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달새 36곳 ↓… 15년째 감소세
토지정화·철거 등 폐업비용 1.5억
시설방치 등 도마위… 지원법 발의
토지정화·철거 등 폐업비용 1.5억
시설방치 등 도마위… 지원법 발의
국내 주유소 개수가 올해 1분기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정유사 직영마저 감소세로 돌아서 무려 15년 연속 감소세다. 폐업을 택하는 주유소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으로 폐업비 부담과 복합 규제에 가로막혀 사실상 전환조차 불가능한 상태다.
14일 석유관리원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 수는 지난 3월 말 기준 1만839개로 집계됐다. 이는 불과 석 달 전인 지난해 말(1만875곳)보다 36곳이 줄어든 수치다. 연간 기준으로는 2010년 1만3004곳으로 정점을 찍은 후 15년 연속 감소세로 전체 감소율만 16.65%에 달한다.
올해 1분기에는 전국 주유소 중 정유 4사의 주유소 수가 줄고 알뜰과 비상표 주유소 수가 증가하는 흐름이 뚜렷해진 것이 특징이다. 정유 4사 전체적으로 총 55곳의 주유소가 줄어든 반면 정부 주도의 알뜰주유소는 1279곳에서 1291곳으로 늘었다. 정유사별로 감소폭 기준 SK에너지의 올해 3월 주유소 수는 2765곳으로, 지난해 말(2792곳)보다 27곳 감소했다. 이어 에쓰오일은 2264곳에서 2253곳으로 11곳이 줄었으며, HD현대오일뱅크도 2360곳에서 2349곳으로 11곳 감소했다. GS칼텍스는 2043곳에서 2037곳으로 6곳이 줄어 감소폭이 가장 적었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유류 소매로는 마진이 거의 남지 않아 브랜드 유지 관리가 부담이 되는 상황"이라며 "일부 주유소는 정유사와 거래를 끊고 자체적으로 비브랜딩을 선택하거나 정유사에서 거래를 해지해 브랜드를 뗀 경우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주유소 수 감소의 가장 큰 요인은 경영 악화다. 주유소 업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2022년 1.8%를 기록했다. 한국석유유통협회와 한국주유소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 중 2023년 영업이익률이 1% 미만이라고 답한 비율은 63.3%에 달해 현재 1%대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관측된다.
계속 운영하는 것보다 폐업하는게 더 낫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폐업이 쉬운 것도 아니다. 토지 정화 비용, 시설 철거비 등으로 평균 1억5000만 원에 달하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이 때문에 1년 주기로 휴업과 영업을 반복하거나 아예 방치해 도시 미관을 해치는 경우도 있다.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해 오세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폐업을 신고한 주유소를 대상으로 폐업 비용을 지원하는 내용의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하지만 세금이 투입되는 만큼 사회적 공감대가 전제돼야 한다는 우려가 있어 갈 길이 멀다.
주유소 부지 활용도 규제에 막혀 있어 현장에서는 답답함을 호소한다. 현재 용적률이 200%까지 허용돼 있지만 주유소 특성상 캐노피(지붕 구조물) 면적 등도 건축면적으로 포함돼 같은 땅이라도 다른 업종에 비해 용적률 산정상 불리하기 때문이다. 창고 등으로 바꾸려고 해도 부지 활용도가 낮은 것이다.
여기에 위험물안전관리법상 주유소 부지 안에서 주유 외의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면적이 1000㎡로 제한돼 있어 들어설 수 있는 시설 용도도 제한적이다. 불을 사용하지 않는 소규모 펀의점이나 카페 등은 가능하지만 음식점, 병원 등은 불가능하다.
심재명 주유소협회 이사는 "주유소 부지는 넓은데 제한된 면적 안에서만 그것도 제한된 업종만 가능하니 활용도가 매우 떨어지는 상황"이라며 "올해는 위험물법이나 건축법 등의 규제 완화를 통해 다른 업종이라도 전환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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