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직후 방산 세일즈 외교에 직접 나서면서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사업도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 사업은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간 법적공방과 이후 국정공백으로 1년 가량 표류하고 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K-방산 글로벌 4대강국 달성'을 목표로 방산 수출 컨트롤타워 신설, 대통령 주관 '방산수출 진흥전략회의' 정례화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특유의 추진력과 실용주의를 앞세워 연내 해법을 찾아낼 것으로 기대된다.
15일 익명을 요청한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 새 내각 구성이 완료되면 KDDX 사업이 곧바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방사청은 당초 작년 7월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었다. 이미 1년가량 사업이 지연됐고 연내 체결되지 않으면 해군 전력 계획에도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김호성 한국방위산업학회장 겸 국립창원대 교수는 "해군의 전투력 문제가 있는 만큼 올해 내로 강하게 압박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참에 방산 사업 선정에 대한 확실한 원칙을 재정비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원래 함정 수주는 기본설계를 담당했던 업체가 상세설계를 수행한다는 게 관행이었지만, 이번 KDDX에서는 이 관행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기본설계의 질을 높이기 위해 업체에서 기술 투자를 많이 한다. 그럼에도 사업을 따내는 이유는 상세설계로 손실을 만회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맡아 수행했다.
이어 "관행이 엎어지는 전례가 생길 시 앞으로 함정 수주에서 기본설계와 상세설계를 각각 입찰해야 하는 어려움이 따르고 이에 따른 비용도 더 늘어날 것"이라며 "시비를 가리는 데 상당한 예산과 에너지가 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외 수주 경쟁력이 저하된다는 시선도 있다. K-방산은 해외 수주에서 '원 팀' 전략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헐뜯는 식의 경쟁이 지속되면 해외에서 공동 건조한 업체끼리 싸움이 붙었다는 기록이 남게 돼 신뢰도 하락과 더불어 추후 수주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실제로 다목적 무인차량, 정찰용 무인수상정(USV) 등에서 각각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 한화시스템과 LIG넥스원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KDDX로 지금도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최대 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잠수함 도입 사업에 팀을 이뤄 참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