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위안화와 유로화 협공 받는 미국 달러 패권](http://contents.dt.co.kr/images/202505/2025052802100289660001[1].jpg "[기획] 위안화와 유로화 협공 받는 미국 달러 패권")
◇라가르드 "유로의 순간", 中 위인화 결제비율 높여라가르드 "유로의 순간"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 달러화의 위상에 금이 가는 여러 현상이 국제 거래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다. 국제 무역거래에서 유로화와 위안화의 비중은 조금씩이나마 늘고 있는 반면 달러화 비중은 줄어들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26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한 연설에서 달러화의 신뢰가 흔들리면서 유로화가 대안으로 지위를 공고히 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현재 일어나는 변화가 '글로벌 유로의 순간'을 열어주고 있다"며 글로벌 무역에서 역할 확대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마침 이날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위안화 비율 하한선을 25%에서 40%로 올리며 국제 무역 결제 시 위안화 비율을 높이라고 주요 은행들에 요구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복수의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이 같이 보도하면서 미국의 관세정책이 세계 경제를 뒤흔드는 상황에서 위안화 국제화에 박차를 가하려는 의도라고 했다.
중국은 그동안 다양한 수단을 통해 위안화의 위상 강화를 꾀해왔다. 시중 은행들은 인민은행의 지침을 준수하기 위해 무역업체들에게 서비스 수수료를 할인해주며 위안화 결제를 유도해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중국이 2015년 위안화의 국제화를 목표로 출범한 '국경 간 위안화 지급 시스템'(CIPS)에 참여하는 은행이 3년간 30%가량 증가했다.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약 1667개 은행이 참여하고 있다.
◇中, 위안화국제지불시스템(CBIP) 통해 위안화 결제 유도中 위안화결제비중 인상
SWIFT 자료를 보면 지난 3월 글로벌 결제에서 위안화 비중은 4.1% 정도로 달러(49%)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일부 위안화 결제는 SWIFT가 아닌 중국의 위안화국제지불시스템(CBIP)을 통해 이뤄지고 있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CBIP를 통한 거래액이 전년 대비 40% 넘게 늘어난 175조 위안(약 3경3890조원)이었다.
위안화의 위상이 강화되면서 위안화 강세도 이어지고 있다. 26일 현재 역내 위안·달러 환율은 중국 경기 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연초 7.29위안에서 1.5%가량 하락해 7.1868위안으로 절상된 상태다. 유로화 대비 달러의 약세도 이어지고 있다. 유로화는 2024년 이후 달러 대비 약 10% 상승하며 강세를 보이고 있다.
세계 각국의 외환보유고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도 낮아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24년 3분기 기준 전 세계 외환보유고에서 달러의 비중은 57.4%(위안화는 2.18%)로, 1994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10년간 약 9%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주요 6개국 통화(유로화·엔화 등)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도 올해 들어 9%가량 하락했다. 한국시간 27일 오후 2시 36분 기준 98.01를 보이고 있다
최근의 달러 약세는 직접적으로는 36조달러에 달하는 미 공적부채로 인한 미국정부의 신용도 하락과 최근 미 하원에서 통과된 감세법안에 기인한다. 엄청난 재정적자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감세를 추진해 추가적으로 미 재정적자가 3~4조달러 늘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 때문에 미 국채가격이 하략을 면치 못하고 있다. 30년물 미 국채 금리는 심리적 저항선인 5%를 넘은 상태다.
◇유로·위안화 자체 한계 때문에 달러 패권은 아직 굳건아직 달러만한 화폐 없어
국제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미국 달러의 기축통화로서 지위는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일부 대안으로 유로와 위안의 역할은 일정부분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경제력 부상과 중국을 포함한 신흥경제국 연합체 브릭스(BRICS)의 세력 확장 역시 탈(脫)달러 움직임을 자극하고 있다. 브릭스가 무역결제에서 달러 대신 독자적 결제시스템을 채택할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브릭스 국가에 100% 관세 부과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관세 정책과 막대한 재정적자는 달러에 대한 신뢰를 저하시키고 있다. 취임하자마자 동맹국을 포함해 세계 각국을 대상으로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위협은 글로벌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뜨렸다. 미국에 대한 신뢰 하락은 바로 달러에 대한 신뢰 하락으로 이어졌다. 게다가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와 스테이블코인의 부상도 달러 패권에 영향을 주고 있다. 미국국채는 그동안 금(金)과 동급의 안전자산으로 인정받아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사들였다. 최근 국채 가격이 떨어지는 이유는 각국 중앙은행들이 이전만큼 미 국채를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달러를 대체할 통화는 당분간 등장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유로화와 위안화 모두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으며, 글로벌 금융시장의 신뢰를 완전히 얻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러 중심의 통화 체제는 점차 변화하고 있으며, 향후 글로벌 금융질서의 재편은 불가피하다.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결제시스템이 탈달러화로 갈 수도 있다.
통화 체제의 다극화는 환율 변동성과 무역 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이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대응전략이 필요하다.
이규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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