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위서 개정안 4개월 째 계류
보험사기 적발액 증가세…전년(1조원대) 넘길 듯
보험료 인상 피해 심각
'보험'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게 떠오르시나요? '내 번호는 어떻게 알고 전화한 거지?', '가입권유 땐 천사더니 보험금 줄 때는 악마네' 등 대부분 부정적일 거라고 생각이 드는데요. 하지만 또 필요할 때 찾게 되는 게 보험이 아닐까 합니다. 알아두면 쓸데많은 다양한 보험 이야기로 막힌 속을 뻥 뚫어드리겠습니다. 물론 보험에 가깝게 다가갈수록 멀게 느껴지는 분들을 위한 정보도 쉽게 설명드리겠습니다.[편집자주]
최근 정부는 '상생금융' 기조로 은행에 이어 보험, 카드 등 금융사의 상생 동참을 압박하고 있지만, 선량한 보험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은 외면하는 듯하다. 정치권에서는 지속되는 정쟁으로 관련 법안 통과가 요원해 서민들의 허리가 더 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실제 그동안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던 현행법을 강화한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개정안'은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4개월째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해당 개정안은 보험사기를 막는 데 도움을 주며, 다수의 선량한 보험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을 덜어줄 대표 민생 법안으로 꼽힌다.
이 개정안에는 보험업 관련 종사자의 사기행위를 가중 처벌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직접적으로 보험사기에 가담한 병의원, 보험대리점 등의 명단을 공표하고, 보험사가 유죄 확정판결을 받는 경우에는 민사소송 없이도 부당편취 보험금을 반환토록 했다. 보험사기 알선·권유 행위는 처벌하고, 보험사기 목적의 강력 범죄를 가중 처벌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러나 이 법안은 지난 7월 국회 정무위 법안소위를 통과한 이후에도 소관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보험사기 방지법안에 대해 여야 간 특별한 이견이 없지만, 전체회의 우선 처리 안건에 포함되지 못하고 있어서다. 현재 정무위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 간 관심 법안이 달라, 한 번에 다루기 위해 보험사기 방지법안을 처리하지 않고 있다.
연내 정무위에서 통과한 이후에도 법제사법위원회 심사까지 최대 두 달간의 시간이 걸리는터라 국회 본회의 최종 문턱을 넘는 데 상당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국회에서 해당 법안 통과 여부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보험사기는 갈수록 교묘해지고 조직화하는 추세다. 병원 의사·상담실장, 보험설계사 등이 공모한 보험사기는 끊이지 않고 있는데다가, '엄여인' 엄인숙과 '계곡 살인' 이은해 등의 고액 사망보험금을 노린 인면수심 범죄까지 발생하고 있다. 최근에는 SNS에 올라온 '단기 고액 아르바이트' 모집 공고에 혹해 보험사기에 가담한 젊은 층들이 무더기로 나오기도 했다.
이는 수치로도 증명된다. 실제 보험사기 적발액은 매년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보험사기 적발 금액은 6233억원, 적발 인원도 사상 최다 수준인 5만5051명에 달할 정도다. 이 중 실손의료보험 등 장기보험과 자동차보험 관련 사기 적발액은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했다. 보험사기 적발액은 작년 상반기(5115억원)보다 21.8% 증가한 역대 최대 규모였다. 연간 기준으로 작년(1조818억원) 기록을 돌파했다.
가장 큰 문제는 보험사기가 민생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험사기를 방치할수록 보험금 누수가 심각해 결국 보험 가입자의 보험료 인상 피해로 전가될 수 있다. 현재 보험 가입자들은 경기침체와 지속되는 고금리·고물가 부담에 그동안 아끼고 묵혀놨던 보험을 깰 정도다. 연말 보험료 조정 시기를 앞두면서 내년엔 얼마나 더 보험료가 치솟을지 벌써 부담을 느끼는 목소리도 나온다.
보험사기로 인한 보험금 누수액이 줄어들면 서민들의 보험료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보험 사기 액수가 10%만 감소해도 6000억원가량의 보험료가 절감될 것으로 추산했다. 다수의 가입자가 내지 않아도 될 보험료를 더 내는 셈이다.
보험사들은 일명 '상생금융 시즌2' 도래로 상생안 마련에 분주하다. 다음 달 금융당국 양대 수장과 만남을 앞두고 만족시킬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자동차보험료 최대 3%대로 내리는 방안과 함께 약 4000만명이 가입해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보험료를 조정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보험업계에는 보험사기로 인한 보험금 누수를 최대한 막을 수 있다면 체감할 정도로 실손보험료 인하 폭을 정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임성원기자 son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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