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공장 유휴부지·직영 서비스센터 9곳 매각키로
업계 "영업강화 계획도 없는데… 발 빼려는 움직임"
비자레알은 전면 부인 "지속가능성 확보 위한 조치"
업계 "영업강화 계획도 없는데… 발 빼려는 움직임"
비자레알은 전면 부인 "지속가능성 확보 위한 조치"
철수설에 휩싸이고 있는 한국GM이 국내 직영 서비스센터 9곳과 부평공장 일부 시설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구체적인 신차 출시 계획이나, 영업 강화 계획은 없이 자산 매각 결정만 나오자 업계에서는 철수를 준비하고 있다는 시그널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게다가 매각 계획 발표가 노조와의 임단협 상견례를 미루면서 나왔기에 이러한 주장에 더 힘이 실리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은 지난 28일 운영 효율화를 위해 전국의 9개 GM 직영 서비스 센터를 순차적으로 매각하고, 부평공장의 유휴 자산 및 활용도가 낮은 시설과 토지 매각도 협의할 예정이라고 전직원에 공지했다.
헥터 비자레알 GM 아태지역·한국사업장 사장은 이에 대해 "유휴 자산의 가치 극대화와 적자 서비스 센터 운영의 합리화가 회사의 지속 가능성을 유지하는데 중요하다"며 "현재 차량 생산프로그램은 아직 수년이 남아 있으며, 이번 조치는 회사의 비즈니스 효율성 확보에 필요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자산 매각 결정은 노조와의 상의 없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져 철수설에 더욱 불을 지폈다. 당초 이날 한국GM과 노조는 '2025 임금 및 단체협상 노사 상견례'가 예정돼 있었지만 사측은 글로벌 GM 긴급회의로 일정을 일방적으로 연기했다.
금속노조 한국GM지부는 "지난 경영설명회에서 내수판매에 집중한다고 했다. 내수 판매가 활성화되려면 오히려 직영 서비스센터가 활성화돼야 하는 데 앞뒤가 맞지 않다"며 "한국GM 토지를 매각하고 있는데 이러한 단기적인 매각을 통해 어떤 장기적인 미래 발전을 확보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한국GM의 철수가 예정된 수순을 밟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최근 신차 출시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자산 매각을 추진하자 중장기적으로 한국 사업의 발을 빼려는 움직임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한국 시장에 들어오기 위해선 서비스센터 구축이 가장 어렵다. 지역도 한정됐고, 아무 데나 시설을 들일 수 없기 때문에 BYD도 서비스센터 확보가 안 돼서 애를 먹고 있다"며 "서비스센터를 판매하겠다는 것은 몇 년 안에 철수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한국GM의 소극적인 국내 영업활동이 철수설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내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선 국내 판매 점유율을 일정량을 유지하는 게 필요한데 한국GM은 이를 위한 신차 출시나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벌이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한국GM은 캐딜락, GMC, 쉐보레 등을 포함 작년에 2만5353대를 판매했다. 작년 한 해 동안 신규등록된 승용차(143만9310대)의 1.8%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올해 국내 공장에서 생산하는 내수용 차량 판매 목표는 1만8000대로 보수적으로 잡았다.
이 교수는 "4만~5만대 수준으로도 한국GM의 전체 볼륨을 유지하기에 쉽지 않다. 영업전략을 강화하지 않는 것에 의구심이 들었는데 중장기적으로 국내 생산시설을 대폭 축소하거나 철수하려는 의지"라고 분석했다.
같은 날 GM 본사는 미국 엔진 공장에 대한 신규 투자 계획을 밝혔다. 내연기관 엔진 생산 증대를 위해 뉴욕주 버팔로에 있는 토나완다 엔진 공장에 8억8800만달러(약 1조2000억원)를 투자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친환경차 후퇴 기조에 따른 영향으로, GM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더 길어질 것으로 판단, 전동화 전환에 속도를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사업계획에 있어 대대적인 수정도 불가피하다.
본사의 사업계획 조정으로 한국GM의 자리도 위태로운 모양새다. GM은 앞서 사업계획 조정으로 투자나 해외 사업에서 발을 뺀 사례가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랜싱에 설립 중이었던 배터리 합작법인 얼티엄셀즈의 지분을 전기차 캐즘 심화로 LG에너지솔루션에 매각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 해외 생산기지에서 비용 등 변수 발생으로 철수를 결정한 적도 있다. 2013년 호주, 2015년 인도네시아·태국, 2017년 유럽·인도에서 현지 공장 매각 등의 방식으로 철수한 바 있다. 한국에서도 2019년 수익성 악화로 군산공장의 문을 닫았다. GM은 트럼프 관세 정책으로 50억달러 정도의 피해를 입을 것으로 분석했는데, 그중 한국 수입액 피해가 20억달러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모든 의사결정은 본사가 내리는 것"이라며 "관세 부담이 가중되고 있으니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해외 사례로 미루어보아 그중 최악의 방안이 철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GM은 효율화를 강조하는 제작사이기에 지난 20여년간 여러 국가에서 공장 매각이나 철수가 단행된 이력이 있다"며 "한국에서 생산하는 물량이 가솔린 두 차밖에 없고, 첨단 기술은 진행 안 하고 있기에, 언제든지 필요에 따라 떠나기 쉬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한편 비자레알 사장은 이러한 철수설에 전면 부인하고 있다. 비자레알 사장은 이날 노조와의 대화에서 "수익성이 나지 않는 사업장을 매각하는 건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이며, 한국GM은 내수시장에서 철수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시설 매각의 경우는 현재나 미래의 생산계획이나 생산시설 활용도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매각 협의 대상이 되는 곳은 현재 생산과 사용이 되지 않는 곳이며, 향후 사용 계획이 없는 곳"이라고 해명했다.
임주희기자 ju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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