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기관들은 이미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 부진을 기정사실화하며 성장률 전망치를 일제히 하향조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은 역시 기존 성장률 눈높이(1.5%)를 큰 폭으로 하향조정하고 기준금리도 내릴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은 오는 29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와 함께 '수정경제전망'을 통해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 물가 예상치를 발표한다. 2월에 발표했던 올해 성장률 예상치는 1.5%, 내년 예상치는 1.8%다.
지난 1분기 한국 경제는 0.2% 역성장했다. 이에 국내외 기관들은 줄줄이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1% 이하로 낮춰잡고 있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전망치를 1.6%에서 0.8%로 반토막냈다. 지난 2월 1.6% 전망치에 석 달 만에 절반인 0.8%포인트(p)내려 잡았다. 국제통화기금(IMF)1.0%은 물론 정부 1.8% 등 국내외 주요 기관 중에서도 가장 낮은 전망치다. 일부 해외 투자은행(IB)을 제외하고 경제 전망기관 중 0%대 성장률을 예상한 곳은 현재까지 KDI가 유일하다.
KDI는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낮춘 배경으로 통상여건 악화를 지목했다. 관세 부과 등 대외 요인이 성장률 전망치를 0.5%p 끌어내렸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2월 전망 당시에는 관세 인상이 이렇게 빨리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장기화된 내수 침체에 미국 관세 부과 등 통상 여건까지 악화되며 대내외 불확실성이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한은도 이번에는 기존 성장률 눈높이(1.5%)를 큰 폭으로 하향 조정하고 동시에 경기 부양 차원에서 기준금리도 내릴 가능성이 크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여러차례 성장률 하향 조정 가능성을 내비쳤다.
지난 4월 금통위에서 이 총재가 성장률의 대폭 하향 조정을 시사해 시장의 관심은 한은마저 0%대 성장률을 제시할지 여부다. 1% 미만 성장률은 1998년 외환위기(-4.9%)와 2009년 금융위기(+0.8%), 코로나19 후폭풍이 컸던 지난 2020년(-0.7%) 등에 불과할 정도로 드물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달 초 이 총재는 이탈리아 밀라노 출장에서 2월 한은은 올해 경제 성장률을 1.5%로 제시한 바 있는데, 이후 집계된 여러 경제 지표들의 동향을 감안하면 해당 수치의 하향 조정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짚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 역시 "한은이 이달 말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큰 폭으로 내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안예하 키움증권 선임연구원은 1.0%로의 하향 조정을 예상했다.
주형연기자 jhy@dt.co.kr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앞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