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에서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에 보고된 국민연금 보험료율(현행 소득의 9%) 등 모수개혁안을 '비토'하고 신구(新舊)연금 분리로 구조개혁을 하자는 주장이 잇따랐다.
'1990년생' 청년으로 지난 2월 제21대 국회에 등원한 김근태 국민의힘 의원(비례)은 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금특위 공론화위 시민대표단 토론 결과 도출한 소득보장안(보험료율 12%·소득대체율 50% 동시 상향)과 재정안정안(보험료율 12% 상향·소득대체율 40% 유지) 관련해 "이런 모수조정만 하는 것은 지속가능성 확보란 연금개혁의 근본적 목표를 외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구조개혁은 '기성세대가 감당해야 할 짐을 미래세대에 전가해선 안 된다'는 상식과 공정의 문제다. 지금 모수조정만으론 고갈 시점 미래세대가 소득의 30~40%를 보험료로 납부해야만 한다"며 "미래세대가 높은 보험료율을 감당한다 하더라도 '낸 만큼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줄 수 없다. 초(超)저출산이 해결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라고 인구소멸 수준의 출산율 변수를 들었다.
또 "보험료율이 끝없이 치솟아 우리 국민이 감당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면 국민연금이 파산할 수도 있다. 지급보장 문제를 '국고지원 명문화'같은 한낱 글자로 해결한다는 건 기만"이라며 "국채발행 등으로 미지급 보험금을 지급하게 되면 이 역시 미래세대가 갚아나가야할 돈이다. 보험료에서 빚으로 이름만 바꾸는 '사기'다. 근본적 개혁이 아닌 기만적 조정"이라고 성토했다.
김근태 의원은 "이런 상황에 미래세대가 대한민국 국민으로 남아있을 이유가 있겠나. 뻔히 터질 폭탄을 개혁이란 이름으로 포장해 떠넘기는 기성세대와 국가공동체를 유지하라고 요구할 수 있겠나. 미래세대가 이 실체를 모르고 속아줄 것이란 생각은 오산"이라며 KDI(한국개발연구원) 한 연구팀에서 보고서로 제안한 '신연금 분리신설안' 구조개혁을 특위가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는 현행 연금체계와 별도의 신연금을 신설하고, 개혁 직후(내년도)부터 나이대별 15.5% 보험료를 내면 '같은 나이 구성원'의 신연금 계정으로 축적하며, 이를 미래세대에게 내게 될 보험료와 운용 수익만으로 기대수익비 1(낸 만큼 받는)의 보험금으로 지급하잔 방안"이라며 "기성세대의 구연금 보험료는 (적자 등과 아울러) 일반재정수입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대안은 (신연금이) 미래세대에게 높은 소득대체율의 급여를 지급하진 않는다. 일반재정이란 말도 결국은 세금으로 (구연금) 기금 고갈을 해결하잔 말"이라면서도 "이는 미래세대에게 확실한 연금지급을 보장할 수 있고, 일반재정수입으로 현행 연금체계의 기금 고갈을 현 시점부터 대비할 수 있게 돼 기성세대가 미래 세대의 짐을 덜어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한민국 공직자로서, 미래세대 중 한사람인 청년으로서, 올 10월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날 한 아이 아빠로서 언젠가 터질 폭탄을 미래세대로 떠넘기는 걸 모른 척할 수 없다"며 "국회가 임시방책으로 생색만 낸 조정안은 결국 국민의 부담을 늘릴 뿐"이라고 지적했다. 21대 국회가 한달도 안 남은 만큼 "22대 국회로 넘겨 확실한 개혁이 이뤄지게 하는 방안도 고려하자"고 했다.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로 유력한 나경원 국회의원 당선인도 지난 29일 SNS에 "(모수조정안은) 연금고갈 시점을 불과 6, 7년 늦출 뿐 연금고갈 후 미래세대 보험료율은 30% 넘게 오를 수 있다고 한다. 여기에 건강보험료와 소득세까지 내고 나면 우리 청년세대는 '열심히 일해도 소득없는' 암울한 시대를 맞는다"며 "어른들이 더 받자고 미래세대 빚을 더 늘려서야 되느냐"고 썼다.
나 당선인은 "연금개혁에는 '조금 더 내고 더 많이 받는' 마술은 없다"며 "KDI가 발표한 '신연금' 개혁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전에 쌓인 보험료는 구연금으로 지급하고, 주머니를 따로 분리하자"며 "연금문제 주요 원인이 저출산 문제와 관련있는 만큼 '출산 시 적극적인 연금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 등 저출산 정책과 연계한 연금개혁안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미래세대에 '빚 폭탄'이 아닌, '선물'이 되는 연금개혁"으로 청년세대 불신을 해소하자고 했다. 신구연금 분리론은 KDI 소속 이강구 재정·사회연구부 연구위원과 신승룡 부연구위원이 지난 2월 제안했다. '세대 내 연대' 방식의 신연금을 신설, 같은 년도 출생자끼리 연금 계좌를 만들어 보험료를 적립하면 재정고갈 우려 없이 15.5% 요율에 소득대체율 40%를 달성할 수 있다는 취지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왼쪽부터 제21대 국회 종료를 약 4달 앞두고 등원한 '1990년생' 김근태 국민의힘 의원, 22대 국회에 5선으로 입성하는 나경원 서울 동작을 당선인(5선).<김근태 국회의원 페이스북 사진·연합뉴스 사진 갈무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