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뚫고 2940선을 돌파했다. 시총 상위 1위부터 20위까지의 종목 중 두산에너빌리티를 포함해 6종목이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증권가에선 이스라엘-이란 갈등 격화가 장기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으나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대신 한국 시간 이번 주 목요일 새벽 열릴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의 기자 간담회 내용에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장 대비 52.04포인트(1.80%) 상승한 2946.66에 거래를 마쳤다. 전 거래일 대비 0.31% 낮은 2903.50에 개장한 코스피는 장 초반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강보합세를 유지하다 오후들어 상승폭을 키우며 2940선을 돌파했다.
코스피 지수가 2940선을 넘어선 건 2022년 1월 3일(2962.09) 이후 3년 5개월 만이다.
기관의 순매수세가 상승세를 이끌었다. 기관이 하루 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 2880억원을 사들였고 개인은 40억원어치를 덜어냈다. 외국인은 3030억원을 내다팔았는데 이달 들어 지난 2일부터 8거래일 연속 지속되던 순매수세가 이날 순매도세로 전환됐다.
시총 상위 종목 중 원전 관련 종목인 두산에너빌리티가 9.16% 상승하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시가총액 또한 이날 38조1774억원을 기록, 10위권 진입을 앞두고 있다. SK하이닉스(5.31%)와 HD한국조선해양(4.85%), 한화에어로스페이스(2.65%), 삼성생명(2.48%), HMM(0.41%)이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중동지역 갈등 격화로 방산 관련 종목의 주가도 급등했다. 한화(13.29%), 현대로템(6.32%) 등이 큰 폭으로 상승했고 아이티센엔텍(22.04%), SNT모티브(9.29%), 비츠로테크(8.28%) 등도 강세였다.
중동지역 갈등 격화에도 국내 증시가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지정학적 리스크가 중장기적으로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란이 취할 수 있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같은 보복조치 가능성이 높지 않고, 그 영향 또한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권가에서는 중동발 악재가 장기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당분간 눈치보기 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번주 예정된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비롯해 글로벌 통화정책 이벤트와 G7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 등에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동결이 예상되는 6월 FOMC에선 경제전망요약(SEP)과 점도표(dotplot)가 관건"이라며 "항상 늦는 파월 의장은 이번에도 관망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고, 현재의 이스라엘-이란 사태는 금리인하 기대를 일부 이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반적으로 6월 FOMC는 매파일 것이라는 시장의 컨센서스가 우세하지만, 실제 결과가 비둘기로 인식된다면 주가에는 긍정적일 수 있다"며 "2017년 이후 68차례 FOMC 회의를 분석한 결과, 회의 전 매파로 예상됐다가 비둘기로 종료된 경우 코스피는 평균 0.2% 상승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통화정책 재검토 결과는 8월 잭슨홀 회의에서 발표될 개연성이 높다"며 "이번 6월 회의를 시작으로 8월 잭슨 홀까지 FOMC 전후 컨센서스 변화를 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영기자 jy1008@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