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미국 진출 약 39년 만에 누적 1700만대 판매를 돌파했다. 기아도 견조한 판매량을 달성하며 관세에 대한 우려를 다소 해소한 모습이었다. 다만 이달 가격 인상 분수령에 놓인 만큼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대차 미국법인은 지난 5월 현지 판매량이 8만4521대로 전년 동월 대비 8% 증가했다고 3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로써 1986년 미국 시장 진출 이래 '현대'(Hyundai) 브랜드로 판매된 차량이 1700만대가 넘어서게 됐다.
이에 대해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은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5월에 현대차는 두 가지 중요한 이정표를 세웠다"며 "1986년 미국 시장 진출 이후 누적 판매량 1700만대를 돌파했고,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신형 전기차 아이오닉 9의 판매를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기아도 지난달 7만9007대를 판매해 작년 같은 기간보다 5% 증가했다. 가격 인상에 대한 우려가 소비 심리를 촉진시킨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기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지난 4월 초 수입차에 대해 25% 관세를, 지난 5월 초 수입산 자동차 부품에 대해서도 25% 관세를 부과했지만 차량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 3~4개월치 재고를 북미에 비축해둔 상태이기에 당분간 가격 인상 압박은 덜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다만 지난 2일 약속했던 가격 동결 프로그램이 종료됨에 따라 가격 인상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는 지난달 일부 차종의 가격을 최고 2000달러 올렸으며, 일본 스바루도 신차 모델의 가격 인상을 발표했다.
게다가 현대차·기아의 수입 물량 비중은 65%로 르노·닛산·미쓰비시(53%), 도요타(51%), 혼다(35%) 등 경쟁업체보다 높다. 따라서 가격 인상 압박에 더 노출돼 있다고 볼 수 있다. 현대차·기아는 미국 현지 생산물량을 연간 120만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당장 이행되기는 어렵다.
따라서 시장의 반응을 살펴 단계적 가격 인상을 고려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가격 인상을 발표한 스바루의 경우 지난달 판매량이 전년 동월 대비 10.4% 급감했다. 신차 일부 모델의 가격 인상이 단행됨에 따른 소비자의 신뢰도 하락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정부 간 협상을 통해 관세율을 낮추는 것이 미국 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이라 보고 있다. 영국은 미국과 연간 10만대에 한해 자동차 관세를 10%로 낮추는 것에 합의했으며, 유럽연합(EU), 일본, 베트남, 인도 등도 활발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일 미국과의 통상 협상 관련 "당장 닥칠 가장 큰 현안이 될 것"이라며 "필요하면 가랑이 밑이라도 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적극적인 의지를 드러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