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 무역적자, 美기업 차별은 기본 이슈
中 압박에 필요한 EU 동참, 꾸물대자 실망
中 경제 지배력 제어할 '경제 안보' 내세워
中 압박에 필요한 EU 동참, 꾸물대자 실망
中 경제 지배력 제어할 '경제 안보' 내세워
![[기획]트럼프 갑작스런 EU 50% 관세부과 배경엔 `중국`도 있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505/2025052502109989660010[1].jpg "[기획]트럼프 갑작스런 EU 50% 관세부과 배경엔 `중국`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고율 관세를 부과한 이유는 일차적으로 EU와 무역협상 속도가 진전이 없는 데서 기인한다. 트럼프 대통령도 "우리의 협상은 아무런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그간의 주장을 반복했다. 미국이 EU에 '무역착취'를 당해왔으며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EU의 무역장벽, 미국기업 차별, 통화조작, 미 기업에 대한 부당한 소송, 부가가치세 등으로 미국은 EU와 무역에서 2500억달러(342조원)의 무역적자를 보았다고 주장했다. 이는 용납할 수 없는 숫자라고 했다. 그런데도 EU는 협상에 속도를 내지 않고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EU에 대한 상호관세 50%가 트럼프 대통령 말대로 부과되면 EU는 현재 미국 무역상대국 가운데 가장 고율의 관세를 물게 된다. 145%의 관세를 부과했던 중국과는 지난 12일 스위스 회담을 통해 서로 상대국에 대한 관세를 90%포인트(p) 씩 낮춰 미국은 중국에 30%, 중국은 미국에 10%의 관세를 물리기로 하고 90일간 이를 적용하기로 했다. 앞서 한국 일본 등 다른 나라에 대해서도 90일간(7월 8일까지) 상호관세를 유예키로 하고 협상을 통해 최종 관세를 정하기로 했다.
대 EU 관세율 50%는 지난달 각국 상호관세를 발표할 때 EU에 물리기로 한 20%보다도 2.5배 높다. 세율 뿐만 아니라 부과 시점을 6월 1일로 임박해 정한 것을 봐도 트럼프 대통령이 얼마나 EU와의 무역협상에 좌절감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이런 트럼프 대통령의 격앙된 입장을 이해하는 데에 월스트리트저널(WSJ)의 24일 보도는 일말의 답을 준다. '왜 트럼프는 EU를 맹비난 하는가'란 제목에서 WSJ는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 무역적자 규모와 소극적 협상 태도 외에도 대 중국 압박 연대에서 EU가 협조하지 않는 데에 대단히 실망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미국은 EU가 중국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기를 원한다. 그럼에도 EU는 아직까지 중국 수출품과 중국산업에 대한 새로운 관세 부과나 제재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대중 압박을 강화하는 트럼프 정책이 보다 효과를 내려면 EU도 거들어야 한다. WSJ은 EU와 미국간 양자 무역협상 만큼 EU로 하여금 중국을 압박하도록 만드는 것도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에겐 중요한 일이다. 일례로 지난 8일 미국과 영국간 합의한 협상안에는 영국이 중국산 철강에 대해 관세 부과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EU는 주권국가 연합체로 중국에 대한 정책에서 미국이 시키는 대로 하지는 않는다. 다만 EU도 중국의 핵심 산업에 대한 국가 보조금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는 데는 인식을 같이 한다. 이에 대해서는 미국과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비공개적으로 시사한 바도 있다. 미국과 EU는 모두 철강과 같은 전략 산업에서 중국 정부의 개입을 제한하는 동시에, 중국이 제공하는 국가 보조금으로 인해 중국 제품의 세계적 경쟁력이 강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다른 국가들이 중국 상품에 관세를 부과하도록 압박할 필요가 있다는 데도 뜻을 같이 한다.
하지만 EU로서는 현실적인 문제를 도외시할 수 없다. 중국은 여전히 EU 수출에서 중요한 시장이다. 미국과는 사정이 다르다. 이 때문에 유럽 지도자들은 베이징과의 심각한 무역 전쟁을 시작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미국과 EU가 이 간극을 메우기는 매우 어렵다. 미국과 EU의 대중국 시각이 적어도 경제적 측면에서는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행정부가 내세우는 것이 '경제안보'다. 이는 미국이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 및 우호국과 벌이는 무역협상에서 취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또 그 반대의 소구력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미국은 '경제안보'라는 말을 EU와 대화에서 자주 사용하고 있다. WSJ은 미국이 최근 중국의 경제적 지배력에 대한 우려를 지칭하는 데 자주 사용되는 '경제안보'라는 이슈를 문서화 해 제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규화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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