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8시 기준으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1일 산청군에서 시작한 산불로 이미 4명이 목숨을 잃었다. 중상자 5명, 경상자 1명도 있다. 산청에서는 주택 10동, 의성에서는 24동이 불에 탔다고 한다. 불에 탄 산림 면적도 3286.11㏊에 달한다. 축구장 약 4600개 규모다. 산불이 난 지역의 주민 1500여명이 주변 임시주거시설로 대피했다. 지난 21일부터 헬기 99대, 소방대원 등 인력 4875명이 동원돼 진화 작업을 하고 있지만 강한 봄바람 탓에 산불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2일 대형 산불로 큰 피해가 난 경남 산청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대형 산불로 특별재난지역이 선포되기는 역대 6번째다. 주로 강원도 동해안 지역이었다.
이 와중에 더불어민주당은 마은혁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최 대행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했다. 물론 대형 산불이 나기 전의 결정이라서 이 자체만으로 비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줄탄핵으로 국정을 마비시켜 계엄을 유발하고, 줄탄핵이 줄기각 당해 부실한 정략적 탄핵임이 드러난 후에도 탄핵을 이어가는 행태는 무책임의 극치라는 비판이 아깝지 않다.
당장 헌재 재판관 임명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최 대행 탄핵을 추진하는 민주당이지만, 정작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2023년 8월 이후 2인 체제인데도 나머지 3인의 위원 임명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국민의힘은 자당 몫 1인을 추천하기 위해 공모에 나섰지만 민주당은 자당 몫 2인을 추천할 의사도, 의지도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이 방통위와 달리 헌재 재판관 구성에 안달난 이유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때문이라는 건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아마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선포와 탄핵소추안 가결이 없었다면 헌재는 지금까지 6인 체제였을지도 모른다. 민주당의 국정마비용 부실한 줄탄핵이 헌재에서 줄기각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헌재 재판관 임명을 미룬 건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지난해 10월 3명의 재판관이 퇴임한 이후 헌재 재판관 구성에 소극적이었다. 현재 방통위 위원 구성에 보여주는 소극적인 행태와 똑같았다. 단지 헌재와 방통위가 다른 점은, 민주당이 예상하지 못했던 비상계엄사태와 윤 대통령 탄핵 가결로 헌재 재판관 임명이 시급해진 사실 밖에 없다. 실제로 정계선·조한창 재판관 임명은 그런 배경에서 이루어졌다. 민주당의 마은혁 재판관 임명 재촉이 얼마나 정략적인지를 증명하는 대목이다.
이것도 모자라 전국 곳곳의 대형 산불로 국가 재난위기 상황임에도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 대한 선고 기일을 정하지 않는 헌재를 압박하기 위해 길거리로 나간다고 한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24일부터 광화문에 천막당사를 설치하고 신속한 선고를 촉구한다고 한다. 전원위원회를 추진해 '헌재 신속선고 촉구 결의안'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눈에는 오직 윤 대통령 탄핵과 조기대선만 있다. 민생은 없다. 물론 말로는 산불 진화를 언급하며 의례적인 의견 표명을 했지만 말 그대로 의례적으로 보인다. 조용히 헌재 결정을 기다려도 모자랄 판에 길거리에 천막 당사까지 치고 헌재를 압박하는 행태가 증명한다.
원내 170석을 가진 거대 야당이 번듯한 당사와 국회의사당을 내버려두고 굳이 광화문 한 가운데에 천막 당사를 치는 모습은 상상 그 자체로 부끄럽다. 대한민국 정치의 후져빠진 수준을 적나라하게 대외 만방에 알리는 장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23일 "정당 차원의 장외 집회를 중단하고 재난 극복에 집중하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민주당이 170석의 거대 야당으로, 수권정당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있다면 국민의힘 제안에 화답해야 한다 .
굳이 천막 당사를 친다면 광화문이 아니라 산청 산불현장에 치기를 바란다. 진화작업에 총력을 다하고 있는 공무원들을 돕는 방법을 찾는 게 차라리 국민의 뜻을 받든다는 미사여구에 어울린다. 그나마 이게 책임감 있는 태도다.
광화문 탄핵 찬반 집회에 참가하는 수 만 명의 시민들도 이번에 산불 진화작업에 도움이 될만한 일을 찾아 현장으로 내려가는 건 어떨까? 진영논리에 포획되어 나는 선이고, 너는 악이라는 식의 외눈박이에서 벗어날 때다. 국가 재난사태에 맞딱뜨린 지금이야말로 좌우 막론하고 하나의 마음으로, 하나의 힘을 보여줄 때가 아닌가? 생각이 다를지언정 서로 죽일듯이 눈을 부라리지 말고 국가 위기 상황에서라도 같이 살아가는 길을 찾아야 할 때다.
원내 170석을 가진 거대 야당이 번듯한 정당과 국회의사당을 내버려두고 굳이 광화문 한 가운데에 천막 당사를 치는 모습은 상상 그 자체로 부끄럽다. 대한민국 정치의 후져빠진 수준을 적나라하게 대외 만방에 알리는 장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원내 170석을 가진 거대 야당이 번듯한 정당과 국회의사당을 내버려두고 굳이 광화문 한 가운데에 천막 당사를 치는 모습은 상상 그 자체로 부끄럽다. 대한민국 정치의 후져빠진 수준을 적나라하게 대외 만방에 알리는 장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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