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결과 전문가 4인 분석
국힘, 尹과 '불완전한 결별' 패착
책임·물갈이 없으면 희망 안보여
내란극복·국민통합 인사가 관건
권력 휘두르면 민주주의도 몰락
강하기보다 포용력 발휘가 관건
실용성으로 기업·노조 균형유지
아직도 남은 사법리스크는 숙제
국힘, 尹과 '불완전한 결별' 패착
책임·물갈이 없으면 희망 안보여
내란극복·국민통합 인사가 관건
권력 휘두르면 민주주의도 몰락
강하기보다 포용력 발휘가 관건
실용성으로 기업·노조 균형유지
아직도 남은 사법리스크는 숙제
"보수진영도 계엄과 탄핵을 거친 지난 6개월은 겪지 않아도 될 허비된 시간이었다는 것을 인정할 겁니다." "윤석열 정권은 '오버스텝'으로 폐막했는데, 막강한 권력을 쥔 이재명 대통령이 가장 깊이 새겨야 할 금언은 '자중'입니다. 자중자애 해야 해요." "이제 한국정치는 레토릭에 빠진 '관념 정치'에서 '생산 정치'로 나아가야 합니다." "지금 한국정치는 보수라는 다른 한 축이 보수 불가능한 수준으로 망가졌습니다. 다시 세우려면 처절한 반성과 전면적 물갈이가 필요합니다."
대선 결과를 놓고 본보는 4인의 전문가와 인터뷰를 가졌다. 전문가들은 대선 결과는 예상된 것이었다는 데 이론이 없었다. '벼락같은 계엄'이 떨어졌을 때 이미 오늘(이재명 대통령 취임)이 잉태된 것이나 다름없었다고 했다. 좋으나 싫으나 한국정치판이 진보 대 보수 양 날개로 나아가는데 다른 한 축인 보수가 연거푸 탄핵을 당한 것은 역사적 '이적'(異蹟)으로서, 일부러 만들려 해도 힘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터뷰는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윤태곤 정치평론가, 이상돈 중앙대 법대 명예교수(전 국회의원)와 전화통화로 이뤄졌다.
전문가 4인은 대선의 촌평과 함께 국민 통합을 내세우면서도 '내란 극복'을 강조한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 입법권에 행정권을 쥐고 사법부까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절대권력'의 행사 방식, 친노동에 비해 상대적으로 반기업·반시장이랄 수 있는 정책들, 이 대통령의 재판과 관련한 여당의 법 개정 밀어붙이기 등에 대해 견해를 밝혔다.
◇대선 결과는 무엇을 의미하나= 전문가 4인 모두 계엄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상돈 교수는 "보수진영은 외부서 영입한 윤석열이라는 인물을 세웠는데, 제대로 평가를 하지 않은 채였다. 거기서 보수의 망조가 들었다"고 했다. 2012년 대선 패배 때 당시 진보에 가해진 '진보 폐족'이 지금 '보수 폐족'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미국 풀뿌리 민주주의의 사례를 들었다. 보수 국민의힘은 지역 당조직도 제대로 갖추지 않고 선거 때만 되면 가설 포장마차처럼 설치됐다 해산을 반복하는데, 상설 조직의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보수 재건을 바라기는 하세월이지만, 새살이 돋도록 무기력한 구세대는 싹 사라져야 그나마 희망이 보인다"고 직격했다.
윤태곤 평론가는 대선 승리는 어려웠겠지만,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확실히 결별하고 진심어린 사과를 했다면 표차는 훨씬 줄었을 것"이라고 했다. 박원호 교수는 "계엄은 불통에서 시작된 측면이 있다"며 "본인(윤석열 대통령)도 설명하기 어려운 정치적 도그마에 빠진 결과"라고 진단했다. 박명호 교수는 "계엄과 탄핵이란 충격에서 미처 헤어나지 못한 국힘은 의원들을 포함 당이 대선에 전력투구를 하지 않았다"며 "이에 대한 책임을 묻고 대대적 물갈이와 혁신이 없으면 희망이 없다"고 했다.
◇'내란 극복'과 국민통합 양립할 수 있나= 박원호 교수는 "이 대통령이 말하는 '내란'은 현재 사법적 절차가 이뤄지고 있다"며 특검법까지 만들어 별도의 응징을 하려 하는 것은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 정치적 심판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으로 어느 정도 이뤄진 것이고 "임기 초기 동력이 있을 때 민생 등 개혁 과제에 전념하는 것이 좋다"고 권했다.
윤태곤 평론가는 좀 다른 의견을 피력했다. '반성하지 않는 자'는 철저한 취조(取調)만이 기다린다고 했다. 이상돈 교수는 "문재인 정부에서 있었던 적폐청산 시즌2 우려가 없지 않다"며 "죽은 자를 또 죽여 얻을 게 뭐가 있나"라고 말했다.
박명호 교수는 "'내란 극복'과 국민통합은 모두 이 대통령이 직접 할 수는 없다"며 "결국은 어떤 인사를 통해 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첫 인선에서 비서실장에 온건한 강훈식 의원을 낙점한 점을 들어 "어느 정도 통합의 진심을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3권'을 쥔 '절대권력' 대통령의 권력자제 기대할 수 있나= 이재명 대통령은 행정권에다 범여권 193석의 국회, 대법관 수를 30명 안팎으로 대폭 늘리려는 법원조직법 개정으로 사실상 3권을 쥔, 견제세력 없는 '절대권력'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양날의 칼로 보았다.
박원호 교수는 "전임 대통령은 이 대통령의 반면교사"라며 "경쟁자를 적으로 간주하고 권력을 휘두르기 시작할 때 자신의 몰락은 물론 민주주의도 무너진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최근 10여년 한국 정치적 상황을 그대로 기록해 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며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라는 책의 사례를 들었다.
이상돈 교수는 "내가 보는 이 대통령은 생존본능이 누구보다 탁월한 인물"이라며 "권력을 생존 싸움으로 보지 않고 너그러움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사적으로는 이 대통령의 중앙대 법대 은사이기도 하다.
박명호 교수는 "이 대통령은 87체제 이후 최고의 권력자 대통령이 됐다"며 "강하기 보다 포용력을 발휘할 수 있는 '무른' 권력행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국힘보다는 민주당이 비교적 정당 정비가 잘 돼 있는 당이라며, 이 대통령 개인이 모든 걸 다하려고 하지 말고 "적절한 권한 이양과 상호 견제를 통해 권력의 균형과 효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친노조 반기업' 법령에 대한 우려 불식할 수 있을까= 박명호 교수는 "문재인 정부에서 교훈을 얻을 것을 권한다"며 "이 대통령은 민생회복과 취약층 보호를 중시하는데, 기업과 시장에 무리를 주는 법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업을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개별 법에 대해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이 대통령이 이제 야당의 대표가 아니라 경제를 책임진 대통령이라는 신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원호 교수는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을 할 때 필요하다면 가랑이 사이로 기어갈 수도 있다는 각오를 밝힌 것으로 안다"며 "실용성과 능률을 강조하는 이 대통령이 '무조건적 반기업적 적개심'을 갖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태곤 평론가는 "정치든 경제든 과할 때 역풍을 맞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며 "어느 분야든 강경책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고 강조했다.
◇여전한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 어떻게 풀어야 하나= 이상돈 교수는 "취임 전후의 조건이 다르긴 하지만 미국에서는 작년 7월 당시 트럼프 후보의 재판(대통령 당선시)에 대해 대법원이 심리불속행을 선언했다"며 "민주당이 공직선거법과 형사소송법을 개정해 대통령의 재판을 회피하려는 것은 졸책"이라고 했다. 이는 개별 판사의 문제라며, 판사들이 재판을 연기하면 재판이 열리지 않게 된다고 설명했다. 법 개정이 아니라 정치적 해법을 찾을 수 있다는 분석으로 풀이된다.
박원호 교수도 비슷한 견해를 밝혔다. 박 교수는 "법 개정은 마치 무엇을 놓고 논리적 다툼을 하기 싫어 아예 판을 바꾸겠다는 것과 같다"며 "일부에서 '민주적 정당성'이란 개념을 들어 현직 대통령의 재판은 중단 또는 연기된다는 설이 있는 점을 여야가 정치적으로 논의하고 국민의 의견을 듣는 기회를 갖는 게 좋다"고 말했다.
박명호 교수는 "당장 이달 공직선거법 선거 파기환송심이 예정돼 있는데, 아마 이 대통령 리더십의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라며 "법개정을 통해 면소하려는 방안은 국민적 반감을 부를 수 있기 때문에 대통령이 직접 국민 앞에 나서서 지금이라도 정치적 해결의 모색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규화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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