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헌 iM증권 리서치본부 부장
국내 주식시장에서 손꼽히는 분석가인 이상헌 iM증권 리서치본부 수석연구위원은 대선 이후 국내 주식시장 전망에 대해, 경기침체로 기업 실적은 나빠질 수 있지만, 기준금리 인하와 새 정부의 추경이 '쌍끌이'로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결국 증시도 우상향 할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우리나라의 성장률 전망치도 낮춘 것에 대해 묻자 성장률 하락은 이미 예견된 상황인 만큼, 유동성 확대가 주식시장에 더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주식시장은 선반영 되잖아요. 경기 침체에도 금리가 인하되면 주가는 오르고, 특히 '바닥 시그널'에서 더 많이 오릅니다. 더 이상 나빠질 게 없는 상황에서 유동성이 들어오면 좋아질 일만 생길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오르고, 오히려 경기가 좋아지면 기업의 실적은 좋아지겠지만 금리인상 등 유동성이 줄어들 것을 먼저 반영해서 주식시장도 나빠지는 거죠."
"최근 독일 주식시장이 홀로 오른 것도 결국은 재정정책에 따른 유동성 확대 기대감이 영향을 미친 거죠. 특히 그동안 돈을 풀지 않았던 나라가 이런 정책을 내놓으면서 효과가 더 커졌습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죠. 사실 미국이 관세를 부과할지 말지도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크게 상관하지 않을 거에요. 지금 주식시장에서 가장 먼저 상승하고 있는 증권주들, 그리고 건설주가 유동성 장세 기대감을 가장 먼저 반영하고 있는 겁니다."
은행과 증권, 건설주의 강세를 과거부터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유동성 장세 특징이라고 짚었다.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리면 주식 시장 매매가 늘어나며 증권주가 수혜를 받고, 부동산으로 흘러 들어가는 돈은 건설사의 실적으로 돌아올 것으로 보고 투자자들이 매수에 나선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관심있는 것은 결국 앞으로의 장세일텐데, 지난달부터 한은이 본격적으로 금리 인하를 시작했고 재정정책 쪽에서는 5월까지 15조원을 푼 것에 이어 앞으로 20조를 더 풀겠다는 계획이 나왔으니 우상향 기조는 이어질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최근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코스피 5000'은 다소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정치 구호'라고 평가했다. 현재 주가 수준을 고려하면 100% 가까이 상승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경기침체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통화정책 완화와 재정 투입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질문에는 "부작용이 있다면 '거품'이 발생하는 것일텐데, 그걸 걱정하기엔 지금 코스피 지수가 너무 낮습니다. 현 시점에 코스피가 4000을 갔다면 거품을 걱정할 만할 텐데, 지금 대선 이후 하루이틀 오른 걸로 부작용을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고 봅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2~3개월간은 유동성 장세로 인한 상승장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족집게가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시점을 말하긴 어렵지만, 지금 유동성이 풀리는 속도와 밸류에이션 상승 정도를 고려하면 9월정도가 코스피 3000 시점이 될 것 같아요."
주식시장 상승세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도 지속돼야 한다고 짚었다. 다만 지배구조에 대한 정확한 개념 정리가 먼저라고 했다.
"기사에서도 그렇고 증권가 애널들도 지배구조와 소유구조를 잘못 쓰고 있어요. 지배구조는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의 관계를 조율하는 매커니즘입니다. 지배구조는 이사회와 감사, 주주가 핵심입니다."
과거 우리나라에 지배구조 개념이 처음 도입될 당시 기업들의 특성상 지배구조에 소유구조 의미가 혼입됐다는 것이다. 최근 이사회에 여성 이사를 포함시키도록 권고하는 것 역시 '남녀평등'의 개념이 아니라 남성의 일방적인 결정이 아닌 여성 고객들의 반응까지 고려할 수 있도록 의사결정 매커니즘을 개선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지배구조 개선은 경영진과 주주 간의 이해상충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외국과 달리 경영자가 지배주주인 상황에서 이사회가 일부 지배주주의 후계 구도 등을 고려해 사익을 추구하는 결정을 하면서, 단순히 경영진과 주주간의 갈등이 아닌 지배주주와 일반 주주간의 대리인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고, 이로 인해 지배구조가 더 악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자사주 매입도 기업이 이를 들고 있으면서 결의권은 없지만 참석자 수를 높이는 효과를 통해 경영권 방어용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이것도 지배주주의 사리사욕을 추구하고 있는 거죠."
앞으로 지배구조 개선 방향은 이 같은 우리나라의 배경을 고려해 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상위법인 상법과 행위법인 자본시장법을 동시에 개정해야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봤다.
"우리나라 지주사들의 가장 큰 문제는 중복 상장이에요. 중복상장 이후 지주사는 배당을 원하는데 자회사 주주들은 새로운 투자를 원할 수 있죠. 여기서 지주사의 가치가 할인됩니다. 만약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충실의무가 주주까지 확대되면 이사회가 중복상장 등을 결정할 때 지배주주뿐 아니라 일반주주의 눈치도 봐야겠죠. 이런 기대감 때문에 상법 개정 수혜주로 지주사의 주가가 오르고 있는 겁니다. 할인율이 줄어들면서 결국 주가가 오를 수 있다는 거죠."
다만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환원 확대를 동일선상에 놓기는 어렵다고 봤다. "가장 많이 하는 오해가 지배구조 개선이 배당이나 주주환원 확대로 이어질 것이란 거에요. 기업이 많이 벌어도 배당을 하지 않고 투자를 하는 것은 경영상 판단이고, 상법이 개정돼도 경영상 판단은 존중될 겁니다. 지배구조 개선의 핵심은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이해상충에서 발생하는 대리인 비용을 줄이는 것이지, 주주환원을 늘리는 것이 아닙니다."
전 정부의 밸류업 정책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또 새로운 정부에서 이 같은 지배구조 개선 속도는 더 빨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전에는 '밸류업'에 관심도 없었잖아요. 밸류업 공시 기업 같이 눈에 보이는 성과로만 밸류업 정책을 판단하는데, 밸류업 정책이 나오고 나서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소각이 늘고, 기업들도 일반주주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잖아요. 이런 인식 전환이 가장 큰 성과라고 봅니다. 이런 흐름은 새 정부에서도 쭉 이어질 것이고, 이번 정부가 상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일반주주 권익 보호가 확대되고,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속도도 빨질 수 있는 기반을 만들 거라고 봅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