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 "명확한 기준 없어 불합리"
거래소 "악용될 수 있어 비공개"
전문가 "가처분신청 인용 희박"
거래소 "악용될 수 있어 비공개"
전문가 "가처분신청 인용 희박"
'위믹스 상폐' 설왕설래
원화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위메이드의 블록체인 '위믹스'의 두 번째 거래지원종료(상장폐지)를 결정하면서, 또 한번 법적 공방이 예고됐다.
위믹스 측은 이번 상폐가 거래소들의 야합 결과이고, 사유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고 반발하고 있지만, 과거 법원이 거래소의 심사 결과를 대부분 존중했던 만큼 이번 역시 가처분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위믹스 PTE 재단 측은 이르면 이번 주 상폐를 결정한 4개 거래소와 디지털자산거래소공동협의체(DAXA·닥사)를 대상으로 가처분 소송에 나선다.
김석환 대표는 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 "현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가처분 소송 등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위믹사 사업에 대한 재단과 위메이드의 의지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재단 측은 닥사와 거래소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거래소 측의 요청에 따라 필요한 모든 소명을 다했지만, 별다른 피드백 없이 단순히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는 공지만으로 상폐를 결정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무슨 기준으로 어떻게 결정했는지 설명해달라는 것"이라며 "닥사라는 감투에 숨어 아무말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은 투자자뿐 아니라 누구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앞서 빗썸 등 4개 거래소는 지난 3월 위믹스 재단의 플레이 브릿지 볼트 자산 탈취 사건을 이유로 위믹스를 거래유의종목으로 지정했다. 이후 재단 측이 5차례에 걸쳐 소명했지만, 거래소 측은 지난 2일 재단의 소명자료만으로는 지정사유가 해소되지 않았다며 일제히 상폐를 결정했다.
현재 거래소는 닥사의 가이드라인을 준용한 개별 지침을 가지고 거래지원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크게 발행주체의 신뢰성과 이용자 보호 장치, 기술 및 보안, 법규 준수를 종합적으로 검토한다.
해킹 사건의 경우 가상자산 지갑이나 가상자산에서 치유되지 않은 해킹 등 보안사고가 발생한 사실이 있는 경우 거래유의종목으로 지정한다.
거래소는 위믹스에서 발생한 자산 탈취 사건 이후 중요사항의 공시가 지연되고 사건 발생 원인 규명 등이 미흡하다고 판단했다.
재단 측의 해명 만으로는 발행주체의 신뢰성과 보안사고 위험 등 유의종목 지정 사유가 충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것이 거래소 측의 설명이다.
닥사와 거래소 모두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거래소가 위믹스뿐 아니라 모든 코인에 대한 거래지원 심사 기준을 공개하지 않고 있고, 앞서 제기됐던 거래소 상폐 관련 가처분 신청 중 받아들여진 것이 한 건에 불과한 만큼 이번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위믹스 역시 유통량 초과를 이유로 첫 상장폐지가 결정됐던 2022년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기각된 바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가처분이 인용됐던 한 건도 거래소 측이 대응을 늦게 하면서 발생한 실수에 가깝다"며 "면접에서 탈락했다고 탈락 사유를 일일이 알려주지 않는 것처럼, 내부 기준에 따라 상폐가 결정된 것에 대해 재단 측에 세세한 사유를 알려줄 의무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상자산거래소는 거래지원 관련 기준을 꾸준히 비공개로 유지해 왔다. 상장이나 상폐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할 경우, 이를 악용할 수 있다는 것이 거래소 측의 설명이다. 현재 공개된 것은 닥사의 가이드라인뿐이다.
이상복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가상자산 거래소 역시 내부 규정을 세밀히 살핀 뒤 상장폐지를 결정했을 것"이라며 "규정이 공개돼 있지 않다 하더라도 정해진 규정에 따라 상폐를 결정한 것이라면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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