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는 9일 '기상 여건 변화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신선식품 가격은 날씨 충격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밝혔다. 평균 기온이 추세 대비 10℃ 상승하면 신선식품가격이 최대 0.42%포인트 상승하고, 평균 강수량이 추세 대비 100mm 증가하면 최대 0.93% 상승한다는 분석이다.
이상 기후로 인해 신선식품가격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7개월 연속 신선식품물가 지수는 두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 2월부터 4월까지는 상승률이 20%에 근접했다.
농산물 가격 급등세가 지속되면 외식·가공식품 등 연관 업계는 원가 부담에 가격을 줄줄이 인상하게 된다. 이같은 현상이 소비자물가 전반으로 확산될 수도 있어, 금리인상과 같은 통화정책으로 강경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KDI는 "기온과 강수량 충격은 1~2개월 정도 소비자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 반면 근원물가에 미친 영향은 미미하다"고 밝혔다. 근원물가는 변동성이 심한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물가지수로, 중앙은행은 보통 근원물가를 기준으로 금리 조정을 단행하곤 한다.
보고서를 쓴 이승희 KDI 경제전망실 부연구위원은 "이상 기후로 신선식품 가격이 오르고, 소비자물가 또한 높게 나타나는 건 일시적 현상으로, 소비자 물가는 중기적으로 근원물가에 회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시적인 신선식품가격 변동에 통화정책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보다는 농산물 수입 확대와 새로운 품종 개발 등 장기적 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취지다.
정부는 과일을 비롯한 농산물 가격을 잡기 위해 할인행사와 납품단가 지원 등 재정 투입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부연구위원은 "공급 부족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라며 "장기적으로 공급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상현기자 hy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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