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구 외/문화일보/1만2000원
말의 가치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이는 말을 값없이 뱉기 때문이고, 많은 매체의 등장으로 말의 유통량이 늘어났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누가 뭐라고 하든 귀를 기울이지 않는 사람들의 태도에는 문제가 없는가.
말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책임은 말을 듣는 사람들에게도 있다. 듣기에 충실한 문화가 있다면 말은 더욱 신중해지고, 그 가치도 올라갈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국제통화기금(IMF)의 통제라는 국가 위기를 넘긴지 얼마되지 않아, 또다시 한국을 궁지로 모는 경제난에 봉착해 있다. 조금 경제가 좋아진다 싶으니 무분별한 투자로 거품을 조장하고, 이 정도면 되겠지 하는 생각에 구조조정을 늦춘 데서 비롯된 자업자득이다. 이러한 경제위기는 불현듯 부지불식간에 찾아온 것이 아니다.
“지난 4·13 총선 유세기간에 이른바 ‘국제통화기금 3년 증후군’론이 회자됐다. 위기 초기 2년의 긴장과 개혁의지가 약해지면서 사회가 이완되고 정파갈등이 심화되어 다시 경제위기가 찾아온다는 논리였다. 그리고 중남미 국가의 위기 반복이 실례라는 것이었다.”
이 글은 김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지난해 4월 18일 문화일보에 기고한 칼럼의 일부이다. 김 위원은 이 글에서 개혁은 마술이 아니며, 따라서 단기적인 성과나 인기를 의식한다면 이는 실패의 지름길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런데 그로부터 1년이 채 안된 지금 우리는 어떤 길을 걷고 있는가.
때 늦게 신문의 지난 칼럼을 들춰보는 것은 과연 우리가 맞고 있는 위기가 예측불허의 천재(天災)인가 하는 점이다. 물론 우리는 우리의 경솔함으로 이 위기를 맞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목소리가 있다. 그 중에는 경제문제를 꼬집는 사람도 있고, 정치나 안보, 사회나 교육, 문화·종교·과학의 문제를 나름대로의 식견으로 분석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피해야할 문제와 더불어 바람직한 발전 방안을 함께 제시해왔다. 그러나 우리는 이들의 목소리를 전혀 귀담아 듣지 않았다.
‘위기의 한국 어디로 갈 것인가’라는 책은 99년 후반부터 올 2월까지 192명의 국내외 석학이 문화일보에 쓴 칼럼들을 모은 것이다. 여기에는 우리 사회에 대한 진단과 나아갈 방향이 담겨 있다.
지난 얘기를 다시 들춰보면 우리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와 풀이, 그리고 앞으로 피해가야 할 길과 나아갈 방향에 대한 지혜가 우리 안에 있음을 깨우쳐 준다. 그런 점에서 ‘위기의 한국 어디러 갈 것인가’는 이 시대를 이끌어가는 오피니언 리더들의 말을 모은 채근담(菜根譚)이라 할 수 있다.
요즘 ‘왕건’이나 ‘여인천하’와 같은 사극이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다. 이를 보며 느끼는 재미는 세월이 흘러도 되풀이되는 인간의 어리석음과 그 교훈일 것이다. 이 책에서도 그런 재미를 읽을 수 있다. 불과 1-2년 전 우리가 겪었던 사건들을 보면서 혀를 차고, 그에 대한 칼럼을 보며 무릎을 치게 된다.
아울러 이 책에 등장하는, 다양한 석학들이 제시하는 비전을 읽다보면 시야가 넓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마치 답답하고 좁은 골목길에서 벗어나 큰 길을 만나는 것처럼.
〈홍대길기자〉
말의 가치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이는 말을 값없이 뱉기 때문이고, 많은 매체의 등장으로 말의 유통량이 늘어났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누가 뭐라고 하든 귀를 기울이지 않는 사람들의 태도에는 문제가 없는가.
말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책임은 말을 듣는 사람들에게도 있다. 듣기에 충실한 문화가 있다면 말은 더욱 신중해지고, 그 가치도 올라갈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국제통화기금(IMF)의 통제라는 국가 위기를 넘긴지 얼마되지 않아, 또다시 한국을 궁지로 모는 경제난에 봉착해 있다. 조금 경제가 좋아진다 싶으니 무분별한 투자로 거품을 조장하고, 이 정도면 되겠지 하는 생각에 구조조정을 늦춘 데서 비롯된 자업자득이다. 이러한 경제위기는 불현듯 부지불식간에 찾아온 것이 아니다.
“지난 4·13 총선 유세기간에 이른바 ‘국제통화기금 3년 증후군’론이 회자됐다. 위기 초기 2년의 긴장과 개혁의지가 약해지면서 사회가 이완되고 정파갈등이 심화되어 다시 경제위기가 찾아온다는 논리였다. 그리고 중남미 국가의 위기 반복이 실례라는 것이었다.”
이 글은 김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지난해 4월 18일 문화일보에 기고한 칼럼의 일부이다. 김 위원은 이 글에서 개혁은 마술이 아니며, 따라서 단기적인 성과나 인기를 의식한다면 이는 실패의 지름길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런데 그로부터 1년이 채 안된 지금 우리는 어떤 길을 걷고 있는가.
때 늦게 신문의 지난 칼럼을 들춰보는 것은 과연 우리가 맞고 있는 위기가 예측불허의 천재(天災)인가 하는 점이다. 물론 우리는 우리의 경솔함으로 이 위기를 맞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목소리가 있다. 그 중에는 경제문제를 꼬집는 사람도 있고, 정치나 안보, 사회나 교육, 문화·종교·과학의 문제를 나름대로의 식견으로 분석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피해야할 문제와 더불어 바람직한 발전 방안을 함께 제시해왔다. 그러나 우리는 이들의 목소리를 전혀 귀담아 듣지 않았다.
‘위기의 한국 어디로 갈 것인가’라는 책은 99년 후반부터 올 2월까지 192명의 국내외 석학이 문화일보에 쓴 칼럼들을 모은 것이다. 여기에는 우리 사회에 대한 진단과 나아갈 방향이 담겨 있다.
지난 얘기를 다시 들춰보면 우리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와 풀이, 그리고 앞으로 피해가야 할 길과 나아갈 방향에 대한 지혜가 우리 안에 있음을 깨우쳐 준다. 그런 점에서 ‘위기의 한국 어디러 갈 것인가’는 이 시대를 이끌어가는 오피니언 리더들의 말을 모은 채근담(菜根譚)이라 할 수 있다.
요즘 ‘왕건’이나 ‘여인천하’와 같은 사극이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다. 이를 보며 느끼는 재미는 세월이 흘러도 되풀이되는 인간의 어리석음과 그 교훈일 것이다. 이 책에서도 그런 재미를 읽을 수 있다. 불과 1-2년 전 우리가 겪었던 사건들을 보면서 혀를 차고, 그에 대한 칼럼을 보며 무릎을 치게 된다.
아울러 이 책에 등장하는, 다양한 석학들이 제시하는 비전을 읽다보면 시야가 넓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마치 답답하고 좁은 골목길에서 벗어나 큰 길을 만나는 것처럼.
〈홍대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