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에 국한됐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적용 범위가 태블릿 등 IT 기기로 본격 넓어지고 있다. 애플이 지난해 고급형 아이패드에 처음 OLED를 적용한 데 이어, 올 하반기부터는 중국 주요 세트업체들이 OLED 태블릿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어서다.
디스플레이 시장 중심축이 액정표시장치(LCD)에서 OLED로 전환되는 점은 국내 산업에 기회 요인이지만, 한편으로는 중국 업체들의 자국산 밀어주기는 부담 요인이다. 중국은 강력한 내수시장을 이용해 LCD는 물론 반도체, 배터리 등 주요 첨단산업에서 유사한 전략을 취해왔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누비아의 게이밍 브랜드 레드매직은 다음 달 1일 '태블릿3 프로'의 글로벌 판매를 시작한다.
이 제품은 레드매직 태블릿 시리즈 중 처음으로 OLED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모델로, 기존 LCD 제품과 차별화를 꾀한 것이 특징이다. 인공지능(AI) 기능과 고성능 게임 콘텐츠 확대로 고급 디스플레이 수요가 커진 데 따른 변화다.
샤오미, 화웨이, 오포 등도 올 하반기 OLED 탑재 태블릿 출시를 예고했다. 중국의 이 같은 움직임으로 태블릿 시장에서 OLED의 비중은 빠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OLED로의 전환은 일단 국내 산업계에 긍정적인 신호로 여겨진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글로벌 OLED 디스플레이 출하량이 전년 대비 80.6%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같은 기간 LCD 시장은 역성장을 보일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업체들은 과거 LCD 시장을 주도했지만, 2020년대 들어 중국의 저가 공세와 설비 투자에 밀려 점유율을 내준 상황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2022년 LCD 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했고, LG디스플레이도 지난 3월 중국 광저우 LCD 공장을 매각하며 OLED 중심 체제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 1분기 글로벌 중소형 OLED 시장 점유율은 삼성디스플레이가 40.9%에 이르고, LG디스플레이 역시 19.0%로 중국 BOE(18.5)보다 앞선다.
다만 이런 흐름에도 불구하고 국내 업체가 실제 공급 실적을 늘릴 수 있는 영역은 제한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 세트업체들이 출시를 준비 중인 태블릿에 들어갈 OLED 패널은 대부분 BOE, CSOT 등 중국 현지 패널사들이 공급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태블릿에는 대부분 중국 패널사들이 패널을 납품하고 있어, 국내 업체의 공급 여지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OLED 시장 성장의 수혜를 온전히 누리기 위해선 중국 고객사 확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현재 충남 아산과 베트남 박닌 지역에 약 4조1000억원을 투자해 차세대 8.6세대 IT OLED 생산 라인을 구축 중이지만, 아직 애플과 레노버 외에 뚜렷한 신규 고객사는 확보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올 들어 미국 소비자가전쇼(CES), 스페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대만 컴퓨텍스를 잇따라 찾은 것도 고객사 확대에 나서기 위한 전략적 행보였던 것으로 보인다.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OLED 시장 확대는 국내 산업에 긍정적인 흐름이지만, 이런 수요 자체가 곧 국내 업체의 수익 증가로 직결될 것이라고 기대해선 안 된다"며 "국내 업체들이 실익을 확보하기 위해선 보급형 고객사까지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가격·납기·제품 다변화 측면에서 보다 민첩하게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순원기자 ssun@dt.co.kr
중국 레드매직의 '테블릿3 프로' 모습. 이 제품은 레드매직 태블릿 시리즈 중 처음으로 OLED 디스플레이가 적용되는 것이 특징이다. 레드매직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