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밥솥시장 '양강' 중 하나인 쿠첸이 작년 적자로 돌아서며 재무건전성에 비상등이 들어왔다. 쿠첸은 작년 단기차입금을 전액 상환하는 등 재무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내수 시장 침체를 극복할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어 올해도 부진이 지속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2일 쿠첸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쿠첸은 작년 영업손실 19억원, 당기순손실 77억원을 내 모두 전년 대비 적자 전환했다. 2022년도 당기순이익은 231억원이었다.
쿠첸은 작년 77억원의 적자를 내면서 이익잉여금은 작년말 기준 80억원으로 전년말(159억원)보다 절반으로 쪼그라들었다. 만약 올해도 비슷한 수준의 적자를 낸다면 결손이 난다는 의미다.
문제는 최근 밥솥 시장이 외식문화 발달과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수요가 위축되고 있다는 점이다. 쿠첸은 작년 제무재표에 33억4600만원 규모의 손상차손을 반영했다. 쿠첸 측은 "사업부문 영업손실의 누적과 향후 판매부진이 예상돼 손상검사를 수행했고 손상차손으로 인식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손상차손 반영으로 당기순손실과 기타영업외비용에 영향을 끼쳤다"며 "손상차손은 영업외 손상으로 매년 회계적 평가 시 반영해 확정적인 손실이 아니다. 매년 변경될 수 있다"고 말했다.
쿠첸은 우선 당장의 재무건전성 해소를 위해 작년 단기차입금(1년 이내 상환해야 하는 부채)을 전액 상환했다. 이에 따라 작년 이자비용은 5억원으로 전년(8억원)보다 감소해 일부 실익을 얻었다.
하지만 쿠첸은 차입금 상환과 함께 손상차손 반영 등으로 자산과 부채가 모두 감소했다. 특히 현금성자산(단기금융자산 포함)은 작년말 기준 90억원으로 1년 전보다 67.5% 급감했는데 이는 추가 투자 여력이 그만큼 위축됐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여기에 최근의 고환율은 쿠첸에게 부담으로 다가온다. 경쟁사인 쿠쿠전자의 경우 수출 비중이 20%를 넘지만 쿠첸은 내수 의존도가 높다. 수출 비중이 높을수록 고환율에 유리하지만, 반대로 내수 중심에서는 원재료가격 상승 등의 압박이 커진다는 의미다.
쿠첸은 외화에 대한 원화 환율 10% 변동시 작년말 기준으로 법인세비용차감전순이익이 1억8000만원가량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국내 밥솥 시장이 1인 가구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수요가 위축되고 있지만, 당장 해외 신시장을 개척하기는 쉽지 않은 분위기다.
쿠쿠전자의 경우 작년 761억원의 영업이익을 내 전년보다 4.9% 소폭 감소해 쿠첸과 대조를 보였다. 쿠첸과 마찬가지로 밥솥을 기반으로 하지만 주방·생활가전을 포함해 펫 전용 제품을 선보이는 등 라인업이 더 다양하고, 수출 비중을 높여가면서 수익성 확보에 주력한 점이 차점으로 꼽힌다.
쿠첸은 올해 수익성 확보를 위해 기존 프리미엄 중심의 사업군을 중저가 수요층까지 확보하고, 최근 '피겨 여왕' 김연아를 모델로 기용하는 등 마케팅 강화로 위기를 넘는다는 포석이다.
쿠첸은 2015년 지주사인 부방으로부터 인적분할돼 출범했으며, 2019년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부방의 완전 자회사가 됐다.
쿠첸 관계자는 "고물가 등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있는 만큼 기존 주력인 프리미엄 시장뿐 아니라 중저가 비중도 높여갈 방침"이라며 "기술혁신을 통한 원가 절감, 새로운 마케팅 시도 등을 통해 영역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쿠첸은 최근 '브레인' 밥솥 모델로 '피겨 여왕' 김연아를 발탁하고 마케팅에 나섰다. 쿠첸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