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주요 IPO 주관 증권사 및 38커뮤니케이션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수요예측을 진행한 29개 기업(스팩, 유가증권 상장 제외)의 의무보유확약 비율은 5.08%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상장사는 9개 늘었지만, 확약 비율은 10%대에서 절반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의무보유확약 비율이 0%를 기록한 상장사도 있었다. 미트박스글로벌의 수요예측에는 1988곳, 데이원컴퍼니에는 510곳의 기관이 참여했지만, 모두 확약을 걸지 않아 비율이 0%로 집계됐다. 와이즈넛, 피아이이, 아이지넷, 심플랫폼, 더즌도 0%대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확약 비율이 0%였던 상장사가 없었고, 가장 낮았던 기업은 스튜디오삼익(2.35%)이었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져 온 공모시장 부진 영향이다. 국내 증시에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시장이 위축됐고, '12·3 계엄' 사태로 인한 정치적 혼란 장기화와 경기 침체까지 겹치며 IPO 시장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 기관 투자자들도 장기 투자보다는 단기 수익에 초점을 맞추면서 확약 비율이 낮아지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작년 12월부터 증시 변동성이 높다 보니 투자자들이 장기 투자에 대한 자신감을 잃어 확약 기간을 짧게 잡고 있는 추세"라며 "IPO의 가장 큰 적은 변동성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최근 대형 기업들의 상장 철회와도 맞물린다. 금융시장 불확실성 탓에 적정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워지자 상장 계획을 접은 것이다. 상반기 조(兆) 단위급 대어로 주목받았던 DN솔루션즈와 롯데글로벌로지스는 기관 대상 수요예측에서 공모가 희망범위 하단 또는 그 이하에 주문이 몰린 것으로 전해졌다.
고평가 논란과 재무적 투자자(FI)의 대규모 구주 매출 등이 IPO 철회의 핵심 원인으로 작용했지만, 시장 전반의 침체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 관계자는 "유동성이 풍부하고 주가도 좋다면 모르겠지만, 지금 같은 시장에서는 기관도 선별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며 "작년 12월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은 변동성이 큰 한국 시장에 대한 참여를 꺼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국내 증시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는 대내외 리스크가 해소돼야 공모시장도 살아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정치, 통상 등 거시적 불확실성이 겹치며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상황에서, 기관 수요예측의 흥행도 기대하기 어려워 IPO 시장 회복은 당분간 제한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관계자는 "국내 대선, 트럼프 전 대통령의 국가별 상호관세 90일 유예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우선일 것"이라며 "정치 불확실성과 글로벌 교역 질서의 변동성이 지속되면 투자 심리가 위축돼 공모주 수요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하반기는 돼야 시장이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영기자 jy1008@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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