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음악저작권협회(이하 음저협)이 지난해 상반기에만 임직원 '자기계발비'로 2억9000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음저협은 지난해 총회나 이사회 승인 없이 7억원 규모의 '자기계발비' 항목을 신설하고 임원은 1000만원, 직원은 400만원 한도 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는데 한 임원은 지난해 헬스장, 피부과 등에서 약 1000만원을 사용했다.
자기계발비 항목이 신설되기 전인 2023년에는 골프연습장, 주류판매점 등에서 법인카드로 3800만원을 사용했고 신설 이후에는 자기계발비를 포함해 헬스클럽, 안마시술소 등에서 7700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음저협과 함께하는음악저작인협회(이하 함저협), 한국음반산업협회(이하 음산협) 등 3개 저작권 신탁관리단체에 대한 지난해 업무점검 결과를 발표하고 '이해충돌'과 '일감 몰아주기' 등 부당행위를 확인했다고 3일 밝혔다.
부당 행위가 가장 심한 곳은 음저협으로 나타났다. 음저협 임원 A씨와 B씨는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자신들의 전·현 소속자를 음저협 행사 수행업체로 선정하고 연출료 등으로 3900만원을 지급했다. 또 본인들과 현 소속사 예술인들에게는 행사 출연료나 협찬금 명목으로 9600만원을 지급받거나 지급했다. 이에 따라 총 1억3500만원이 음저협 회계에서 지출된 사실이 확인됐다.
음저협 한 임원은 자신이 TV 광고 제작·송출업체 선정 과정에 평가위원으로 여러 차례 참여했는데도 선정 업체가 해당 광고 영상에 자신의 곡을 사용하는 것을 회피하지 않았다. 음저협은 이 광고에 대한 저작권 사용료로 2022년과 2023년 두 차례에 걸쳐 600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설공사 계약 시 법령위반과 일감 몰아주기 정황도 확인했다. 또한 내부 규정에서 선거관리위원의 임기는 차기 선거관리위원회가 구성되는 날까지로 규정하고 있었지만 2017년 9월에 위촉한 위원 5명을 8년 동안 한 명도 교체하지 않고 사실상 무기한 연임이 가능한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음저협은 문체부가 2018년부터 요구한 '정회원 확대' 개선명령도 이행하지 않고 있다. 총회 의결권과 선거권 및 피선거권이 부여되는 정회원 비율은 2014년 4.2%에서 지난해 1.7%로 급감했다.
이같은 행위는 영리·부당행위, 이권 개입 등을 금지하고 있는 음저협 '임직원 윤리강령'에 위배될 뿐 아니라 '이해충돌방지법' 및 '청탁금지법' 위반사항이다. 음저협은 지난 1월 1일 이해충돌방지법 등의 적용을 받는 공직유관단체로 지정됐지만 법상 의무 적용을 회피하기 위해 공직유관단체 지정 취소소송을 제기해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외에 함저협은 총회·이사회 의결 사항 미공고, 채용 규정 미비 등이 지적됐다. 음산협에게는 출장비 지급 부적정, 채용 시 검증 부실 등을 지적했다.
문체부는 이번 업무점검 결과를 토대로 업무 개선명령을 부과하고 이행 결과를 점검할 계획이다. 아울러 신탁관리단체 임원이 지급받는 보수·수당 등의 공개 의무를 강화하는 내용의 '저작권법' 시행령 개정안이 입안돼 심사 중이다. 음저협과 음실련에 이어 함저협과 음산협의 공직유관단체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