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이 9개 분기 연속 적자에도 흑자 전환 시점을 올해 하반기로 다시 한 번 못박았다. 전기차 성장세가 주춤한 가운데에도 이미 SK온의 배터리를 탑재한 현대자동차와 포드, 아우디의 신규 차량 출시가 예정대로 이뤄질 예정인 만큼, 기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29일 SK이노베이션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 따르면 SK온은 올 1분기 매출액 1조6836억원, 영업손실 331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9.1% 감소하고, 9개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김경훈 SK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올 1분기는 고객사 재고 조정 등 영향으로 전분기 대비 수익성이 악화됐다"며 "현재 계획상 하반기에는 미국 고객사 물량 공급 확대에 따른 판매량 개선과 이로 인한 첨단제조 생산세액공제(AMPC) 증가 효과가 예상돼 하반기 손익분기점(BEP) 달성 타겟은 그대로 유지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경영 환경은 매크로 요인 고려 시 불확실성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고객사 재고 조정 완료에 따른 출하량 증가, 미국 판매 증가에 따른 AMPC, 신차 라인업 확대 등 시장 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내부적으로는 비용 구조의 선제적 개선을 추진하면서 원가 절감과 동시에 수요 회복을 대비해 내실을 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SK온은 지난해 4분기를 흑자전환 목표로 내세웠지만 한 차례 고배를 마셨다. 지난해 4분기 역대 최소 적자폭(-186억원) 기록에 그치면서 올해 하반기로 달성 목표를 변경했는데, 현재 전기차 캐즘 국면에서도 기존 목표를 유지한다는 목표다.
SK온이 올 하반기 배터리의 생산 물량 증가를 예상하는 이유는 SK온의 배터리가 탑재된 차종 출시가 예고돼 있어서다. 당장 하반기에 현대차 아이오닉5 페이스리프트 버전과 포드의 E-트랜짓 커스텀, 아우디 Q6와 e-트론 등이 계획돼 있다.
여기에 향후 1~2년 내로 포드의 익스플로러와 현대차의 아이오닉 대형 SUV, 아이오닉6의 북미 생산 모델, 스웨덴 전기차 브랜드인 폴스타의 폴스타5 등이 출시될 예정이다. 이는 단기 수요 증가로 이어지는 데다 1분기에 385억원에 그친 AMPC 규모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SK온은 올해 예정된 7조5000억원 규모의 설비투자도 줄이지 않을 계획이다. 배터리 사업의 지속적인 투자 확대로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의 올 1분기 부채는 55조618억원으로 지난해 말(50조8155억원) 보다 4조2463억원이 늘었다.
김 CFO는 "올해 투자 중 부담이 가장 큰 부분이 포드와의 합작법인인 블루오벌SK와 현대차 북미 합작법인 프로젝트"라며 "블루오벌SK는 미국 에너지부의 정책 자금을 확보했고 최종 파이낸싱 계약서를 협상 중이며, 현대차는 파트너사 대여금과 다양한 외부 파이낸싱 옵션을 상세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신성장동력인 배터리 사업을 위해 추진 중인 포트폴리오 재조정(리밸런싱)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SK온과 SK엔무브를 합병해 상장할 수 있다는 합병 상장설까지 나왔지만 선을 그었다.
김진원 SK이노베이션 최고재무책임자는 "단순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됐거나 본격 논의가 진행되지 않은 내용이 기사화됐다"며 "친환경 사업으로의 전환은 피할 수 없는 과제라는 전제 하에 그동안 추해 았던 투자와 사업 포트폴리오 중 선택과 집중, 그리고 속도 조절을 통해 향후 성장 추진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