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나 휘트먼 지음/조명현 옮김/세종서적/1만4000원
미국경제가 앞으로 연착륙할 것인가, 경착륙할 것인가에 대해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경제의 향방에 따라 세계 경제가 춤출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한국경제 역시 싫건 좋건 미국경제의 영향 밑에 있다. 따라서 미국 경제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은 정부는 물론이거니와 기업가와 비즈니스를 꿈꾸는 사람에게도 매우 중요하다.
미 대통령 경제자문위원, GM 부회장과 수석경제고문을 지냈던 마리나 휘트먼은 1950-60년대의 온실과 같은 안정적인 환경에서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해온 미국기업들이 1990년대의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 민첩한 기업으로 변신한 데서 미국 경제의 힘을 찾았다. 그녀는 오늘날 성공적인 시장질서를 확립한 미국이 자신의 몸에 맞는 게임의 룰을 찾기 위해 많은 고통과 부단한 모색의 과정을 거쳤음을 강조하고 있다.
휘트먼이 근무했던 GM이 바로 대표적인 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GM은 미국에서 가장 크고 안정적인 회사였다. 1970년대 말 경기 침체와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유가 파동, 가파른 물가상승에도 불구하고 GM은 3조달러에 이르는 엄청난 이익을 남겼다. 그러나 1990년대에 들어서 GM이 다운사이징, 해고와 공장폐쇄의 상징처럼 될 줄을 GM 스스로도 몰랐을 것이다. GM이나 IBM과 같은 대기업들은 경제평론가 로버트 사무엘슨이 지적했던 바와 같이 더이상 선량한 기업(the good corporation)이 아니었다.
휘트먼은 미국경제가 경영자의 전권에 의해 움직이는 경영자 자본주의를 버리고, 주주와 시장 중심의 자본주의로 변모해가고 있음을 주목했다. 그리고 시장이라는 섬세한 휴먼 네트워크를 경제 전반의 조절자로 만들기 위한 미국의 갈등과 선택을 기업 경영, 노동시장, 사회적 규제, 국가의 역할 등을 통해 분석하고 있다.
이와 같이 기업과 국가경제를 변화시키는 힘은 세계경제의 통합, 국내시장의 규제 완화, 그리고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에서 비롯된다. 이 세가지 힘 앞에서 기업과 국가는 새로운 생존모델을 찾을 수밖에 없다.
미국기업들은 이러한 상황에 맞서기 위해 내부조직구조를 변화시켰다. 단순화된 명령체계와 전통적 고용시스템을 버리고, 겹겹으로 깔린 관리계층과 그것을 장악해온 관리자를 제거했다. 결국 노사관계도 선량한 기업에서 기본적으로 가정했던 충성심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미국은 늘 다른 국가들이 추종하는 강력한 모델로서, 시장지배력의 열매를 다양한 이해 당사자와 나누고 싶어했다. 그만큼 수입제품 증가로 인한 경쟁효과, 반독점금지법, 규제완화와 같은 치열한 경쟁상황이 연출된다. 이 책은 팍스 아메리카의 꿈을 꾸는 미국 내부의 갈등과 고민을 담고 있다. 또 오만하기 그지 없는 미국경제가 그 이면에 안고 있는 문제점,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들춰내고 있다.
한편 미국은 세계경제에 대한 리더십을 지키기 위해 많은 숙제를 안고 있다. 적어도 미국식 자본주의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동남아 국가들이 금융위기로부터 늘 고통받고 있음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유럽이 복지국가의 한계를 드러냈듯이, 일본이 전통적으로 고수해온 평생 고용과 가부장적 관행을 포기했듯이, 미국은 전세계로 수출하고 있는 시장자본주의(market capitalism)를 포기해야 할지 모른다.
미국경제의 고민이 곧 세계경제의 고민임을 자처하는 미국인들의 자기경제에 대한 반성, 휘트먼은 이 책에서 그것을 보고 싶어한다. 그의 통찰력은 최근 구조조정 등 위기를 맞고 있는 한국경제가 우리의 체질과 환경에 맞는 시장의 룰을 만들 때 도움이 될 것이다.
<홍대길기자>
미국경제가 앞으로 연착륙할 것인가, 경착륙할 것인가에 대해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경제의 향방에 따라 세계 경제가 춤출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한국경제 역시 싫건 좋건 미국경제의 영향 밑에 있다. 따라서 미국 경제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은 정부는 물론이거니와 기업가와 비즈니스를 꿈꾸는 사람에게도 매우 중요하다.
미 대통령 경제자문위원, GM 부회장과 수석경제고문을 지냈던 마리나 휘트먼은 1950-60년대의 온실과 같은 안정적인 환경에서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해온 미국기업들이 1990년대의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 민첩한 기업으로 변신한 데서 미국 경제의 힘을 찾았다. 그녀는 오늘날 성공적인 시장질서를 확립한 미국이 자신의 몸에 맞는 게임의 룰을 찾기 위해 많은 고통과 부단한 모색의 과정을 거쳤음을 강조하고 있다.
휘트먼이 근무했던 GM이 바로 대표적인 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GM은 미국에서 가장 크고 안정적인 회사였다. 1970년대 말 경기 침체와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유가 파동, 가파른 물가상승에도 불구하고 GM은 3조달러에 이르는 엄청난 이익을 남겼다. 그러나 1990년대에 들어서 GM이 다운사이징, 해고와 공장폐쇄의 상징처럼 될 줄을 GM 스스로도 몰랐을 것이다. GM이나 IBM과 같은 대기업들은 경제평론가 로버트 사무엘슨이 지적했던 바와 같이 더이상 선량한 기업(the good corporation)이 아니었다.
휘트먼은 미국경제가 경영자의 전권에 의해 움직이는 경영자 자본주의를 버리고, 주주와 시장 중심의 자본주의로 변모해가고 있음을 주목했다. 그리고 시장이라는 섬세한 휴먼 네트워크를 경제 전반의 조절자로 만들기 위한 미국의 갈등과 선택을 기업 경영, 노동시장, 사회적 규제, 국가의 역할 등을 통해 분석하고 있다.
이와 같이 기업과 국가경제를 변화시키는 힘은 세계경제의 통합, 국내시장의 규제 완화, 그리고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에서 비롯된다. 이 세가지 힘 앞에서 기업과 국가는 새로운 생존모델을 찾을 수밖에 없다.
미국기업들은 이러한 상황에 맞서기 위해 내부조직구조를 변화시켰다. 단순화된 명령체계와 전통적 고용시스템을 버리고, 겹겹으로 깔린 관리계층과 그것을 장악해온 관리자를 제거했다. 결국 노사관계도 선량한 기업에서 기본적으로 가정했던 충성심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미국은 늘 다른 국가들이 추종하는 강력한 모델로서, 시장지배력의 열매를 다양한 이해 당사자와 나누고 싶어했다. 그만큼 수입제품 증가로 인한 경쟁효과, 반독점금지법, 규제완화와 같은 치열한 경쟁상황이 연출된다. 이 책은 팍스 아메리카의 꿈을 꾸는 미국 내부의 갈등과 고민을 담고 있다. 또 오만하기 그지 없는 미국경제가 그 이면에 안고 있는 문제점,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들춰내고 있다.
한편 미국은 세계경제에 대한 리더십을 지키기 위해 많은 숙제를 안고 있다. 적어도 미국식 자본주의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동남아 국가들이 금융위기로부터 늘 고통받고 있음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유럽이 복지국가의 한계를 드러냈듯이, 일본이 전통적으로 고수해온 평생 고용과 가부장적 관행을 포기했듯이, 미국은 전세계로 수출하고 있는 시장자본주의(market capitalism)를 포기해야 할지 모른다.
미국경제의 고민이 곧 세계경제의 고민임을 자처하는 미국인들의 자기경제에 대한 반성, 휘트먼은 이 책에서 그것을 보고 싶어한다. 그의 통찰력은 최근 구조조정 등 위기를 맞고 있는 한국경제가 우리의 체질과 환경에 맞는 시장의 룰을 만들 때 도움이 될 것이다.
<홍대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