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취임사
통제·관리 대신 지원·격려할것
비상경제TF 구성 첫 행정명령
첨단기술·재생에너지 전환 강조
이재명 대통령은 4일 취임사에서 " 다시 힘차게 성장 발전하는 나라를 만들겠다"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고, 성장의 기회와 결과를 함께 나누는 공정성장이 더 나은 세상의 문을 열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제 출범하는 민주당정권 이재명정부는 정의로운 통합정부, 유연한 실용정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주권, 통합, 실용, 민생회복을 키워드로 전국민을 아우르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에는 취임사를 이행하는 첫 행정명령으로 '비상경제점검 TF(태스크포스)' 구성을 지시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이 이주호 사회부총리겸 교육부 장관과 이 같은 내용으로 통화하고, 오늘 오후 7시30분까지 관련 부서 책임자 및 실무자의 소집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회 로텐더홀에서 취임선서를 한 후 '국민들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이번 대선에서 누구를 지지했든 크게 통합하라는 대통령의 또 다른 의미에 따라, 모든 국민을 아우르고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5200만 국민이 보내주신 5200만 가지 열망과 소망을 품고 오늘부터 저는 대한민국 21대 대통령으로서 진정한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을 향한 첫발을 내딛는다"면서 "벼랑 끝에 몰린 민생을 되살리고, 성장을 회복해 모두가 행복한 내일을 만들어갈 시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취임사 곳곳에서 통합을 강조했다. "공존과 통합의 가치 위에 소통과 대화를 복원하고, 양보하고 타협하는 정치를 되살리겠다"면서 "낡은 이념은 이제 역사의 박물관으로 보내자"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제부터 진보의 문제란 없다, 이제부터 보수의 문제도 없다, 오직 국민의 문제, 대한민국의 문제만 있을 뿐"이라며 "박정희 정책도, 김대중 정책도, 필요하고 유용하면 구별 없이 쓰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실용을 앞세워 민생 회복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재명정부는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가 될 것"이라며 "통제하고 관리하는 정부가 아니라 지원하고 격려하는 정부가 되겠다"는 말도 했다.
이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경제 정책과 관련해서는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기업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규제는 네거티브 중심으로 변경하겠다"면서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고 말했다. 동시에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는 말도 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첨단 기술 산업에 대해서는 대대적 투자·지원을 강조하면서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재생에너지 중심사회로의 전환 필요성 또한 함께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제 지속적 성장을 위해서는 성장·발전 전략을 대전환해야 한다"며 "균형발전, 공정성장 전략, 공정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불균형 성장이 한계를 드러내고, 불평등에 따른 양극화가 성장을 가로막게 돼 수도권 집중을 벗어나 국토균형발전을 지향하고 대·중·소 벤처기업과 스타트업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산업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외교·안보 정책에 대해서도 실용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를 통해 글로벌 경제·안보환경 대전환의 위기를 국익 극대화의 기회로 만들겠다"면서 "굳건한 한미동맹을 토대로 한미일 협력을 다지고, 주변국 관계도 국익과 실용의 관점에서 접근하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북 정책과 관련해서는 "분단과 전쟁의 상처를 치유하고 평화 번영의 미래를 설계하겠다"면서 "아무리 비싼 평화도 전쟁보다 낫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싸워서 이기는 것보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낫고, 싸울 필요 없는 평화가 가장 확실한 안보"라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 GDP의 2배에 달하는 국방비와 세계 5위 군사력에, 한미군사동맹에 기반한 강력한 억지력으로 북핵과 군사도발에 대비하되, 북한과의 소통 창구를 열고 대화 협력을 통해 한반도평화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이 제시한 마지막 키워드는 '국민주권'이었다. 이 대통령은 "불법계엄으로 실추된 군의 명예와 국민신뢰를 회복하고, 다시는 군이 정치에 동원되지 않도록 하겠다"면서 "국가권력을 동원한 내란에 저항하고, 아름다운 빛으로 희망세상을 열어가는 국민 여러분이 이 역사적 대장정의 주역"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주권자의 충직한 일꾼으로서, 5200만 국민의 삶과 국가의 미래를 위탁받은 대리인으로서 21대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주어진 책임을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쯤 취임선서를 했다. 국회 본관 로텐더홀에 도착해 미리 도열한 민주당 의원들과 인사하며 일일히 악수를 했다.
이날 행사엔 5부 요인과 국무위원, 국회의원들이 초대됐다. 이 대통령 내외는 5부 요인으로 참석한 조희대 대법원장과도 웃으며 악수했다.
이 대통령은 오른손을 들고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 창달의 노력을 하며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한다"고 밝혔다.
임재섭기자 yjs@dt.co.kr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선서식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