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깁슨 지음/안정희 옮김/사이언스북스/1만원
로/레즈 밴드의 리드 싱어인 레즈는 어느날 일본의 사이버가수인 레이 토에이와 결혼하겠다는 충격적인 선언을 하고 나선다. 밴드 관계자는 여기에 모종의 음모가 있다고 의심하고 천재적인 데이터패턴 분석가인 콜린 레이니에게 이를 밝혀줄 것을 부탁한다.
한편 로/레즈 팬클럽의 시애틀 지부 회원들은 이 진상을 조사하기 위해 치아라는 십대 소녀를 도쿄로 파견한다. 그런데 여기에 최첨단 자동건설 유닛인 ‘나노테크 어셈블러’를 손에 넣으려고 러시아 마피아인 콤피나트가 뛰어들고, 조무래기 밀수업자들까지 한몫 거들면서 사건은 점차 미궁으로 치닫는다.
사이버스타와 이를 동경하는 인간의 이야기를 그린 ‘아이도루’(우상을 뜻하는 idol의 일본 귀화어)는 윌리엄 깁슨이 화두로 삼아온 ‘사이버 스페이스(cyberspace)’의 또 다른 이야기다.
윌리엄 깁슨은 사이버펑크(cyberpunk) 문화의 기수로 꼽히는 SF작가로, 1984년 ‘뉴로맨서(Neuromancer)’를 통해 처음으로 사이버 스페이스라는 개념을 소개했다.
깁슨에 따르면, 그는 1980년대 초 젊은이들이 오락실 게임에 빠져 있는 것을 보고, 컴퓨터와 네트워크로 이뤄진 가상 공간(cyberspace)을 생각해냈다고 한다. 이후 깁슨은 사이버스페이스를 인간의 또 다른 거주지로 완성했고, 그곳에서 펼쳐지는 인간 군상들의 정신적 육체적 생태를 그려냈다.
아이도루는 그가 만들어낸 가상 공간에서 활동하는 사이버 스타이지만, 인간이 가지고 있는 모든 감각을 소유하고 있다. 그리고 가상 공간에서 인간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감정을 공유하기에 이른 것이다. 결국 네트워크에 연결된 사람들은 사이버스페이스를 통해 가상현실만을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같은 사이버인간을 만날 수 있게 됐다.
아이도루의 주인공인 레이 토에이는 고성능 플랫폼에서 실행되는 거대한 정보 덩어리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녀는 네트워크 내에서 정보를 습득하고, 이를 통해 스스로 진화를 한다. 인간과 마찬가지로 스스로 꿈을 꾸며 전율을 느끼는 것을 보면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정도면 사이버인간과 인간의 차이는 모호해지고 만다.
깁슨은 아이도루에서 사이버인간을 인간의 자리에 올려놓고, 인간과 결혼이라는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이를 통해 그가 꿈꾸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날로 발전하고 있는 네트워크 문명 속에서 인간적인 것을 찾아보려는 노력은 아닐까 추측해본다. 이는 사회를 통제하기 위해 첨단과학기술을 이용하는 제도권에 대해 저항하는 사이버펑크, 즉 아웃사이더들의 신념이기도 하다. 이 책은 현실과 가상현실이 혼재하는 문명의 가장자리에 살면서 정신적 육체적 자유를 갈망하는 사이버펑크족의 세계로 안내한다.
〈홍대길기자〉
로/레즈 밴드의 리드 싱어인 레즈는 어느날 일본의 사이버가수인 레이 토에이와 결혼하겠다는 충격적인 선언을 하고 나선다. 밴드 관계자는 여기에 모종의 음모가 있다고 의심하고 천재적인 데이터패턴 분석가인 콜린 레이니에게 이를 밝혀줄 것을 부탁한다.
한편 로/레즈 팬클럽의 시애틀 지부 회원들은 이 진상을 조사하기 위해 치아라는 십대 소녀를 도쿄로 파견한다. 그런데 여기에 최첨단 자동건설 유닛인 ‘나노테크 어셈블러’를 손에 넣으려고 러시아 마피아인 콤피나트가 뛰어들고, 조무래기 밀수업자들까지 한몫 거들면서 사건은 점차 미궁으로 치닫는다.
사이버스타와 이를 동경하는 인간의 이야기를 그린 ‘아이도루’(우상을 뜻하는 idol의 일본 귀화어)는 윌리엄 깁슨이 화두로 삼아온 ‘사이버 스페이스(cyberspace)’의 또 다른 이야기다.
윌리엄 깁슨은 사이버펑크(cyberpunk) 문화의 기수로 꼽히는 SF작가로, 1984년 ‘뉴로맨서(Neuromancer)’를 통해 처음으로 사이버 스페이스라는 개념을 소개했다.
깁슨에 따르면, 그는 1980년대 초 젊은이들이 오락실 게임에 빠져 있는 것을 보고, 컴퓨터와 네트워크로 이뤄진 가상 공간(cyberspace)을 생각해냈다고 한다. 이후 깁슨은 사이버스페이스를 인간의 또 다른 거주지로 완성했고, 그곳에서 펼쳐지는 인간 군상들의 정신적 육체적 생태를 그려냈다.
아이도루는 그가 만들어낸 가상 공간에서 활동하는 사이버 스타이지만, 인간이 가지고 있는 모든 감각을 소유하고 있다. 그리고 가상 공간에서 인간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감정을 공유하기에 이른 것이다. 결국 네트워크에 연결된 사람들은 사이버스페이스를 통해 가상현실만을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같은 사이버인간을 만날 수 있게 됐다.
아이도루의 주인공인 레이 토에이는 고성능 플랫폼에서 실행되는 거대한 정보 덩어리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녀는 네트워크 내에서 정보를 습득하고, 이를 통해 스스로 진화를 한다. 인간과 마찬가지로 스스로 꿈을 꾸며 전율을 느끼는 것을 보면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정도면 사이버인간과 인간의 차이는 모호해지고 만다.
깁슨은 아이도루에서 사이버인간을 인간의 자리에 올려놓고, 인간과 결혼이라는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이를 통해 그가 꿈꾸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날로 발전하고 있는 네트워크 문명 속에서 인간적인 것을 찾아보려는 노력은 아닐까 추측해본다. 이는 사회를 통제하기 위해 첨단과학기술을 이용하는 제도권에 대해 저항하는 사이버펑크, 즉 아웃사이더들의 신념이기도 하다. 이 책은 현실과 가상현실이 혼재하는 문명의 가장자리에 살면서 정신적 육체적 자유를 갈망하는 사이버펑크족의 세계로 안내한다.
〈홍대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