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 비자 취소는 미래 기술탈취까지 막겠단 '원려'
中 자체 여객기 개발은 美 기술과 부품 없인 사상누각
반도체 설계기업 금수조치는 '반도체 굴기' 봉쇄 의도
트럼프, 中 기술패권 도전 절대 용납않겠단 의지 확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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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설계기업 금수조치는 '반도체 굴기' 봉쇄 의도
트럼프, 中 기술패권 도전 절대 용납않겠단 의지 확고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가 대(對)중국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미국 정부는 28일(현지시간) 제조업의 기본이 되는 핵심기술의 대중 수출을 금지했다. 미국에서 공부하는 중국 유학생 비자를 일일이 리뷰해 중국 공산당에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경우 즉각 취소하는 조처도 취하고 있다.
중국으로 유입되는 미국의 첨단 기술을 차단함과 동시에 중국인 유학생들이 핵심기술 분야에 진입해 첨단기술을 탈취할 가능성까지 막겠다는 '원려'가 실렸다는 평가다.
이날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가 연방국제통상법원에서 무효 판결을 받아 제동이 걸렸지만, 어떤 식으로든 관세를 포함한 대중 공세는 늦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24년 기준 미국은 중국과 무역에서 전체 무역적자의 32%에 달하는 2954억달러의 적자를 보았다. 미국은 현재 중국이 미국을 바짝 추격하고 있거나 우위를 보이는 인공지능(AI), 정보기술(IT), 반도체, 국방기술, 배터리 등도 미국으로부터의 기술 탈취나 정부 보조금에 의한 불공정의 산물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은 미래 산업을 둘러싼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에서 더 이상 중국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단단히 공세를 펴고 있는 것이다.
28일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항공기, 엔진, 반도체, 특정 화학물질 등 기간산업에 필수적인 기술의 대중 수출을 금지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미국은 중국 항공기 제조사 중국상용항공기공사(COMAC·코맥), 반도체 설계용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케이던스 디자인 시스템즈, 시놉시스, 지멘스 EDA 등을 정조준한 수출 중단 조치를 단행했다.
이날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중국 공산당과 관련이 있거나 (안보와 직결되는) 중요한 분야에서 연구하는 이들을 포함해 중국 학생들의 비자를 공격적으로(aggressively) 취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루비오 장관은 향후 국무부가 중국과 홍콩에서 들어오는 모든 비자 신청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기 위해 비자 기준도 개정할 것이라고도 했다.
미국이 중국을 향해 공세의 고삐를 바짝 조이는 데에는 전술적으로 무역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한 판단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이 필요로 하는 첨단 기술을 지렛대 로 이용해 삼아 미국이 협상에서 중국에 더 많은 것을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자체 여객기를 생산하고 있지만, 미국의 보잉 등에 대한 의존은 한동안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한다. 또한 미국의 기반 소프트웨어 없이는 중국의 첨단 반도체 자체 개발은 난관에 부딪힐 것이라는 게 지배적 견해다.
중국인 유학생의 비자 취소 역시 중국 정부로서는 국내 여론 악화 등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전략 가운데 하나는 없던 지렛대를 만든 뒤 상대를 불리한 테이블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루비오 장관의 이날 발표가 미중 무역협상과도 맞물려 있다는 고위 당국자의 발언을 전했다.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강경 정책을 띄운 후 이내 완화적 후속책을 발표해온 그간의 행태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항상 겁을 먹고 물러선다'는 의미의 신조어 '타코'(Taco·Trump Always Chickens Out)까지 생겨난 데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직접 불쾌감을 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타코'에 대한 질문을 받자 "그건 협상이라고 부르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치고 빠지는' 그의 협상술이 상대에 수를 읽힌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럼에도 잇따른 기술 및 인적교류의 대중 차단 정책은 트럼프 행정부가 근본적으로 기술 패권을 중국에 내주지 않겠다는 미국의 전략적 목표에서 나왔음은 분명하다.
이규화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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