의 사이트를 하나둘 찾아냈는데, 대부분이 다른 여성의 사이트를 링크시켜 놓고 있었다. 블로그 시스터스(Blog Sisters) 같은 사이트에는 100개의 여성 블로그 사이트가 등록되어 있다.
여성이 블로그의 세계에서 소외됐다고 느끼는 이유는 주요 언론매체가 테러리즘과 이라크문제를 즐겨 다루는 이른바 `워 블로거'(War Blogger), 예컨대 글렌 레이놀즈 같은 남성 블로거만 집중적으로 소개하기 때문이다. 블로거 중 다수가 언론계 출신이거나 아니면 기술전문가다. 포스트렐은 남자가 주요언론과 같은 오프라인 인쇄매체의 오피니언 페이지를 지배하기 때문에 이같은 온라인에서의 남녀 불균형이 생겨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블로그의 세계에서도 `비너스와 마르스'(Venus-Mars)의 이분법이 적용되는지 모른다. 일반적으로 여성은 개인적인 일상사에 포커스를 맞춘다. 반대로 남성은 일상생활을 제외한 다른 얘기를 원한다. 언론이 좋아하는 주제는 당연히 후자다.
왜 남자는 여자보다 뉴스와 정치를 좋아하는가는 웹의 등장 훨씬 이전부터 제기된 의문이다. 그런 현상은 수세기를 거쳐 문화적인 트렌드로 흘러왔다. 남성은 새로운 컴퓨터와 먼저 친숙해졌고, 소프트웨어산업을 계속 지배해왔다. 하지만 몇몇 여성은 남성의 블로그 지배를 거부하며 형세가 역전되기를 바란다. 이들은 함께 모여 서로를 지원하며 성적인 문제를 얘기하고 그들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블로그 시스터스'를 만들었다.
5살 난 딸 지나를 위해 1년 동안 `베이비 블로거' 사이트를 운영해온 제닌 세섬은 블로그 시스터스의 아이디어를 지난 2월 한밤중에 문득 생각해냈다. 당시 그는 도대체 여성은 사이버공간에서 어디에 숨어 있는 걸까 의문이 들었다고 한다.
줄리/줄리아 프로젝트라 불리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줄리 파웰도 비슷한 궁금증을 갖게 됐다. 처음 일을 시작할 때는 스스로 생각해 봐도 남자가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는 거 아닌가 싶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쓰기를 포기하지 않았고, 파웰의 사이트는 지난 가을 살롱닷컴의 `가장 많이 방문하는 블로그 리스트'에 올랐다.
반면 몇몇 사이트는 전통적인 여성상에 부합하는 사이트를 만들고 있다. 예를 들어 니트에 대한 블로그는 여기저기서 눈에 띈다.
그러나 시사문제에 눈을 돌리는 여성 블로거도 있다. 캘리포니아의 레슬리 빈은 정치에 대해 쓴다. 리자 레인즈는 온라인 자유와 이라크전쟁 반대의견을 정기적으로 올린다. 리네 키슬링은 경제와 에너지규제정책에 대해 글을 쓴다.
"내 생각에 우리는 중간지점에서 만날 겁니다. 처음에 남자는 기술과 시사문제에 주목했고, 여성은 개인적인 일기를 썼죠. 하지만 요즘엔 남성이 보다 감성적이 되어가고 있으며 여성은 점점 더 현안문제를 얘기하고 있거든요." 블로그 시스터스의 운영자인 일레인 프랑코니스의 말이다.
나로 말하자면 남자든 여자든 아이를 키우는 부모이면서도 블로그할 시간여유가 있는 사람을 존경한다. 블로깅을 하는 동안 그래픽과 씨름하면서 나는 곰곰 생각해본다. 지금 내가 다른 일을 하고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애를 낮잠 재우고, 양탄자를 진공청소기로 밀고, 아이를 돌봐줄 사람을 찾고, 회사일을 하고, 공과금을 내고, 시어머니와 얘기하고, 고마운 사람에게 편지를 보내고, 설거지를 하고, 저녁을 하는 따위의 일 말이다. 무슨 소리야. 정작 먼저 해야 할 일은 잠을 실컷 자는 거다.
그러다 보면 성적인 고정관념을 따라가고 싶은 생각도 굴뚝 같다. 블로깅은 내가 소홀히 한 것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게 한다.
블로그 또는 블로깅은 개인의 의견을 디지털세상에 퍼뜨리는 도구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제 컴퓨터 한대만 있으면 남녀노소 가릴 것이 없이 누구나 어떤 주제로든 자신의 글과 목소리ㆍ사진을 온라인에 올려놓을 수 있게 됐다.
블로그를 위해서는 HTML언어를 배울 필요도, 홈페이지를 따로 만들 필요도 없다. 문서작성기와 비슷한 형태의 블로깅도구만 불러내면 끝이다. 미국에서는 이런 사람을 블로거(Blogger), 이런 매체를 블로그 멀티미디어라고 부른다. 뉴욕타임스 최근호는 오프라인 언론계와 마찬가지로 블로그의 세계도 남성의 지배 속에 여성은 소외당하고 있다는 한 여성 칼럼니스트의 글을 게재했다.
<편집자주>
몇달 전 나는 웹로그를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흔히 블로그라고 불리는 웹로그를 며칠 간 유심히 살펴봤다. 그리고 한가지 의문이 들었다. 왜 모든 사이트가 남자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것일까.
그러고 보니 내가 아는 유명한 블로거도 모두 남자였다. 작가인 앤드루 설리번부터 살롱닷컴의 편집인인 스캇 로젠버그, 언론매체 모니터 전문가인 짐 로메네스코까지. 블로그 사이트에 링크된 사이트까지 대부분 남자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그뿐인가. 유력 언론매체의 기자도 대부분 남자가 독식하고 있다. `둔즈베리'(Doonesbury) 만화에서 블로깅문제를 제기한 게리 트루두조차 블로거를 남자로 그렸다. 그럼 여자는 도대체 어디로 사라졌단 말인가.
지난 몇년간 블로깅은 웹의 열렬한 애호가에 의해 번성해왔다. 코드 한줄 몰라도 누구나 웹사이트를 만들 수 있도록 해주는 소프트웨어가 쏟아져나온 결과다. 얼마나 많은 블로그가 생겨났는지 통계도 불가능하다. `웹로그 핸드북'의 저자인 레베카 블로드에 의하면 1999년초 수십개에 불과하던 블로그가 오늘날엔 수십만개로 늘어났다. 유명한 칼럼니스트나 작가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의견을 맘껏 공표할 수 있다는 것이 블로깅의 매력이다.
블로그분야에서 정말 남녀의 성적 차이가 존재할까. 한 마디로 단언하기란 어렵다. 유명인사의 지배력과 컴퓨터산업의 남성편향, 성적인 고정관념, 아이가 있는 여성의 경우 여가시간이 없다는 사실 등 해결하기 곤란한 이슈가 있기 때문이다. 언론인 출신으로 몇 안되는 저명한 여성 블로거 중 한 사람인 버지니아 포스트렐은 "블로깅이 알고 보면 여성에게 더 친숙한 분야"라고 말한다.
지난 봄 엄마가 된 나의 경우 글쓰기를 계속하고 싶어서 블로그를 시작했다. 복통이 난 아이의 배를 한 손으로 쓸어주면서 다른 한 손으로 타이핑을 하는 동안 나는 여성, 특히 어머니의 경우 블로그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됐다.
그러나 주의 깊게 살펴보면 여성 블로거도 늘어나고 있다. 나는 온라인을 뒤져 여성 블로거의 사이트를 하나둘 찾아냈는데, 대부분이 다른 여성의 사이트를 링크시켜 놓고 있었다. 블로그 시스터스(Blog Sisters) 같은 사이트에는 100개의 여성 블로그 사이트가 등록되어 있다.
여성이 블로그의 세계에서 소외됐다고 느끼는 이유는 주요 언론매체가 테러리즘과 이라크문제를 즐겨 다루는 이른바 `워 블로거'(War Blogger), 예컨대 글렌 레이놀즈 같은 남성 블로거만 집중적으로 소개하기 때문이다. 블로거 중 다수가 언론계 출신이거나 아니면 기술전문가다. 포스트렐은 남자가 주요언론과 같은 오프라인 인쇄매체의 오피니언 페이지를 지배하기 때문에 이같은 온라인에서의 남녀 불균형이 생겨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블로그의 세계에서도 `비너스와 마르스'(Venus-Mars)의 이분법이 적용되는지 모른다. 일반적으로 여성은 개인적인 일상사에 포커스를 맞춘다. 반대로 남성은 일상생활을 제외한 다른 얘기를 원한다. 언론이 좋아하는 주제는 당연히 후자다.
왜 남자는 여자보다 뉴스와 정치를 좋아하는가는 웹의 등장 훨씬 이전부터 제기된 의문이다. 그런 현상은 수세기를 거쳐 문화적인 트렌드로 흘러왔다. 남성은 새로운 컴퓨터와 먼저 친숙해졌고, 소프트웨어산업을 계속 지배해왔다. 하지만 몇몇 여성은 남성의 블로그 지배를 거부하며 형세가 역전되기를 바란다. 이들은 함께 모여 서로를 지원하며 성적인 문제를 얘기하고 그들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블로그 시스터스'를 만들었다.
5살 난 딸 지나를 위해 1년 동안 `베이비 블로거' 사이트를 운영해온 제닌 세섬은 블로그 시스터스의 아이디어를 지난 2월 한밤중에 문득 생각해냈다. 당시 그는 도대체 여성은 사이버공간에서 어디에 숨어 있는 걸까 의문이 들었다고 한다.
줄리/줄리아 프로젝트라 불리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줄리 파웰도 비슷한 궁금증을 갖게 됐다. 처음 일을 시작할 때는 스스로 생각해 봐도 남자가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는 거 아닌가 싶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쓰기를 포기하지 않았고, 파웰의 사이트는 지난 가을 살롱닷컴의 `가장 많이 방문하는 블로그 리스트'에 올랐다.
반면 몇몇 사이트는 전통적인 여성상에 부합하는 사이트를 만들고 있다. 예를 들어 니트에 대한 블로그는 여기저기서 눈에 띈다.
그러나 시사문제에 눈을 돌리는 여성 블로거도 있다. 캘리포니아의 레슬리 빈은 정치에 대해 쓴다. 리자 레인즈는 온라인 자유와 이라크전쟁 반대의견을 정기적으로 올린다. 리네 키슬링은 경제와 에너지규제정책에 대해 글을 쓴다.
"내 생각에 우리는 중간지점에서 만날 겁니다. 처음에 남자는 기술과 시사문제에 주목했고, 여성은 개인적인 일기를 썼죠. 하지만 요즘엔 남성이 보다 감성적이 되어가고 있으며 여성은 점점 더 현안문제를 얘기하고 있거든요." 블로그 시스터스의 운영자인 일레인 프랑코니스의 말이다.
나로 말하자면 남자든 여자든 아이를 키우는 부모이면서도 블로그할 시간여유가 있는 사람을 존경한다. 블로깅을 하는 동안 그래픽과 씨름하면서 나는 곰곰 생각해본다. 지금 내가 다른 일을 하고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애를 낮잠 재우고, 양탄자를 진공청소기로 밀고, 아이를 돌봐줄 사람을 찾고, 회사일을 하고, 공과금을 내고, 시어머니와 얘기하고, 고마운 사람에게 편지를 보내고, 설거지를 하고, 저녁을 하는 따위의 일 말이다. 무슨 소리야. 정작 먼저 해야 할 일은 잠을 실컷 자는 거다.
그러다 보면 성적인 고정관념을 따라가고 싶은 생각도 굴뚝 같다. 블로깅은 내가 소홀히 한 것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