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돌프 키펜한 지음/김시형 옮김/이지북/1만2000원
아는 사람들 이외에는 숨기고 싶은 비밀이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암호를 만들고, 이 암호는 특히 전쟁을 통해 성장해왔다.
암호의 역사는 기원전 로마시대로 올라간다. 정치가이자 군인이었던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두 개의 동심원 원판 위에 각각 알파벳을 적고 이를 회전시켜 암호를 생성할 수 있는 카이사르 암호판을 만들었다. 가장 원시적이고 기본적인 암호생성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방법에는 한계가 있다. 어느 문자이건 각 철자가 쓰이는 빈도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영어의 경우 a의 출현 빈도는 8.04%, b는 1.54%다.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은 e로, 12.51%에 이른다. 또 가장 빈도가 낮은 것은 q(0.11%)와 z(0.09%)이다. 이를 이용하면 카이사르 암호판으로 생성된 암호의 열쇠를 찾을 수 있다. 암호 생성에는 반드시 규칙이 있고, 알파벳 빈도수와 같은 해석방법으로 그 규칙의 열쇠를 찾게 된다.
그러나 암호를 만드는 사람들이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래서 빈도를 은폐하기 위한 갖가지 방법들을 고안하게 된다. 출현빈도가 많은 것을 적게 하는 방식처럼 뒤집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다. 때로 암호는 광고 문구나 계좌번호로 위장되기도 한다. 모든 책은 세상에 단 한가지밖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이를 암호작성에 이용하는 경우도 한다. 이 경우 사전이나 전화번호부는 가장 잘 선택된다.
비밀문서를 유통시키기 위한 시스템을 고안해낸 사람들은 대개 성직자, 군인, 수학자, 첩보요원들이었다. 하지만 이 가운데에는 때로 유명 정치인들도 끼어 있다. 바로 미국 독립선언문을 기초했고, 미합중국 제3대 대통령을 역임했던 토머스 제퍼슨이 대표적인 예다. 그는 ’제퍼슨의 바퀴’라고 불리는 암호 제조기를 발명해낸 장본인이다. 제퍼슨이 발명한 장치는 36개의 나무원반을 묶고, 각 원반의 가장자리에 26개의 알파벳을 적어 이들의 조합으로 암호를 생성했다. 이 장치는 1920년대까지도 미군에서 암호 작성에 활용했다고 한다.
암호의 역사는 컴퓨터의 역사와 뗄 수 없는 관계를 가지고 있다. 암호는 되도록 많은 양의 정보를 빨리 암호화해서 발송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암호를 도청해 해독하는 입장에서도 역시 복잡한 암호를 빠르게 해독해야 한다. 따라서 이를 수작업으로 하는데는 한계가 있고, 결국 컴퓨터의 탄생을 부추겼다.
제2차 대전중 독일은 에니그마(Enigma)라는 암호장치로 암호를 만들고 있었다. 영국의 과학자들과 기술자들은 천재적인 수학자 앨런 튜링의 도움을 받아 ’폭탄’이라는 해독장치를 만들어냈는데, 전자계산기의 시초가 됐다. 그후 암호학에는 컴퓨터가 중요한 도구로 사용됐다.
암호의 기법과 암호학의 역사를 보면 한편의 흥미진진한 소설을 보는 듯하다. 암호라는 이름 뒤에는 첩보 작전, 반란과 음모, 비밀 결사대 등과 같은 비밀스런 이야기가 뒤따르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 암호의 역사를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쓴 책이다.
막스플랑크천체물리연구소장을 지냈던 저자 루돌프 키펜한은 역사적 사건에서 실제로 사용됐던 암호의 예들을 소개하면서 그 생성원리를 추론하는 재미의 세계로 안내한다. 숫자와 알파벳, 그리고 기호가 엮어내는 비밀을 풀어보는 재미다. 아울러 그는 신용카드, 은행카드, 인터넷, 그리고 전자화폐의 사용으로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개인정보의 암호에 대해 쉽게 설명해준다.
〈홍대길기자〉
아는 사람들 이외에는 숨기고 싶은 비밀이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암호를 만들고, 이 암호는 특히 전쟁을 통해 성장해왔다.
암호의 역사는 기원전 로마시대로 올라간다. 정치가이자 군인이었던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두 개의 동심원 원판 위에 각각 알파벳을 적고 이를 회전시켜 암호를 생성할 수 있는 카이사르 암호판을 만들었다. 가장 원시적이고 기본적인 암호생성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방법에는 한계가 있다. 어느 문자이건 각 철자가 쓰이는 빈도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영어의 경우 a의 출현 빈도는 8.04%, b는 1.54%다.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은 e로, 12.51%에 이른다. 또 가장 빈도가 낮은 것은 q(0.11%)와 z(0.09%)이다. 이를 이용하면 카이사르 암호판으로 생성된 암호의 열쇠를 찾을 수 있다. 암호 생성에는 반드시 규칙이 있고, 알파벳 빈도수와 같은 해석방법으로 그 규칙의 열쇠를 찾게 된다.
그러나 암호를 만드는 사람들이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래서 빈도를 은폐하기 위한 갖가지 방법들을 고안하게 된다. 출현빈도가 많은 것을 적게 하는 방식처럼 뒤집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다. 때로 암호는 광고 문구나 계좌번호로 위장되기도 한다. 모든 책은 세상에 단 한가지밖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이를 암호작성에 이용하는 경우도 한다. 이 경우 사전이나 전화번호부는 가장 잘 선택된다.
비밀문서를 유통시키기 위한 시스템을 고안해낸 사람들은 대개 성직자, 군인, 수학자, 첩보요원들이었다. 하지만 이 가운데에는 때로 유명 정치인들도 끼어 있다. 바로 미국 독립선언문을 기초했고, 미합중국 제3대 대통령을 역임했던 토머스 제퍼슨이 대표적인 예다. 그는 ’제퍼슨의 바퀴’라고 불리는 암호 제조기를 발명해낸 장본인이다. 제퍼슨이 발명한 장치는 36개의 나무원반을 묶고, 각 원반의 가장자리에 26개의 알파벳을 적어 이들의 조합으로 암호를 생성했다. 이 장치는 1920년대까지도 미군에서 암호 작성에 활용했다고 한다.
암호의 역사는 컴퓨터의 역사와 뗄 수 없는 관계를 가지고 있다. 암호는 되도록 많은 양의 정보를 빨리 암호화해서 발송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암호를 도청해 해독하는 입장에서도 역시 복잡한 암호를 빠르게 해독해야 한다. 따라서 이를 수작업으로 하는데는 한계가 있고, 결국 컴퓨터의 탄생을 부추겼다.
제2차 대전중 독일은 에니그마(Enigma)라는 암호장치로 암호를 만들고 있었다. 영국의 과학자들과 기술자들은 천재적인 수학자 앨런 튜링의 도움을 받아 ’폭탄’이라는 해독장치를 만들어냈는데, 전자계산기의 시초가 됐다. 그후 암호학에는 컴퓨터가 중요한 도구로 사용됐다.
암호의 기법과 암호학의 역사를 보면 한편의 흥미진진한 소설을 보는 듯하다. 암호라는 이름 뒤에는 첩보 작전, 반란과 음모, 비밀 결사대 등과 같은 비밀스런 이야기가 뒤따르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 암호의 역사를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쓴 책이다.
막스플랑크천체물리연구소장을 지냈던 저자 루돌프 키펜한은 역사적 사건에서 실제로 사용됐던 암호의 예들을 소개하면서 그 생성원리를 추론하는 재미의 세계로 안내한다. 숫자와 알파벳, 그리고 기호가 엮어내는 비밀을 풀어보는 재미다. 아울러 그는 신용카드, 은행카드, 인터넷, 그리고 전자화폐의 사용으로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개인정보의 암호에 대해 쉽게 설명해준다.
〈홍대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