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고미술협회가 1971년 창립 이후 처음으로 콘셉추얼 전시를 개최한다. 오는 9일부터 12일까지 인사1010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고미술이 지닌 전통성과 동시대적 감각의 가능성을 실험한다.
올해 전시 주제는 '가장 오래된 꽃' 중 하나로 꼽히는 '자목련'이다. 전시의 기획자들은 "꽃의 기원이 자목련에서 시작된다는 점이, 고미술이 지닌 최초의 아름다움과 겹쳐 보였다"고 전했다. 전시는 총 4개 층으로 구성되며, 각 공간은 다음과 같은 감각적 흐름을 따라 관객을 안내한다.
'1971 고요'의 연출은 라이프스타일 컨설팅 디렉터이자 시대를 초월한 아름다움을 탐구해 온 양태인 디렉터와 건축적 사고를 바탕으로 공간과 사람의 관계를 재해석해 온 김태형 디렉터가 맡았다. 고미술이라는 낯선 분야에 과감하게 뛰어든 두 사람을 직접 만나보았다.
Q. '1971 고요'의 올해 전시 테마가 '자목련'이다. 자목련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좀 더 대중의 감성에 자연스럽게 닿을 수 있는 전시를 만들어보자고 뜻을 모았다. 그렇게 계절을 보고, 꽃을 보고, 이야기를 하다가 자목련에 도달하게 됐다. 4~5월을 대표하는 꽃이라 계절적 의미도 있고, 자목련 자체가 아름다우면서도 한국인의 정서에 깊이 스며든 꽃이라고 생각한다. 고미술이 지금의 미감과 감각에 영향을 준 '최초의 아름다움'이라는 점에서 자목련과 닮았다.
Q. 이번 전시에서 고미술과 대중의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어떤 시도를 했나?
이번 전시는 큐레이터가 '이렇게 봐야 합니다'라고 손을 잡아끌기보다는, 관람객 스스로가 이끌리는 대로 다가가길 바랬다. 고미술이란 게 정보가 없으면 접근하기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각자의 느낌 따라 고미술과의 감각적 친밀감(intimacy)을 경험하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먼저 1층 '내면의 정원'은 고미술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자연의 일부처럼 뒀다. 꽃과 나무 사이에 놓인 고미술품들을 보면 '이게 뭐지?' 싶기도 할 텐데, 정원에서 산책하며 우연히 발견한 오브제처럼 느껴지길 바랬다. 지하 1층은 고미술의 기원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단지 유물로서의 고미술이 아니라, 우리가 지금 보고 느끼는 여러 디자인, 조형, 취향의 뿌리가 되는 것들이라는 면에서다. 박물관처럼 유리관 속에 진열하지 않고 그 존재감 하나하나가 보이도록 조명과 배치를 섬세하게 고민했다. 3층은 올라가는 동선 자체가 마치 누군가의 집에 초대받아 들어가는 것 같은데 실제 누군가의 거실처럼, 고미술이 지금도 얼마나 예쁠 수 있는지 제안해 봤다. '고미술도 결국 금고 안에 들어가 있으면 죽은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지금의 것'들과 '오래된 것'이 나란히 놓여도 충분히 아름답고 조화롭게 살아 숨 쉴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거다. 4층은 핸드메이드 도자기 브랜드 '오자크래프트'의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고미술에서 받은 인상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낸 작품을 통해 과거와 현재, 장인성과 창조성의 '조화'가 어떤 것인지 보여주고자 했다. 고미술이 영감의 원천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한국고미술협회의 메시지도 전달하고 싶었다.
Q. 고미술을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내 삶의 물건으로 느끼게 만드는 시도를 했는데 그런 흐름이 앞으로 더 퍼져 나갈까?
컬렉터라는 말이 멀게 들리지만 사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피규어나 딱지처럼 마음이 가는 대상을 모은다. 중요한 건 내가 무엇에 끌리는지를 알고, 그 감각을 따라 하나씩 발견해 가는 과정이다. 고미술도 그런 감각으로 바라본다고 생각한다. "우리 할머니의 할머니가 쓰던 항아리래"라는 말을 들으면, 그냥 유물이 아니라 '그 안에 내 모습도 있겠다'는 감정이 생긴다. 게다가 요즘은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고미술을 예쁘게 소비하거나 활용하는 모습도 있어서 그런 흐름이 더 빠르게 퍼지는 것 같다. 고미술도 '나의 취향'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런 전환을 만들어주는 것이 이번 전시의 목표이기도 하다.
Q.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가장 즐거웠던 순간은?
직접 유물을 찾으러 인사동, 장안평을 돌았던 일이 생각난다. 고미술품을 판매하는 분들을 많이 만났는데 마주치는 분마다 저희에게 "밥 먹었어요?" 하고 물어보셨다. 고미술도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그 안엔 누군가의 시간이 있고, 마음이 있고, 삶이 녹아 있다. 그런 정서들을 다시 꺼내어 사람들 앞에 놓는 일이 즐거웠다.
Q. 개인적으로 '우리 집에도 소장하고 싶은 고미술품'이 있었나?
먼저 물고기 모양의 휴대용 필통. 뚜껑을 돌리면 안에 붓과 벼루, 먹이 들어 있는 구조다. 조선 시대에 이런 걸 만들었다는 게 놀라웠다. 실용성과 조형미를 동시에 갖추고 있어서 지금 봐도 감각적이고 되게 힙해 보인다. 그리고 토기도 정말 예쁜 게 많았다. 질감은 거칠고 투박한데 형태는 디테일하면서도 절제돼 있어서 개인적으로 정말 쿨하다고 느꼈다. 어떤 공간에 둬도 존재감이 확실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어디에든 스며들고, 과하지 않은데도 묘하게 시선을 끄는 매력이 있어요. 유은규기자 ekyoo@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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