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정옥 한국오라클 부사장
![[기고] 디지털 시대 클라우드, 신뢰·실용이 핵심](http://contents.dt.co.kr/images/202506/2025060902102369081001[1].jpg "[기고] 디지털 시대 클라우드, 신뢰·실용이 핵심")
디지털 주권은 데이터를 생성한 주체가 그 데이터에 대한 통제권을 갖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물리적 위치뿐 아니라 관리 주체와 접근 권한, 규제 충족 여부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유럽연합(EU)의 일반데이터보호규정(GDPR), 미국의 클라우드법과 중국의 데이터 보안법 등과 같이 각국 정부는 데이터를 자국 내에서 관리하고 보호하기 위한 법적 장치를 강화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이제 글로벌 표준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처럼 복잡해진 규제 환경에서 기업은 클라우드를 단순한 기술 인프라로만 볼 수 없다. 데이터의 흐름과 거버넌스를 사전에 설계하지 않으면 기술적 혁신이 오히려 리스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고려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데이터 주권을 최우선 기준으로 클라우드 아키텍처를 설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유럽에선 데이터를 EU 외 지역으로 이전하지 않고 인프라 운영 인력까지 EU 거주자로 한정하는 '소버린 클라우드' 모델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규제를 충족하는 수준을 넘어 사회적 책임과 고객 신뢰 확보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또한 일부 규제 산업에서는 고객이 보유한 물리적 데이터센터에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를 직접 구축해 운영하는 방식도 활용되고 있다. 이 모델은 공공기관이나 금융권처럼 높은 수준의 통제를 요구하는 조직에서 주로 채택되며, 클라우드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보안과 규제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와 유사하게 특정 국가나 기업이 자국 법과 정책에 따라 자체적인 클라우드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분산형 모델도 존재한다. 분산형 모델은 파트너십 기반의 접근 방식으로, 기술 주권을 확보하려는 국가나 산업에 적합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실제 사례로 싱가포르 국방과학기술청(DSTA)은 자국 국방부의 디지털 주권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오라클의 클라우드를 채택했다. 해당 기관은 엄격한 데이터 거버넌스 요건을 고려해 오라클 클라우드상에 전용 클라우드 환경을 구축하고 국방 시스템의 안정적 운영과 보안 요구 사항을 충족시켰다. 이런 방식은 정부기관이 자국 내 데이터 통제권을 확보하면서도 검증된 민간 IT기업과의 협력을 십분 활용해 클라우드만의 장점인 시스템의 민첩성과 확장성을 동시에 실현한 선진사례로 평가된다.
이 같은 사례는 국내 기업과 기관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디지털 주권을 둘러싼 요구는 특정 산업이나 국가에 국한된 게 아니다. 이제는 각 조직이 자국 또는 자사 정책에 맞는 클라우드 전략을 설계하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기술 파트너와 아키텍처를 선택하는 게 전략과 투자의 부담을 상쇄할 수 있는 실용적인 접근이라고 본다.
한국 역시 디지털플랫폼정부 추진과 공공기관의 민간 클라우드 전환 확대, 금융권의 클라우드 가이드라인 개정 등 디지털 주권 확보 움직임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이같은 환경에서 기업은 규제 대응 가능성과 데이터 통제 구조, 인프라 투명성까지 포함한 종합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를 선택할 때에도 해당 기업이 디지털 주권을 보장할 수 있는 인프라 설계와 운영 체계를 갖추고 있는지, 실제 진행 구축사례와 인증을 통해 신뢰할 수 있는지 면밀히 검토하는 게 바람직하다.
디지털 전환은 기술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데이터에 대한 통제력, 규제 대응 능력, 그리고 투명한 거버넌스가 함께 뒷받침될 때 지속가능성이 확보된다. 이젠 기술의 속도보다 전략의 방향성이 더 중요해진 시대다. 클라우드를 선택하는 일은 단순한 IT 의사결정이 아니다. 조직의 미래를 설계하는 일이자 신뢰의 기반을 구축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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