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주] 주식시장 관련 소식이 매일 쏟아지지만 뉴스에서 '개미'의 목소리를 찾기 쉽지 않습니다. 기사를 쓰는 기자도 개인 투자자고, 매일 손실과 이익 사이에서 울고 웃습니다. 일반 투자자보다 많은 현장을 가고 사람을 만나지만 미처 전하지 못했던 바를 철저하게 '개인'의 시각으로 풀어보겠습니다.
주식시장이 쉬질 않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 이슈가 마무리되나 싶었더니 이번엔 삼성SDI가 유상증자에 나섰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인적분할을 결정하며 투자자들의 셈법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해당 기업들의 주가가 요동쳤다. 삼성SDI가 유상증자 발행가액을 14만원으로 결정하자 17만원에 다가서던 주가가 하루 만에 7900원 떨어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역시 유상증자를 처음 발표했을 때 발행가액이 과도하게 낮다는 논란이 일며 주가가 뚝 떨어졌다.
한화에어로 주가는 세 번의 증권신고서 정정을 거치며 다시 상승했다. 전날 기준 한화에어로의 주가는 85만원이다. 이 회사가 전날 공시한 1차 발행가는 68만4000원이다.
현재 주가보다 20만원 가까이 낮은 가격에 신주를 발행한다. 구주주는 낮은 가격에 보유 주식을 늘릴 수 있다. 과연 이득일까? 사실 큰 이점은 없다. 주식 수가 늘어나는 만큼 가치가 희석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화 입장에서는 발행가액이 낮을수록 이득이 된다. 당초 3조6000억원이었던 유상증자 금액을 2조3000억원으로 줄이면서 나머지 금액을 한화그룹이 채우기로 했다. 발행가액이 올라가면서 유상증자 금액도 다시 커졌지만 한화 입장에서는 어쨌든 현재 주가보다 낮은 가격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식을 취득할 수 있다.
구주주 모두에게 신주가 배정되기 때문에 지분율 자체는 변화가 없을 수 있다. 하지만 3조6000억원 중 1조3000억원을 그룹이 충당하면서 지배력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화의 지분율은 줄지만, 그룹 전체의 지배력은 높아지는 셈이다.
한화에어로의 실적에 의문을 가지는 투자자는 많지 않다. 발표 이후에도 주가가 상승한 것을 보면 유상증자를 통해 장기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에도 공감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 보인다.
그럼에도 우리 재벌기업의 과거 행태를 바라볼 때 생기는 의심을 지우기는 어렵다. 특히 회장님의 은퇴 시기가 다가오는 기업이라면 더 그렇다. 세 명의 아들에게 더 싸게 기업을 넘겨주려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지워지지 않는다. 앞서 우리 1위 기업의 승계작업을 봤던 경험 때문에 더 그렇다.
한화가 마무리 돼가니 이번엔 삼성이 시끄럽다. 삼성SDI의 유상증자와 함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인적분할이 발표됐다. 전날 '지라시'로 돌았던 내용이 다음 날 바로 실행됐다.
가장 큰 수혜주는 삼성물산이다. 신설 법인과 기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최대주주가 된다. 삼성물산은 이재용 회장이 20%의 지분을 가진 회사다. 삼성에 대한 지배력이 더 높아질 수 있는 셈이다.
원래도 최대주주였으니 별 문제 없을 수 있다. 인적분할은 호재도 악재도 아닌 경우가 많다. 기존 주주에게 신설법인의 주식이 그대로 배정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장은 이번 인적분할에 고운 시선을 보내고 있지 않다. 이 것 역시 과거 인적분할 이후 주가 급락 경험 때문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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