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10명 중 7명은 20~30대…긴급 경·공매 유예 730여건
"LH 매입, 실적 적어 정책 체감도 낮아…매입대상 확대 필요"
"LH 매입, 실적 적어 정책 체감도 낮아…매입대상 확대 필요"
2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세사기 특별법이 시행된 지난 6월 1일 이후 지금까지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는 8284명을 피해자로 결정했다.
이달 29일 예정된 14차 전체회의에서 추가로 피해자 결정이 되면 피해자는 9000여명으로 늘고, 연말까지는 1만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지금까지 피해자 신청 사례 중 82.8%가 가결됐고, 8.5%(846명)는 부결됐다.
전세금 반환 보증보험에 가입했거나 최우선변제금을 받아 보증금 전액을 반환받을 수 있는 피해자, 경매를 통해 자력으로 보증금을 회수할 수 있는 피해자 593명(5.9%)은 피해 심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긴급한 경·공매 유예 결정은 총 733건이 있었다.
피해자는 서울(25.5%)·인천(22.0%), 경기(18.8%) 등 수도권에 66.3%가 집중됐고 부산(13.0%), 대전(7.9%)이 뒤를 이었다.
다세대주택 피해자가 33.7%(2792명)로 가장 많았으며 오피스텔(25.4%·2101명), 아파트·연립(20.4%·1692명), 다가구(11.9%·985명) 순이었다. 주요 피해 연령층은 20~30대로 전체의 71.4%를 차지했다.
특별법은 금융·주거지원과 함께 전세사기 피해자가 거주 중인 주택이 경매로 넘어갈 경우 피해자에게 우선매수권한을 부여하고, 낙찰 자금을 저리 대출받을 수 있도록 했다.
피해자가 주택 매수를 원치 않는다면, LH가 우선매수권을 넘겨받아 사들인 뒤 피해자에게 임대하도록 했다. LH 임대주택은 최장 20년간 거주할 수 있고, 최초 6년은 별도의 자격 검증 없이 시세의 30% 수준 임대료를 적용한다. 이후 14년은 소득에 따라 시세의 30~50%를 차등 적용한다.
전세사기 피해자가 경매에서 우선매수권을 행사하는 사례는 최근 들어 하나둘씩 나오고 있지만, LH가 우선매수권을 행사해 주택을 매입한 사례는 아직 한 건도 없는 상태다. 피해 인정과 경매 절차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8월 LH가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매입하겠다고 공고 후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사전협의 신청을 받은 결과 이달 10일 기준으로 130건이 접수됐다.
현재 권리 분석과 실태조사 등을 거쳐 '매입 가능' 통보를 한 주택 17건 중 6건에 대한 피해자의 매입 요청이 들어온 상태다.
매입 불가 통보 39건은 '근생빌라' 등 불법 건축물이거나 우선매수권 양도와 관련해 세입자 전원의 동의를 얻지 못한 다가구주택, 경·공매 완료 이후에도 소멸하지 않는 권리가 있는 주택 등이다.
LH 관계자는 "경·공매 일정에 맞춰 신속히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면서 "피해 주택 매입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피해자에게 인근 공공임대 주택을 우선 공급받을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매가 끝나 살던 집에서 나가야 하는 피해자를 위해 마련한 긴급주거 임대주택 입주는 LH 집계 기준으로 지난달 말 133건 있었다.
그러나 이대로라면 올해 LH의 피해주택 매입 및 임대주택 전환은 한 건도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도시연구소와 주거권네트워크는 '전세사기 피해가구 실태조사 및 제도 개선 방안' 보고서를 통해 "LH의 피해주택 매입은 특별법에 포함된 내용이지만 아직 실적이 많지 않아 정책 체감도가 낮다"며 "공공에서 최대한 매입 대상을 확대해 제도 도입의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한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아예 이 법의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최근 대구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국회와 정부가 전세 사기 특별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며 "명도소송 최소 1년 유예, 보증금반환채권 매입을 통한 선 구제 후 회수, 최우선 변제 확대, 소액 임차보증금 기준 현실화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미연기자 enero2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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