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논문 작성 보조 넘어 연구 방식까지 변화
성능은 오픈AI...속도는 퍼플렉시티
성능은 오픈AI...속도는 퍼플렉시티
딥 리서치 출시로 AI는 단순한 검색 기능을 넘어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논리적으로 정리해 논문 초안을 생성하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몇 분 만에 연구 자료를 정리하고 핵심 내용을 추출하는 AI 연구 도구가 등장하면서 연구 패러다임도 변화하고 있다. 이에 AI가 연구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것이란 기대가 커지는 반면 연구자들의 창의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구글·오픈AI 이어 퍼플렉시티까지 가세= 퍼플렉시티는 지난 14일(현지시간) 새로운 AI 리서치 툴인 '딥 리서치'를 공식 출시했다. 딥 리서치는 온라인상의 문서, 이미지, PDF 파일을 분석해 전문가 수준의 보고서를 작성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단순한 검색을 넘어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논리적으로 정리해 논문 초안을 생성하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사용자가 검색창에서 딥 리서치 모드를 선택하면 AI가 단계별로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해 상세한 리포트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퍼플렉시티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딥 리서치는 금융, 마케팅, 제품 연구 등 다양한 전문가 수준의 작업을 수행하는 데 최적화된 AI"라며 "AI가 문서를 반복적으로 검색하고 읽으며 연구 계획을 정제하는 방식으로 기존 챗봇형 AI와 차별화된 기능을 제공한다. 인간이 새로운 주제를 연구하는 방식과 비슷하다"고 강조했다.
퍼플렉시티의 딥 리서치는 무료로 제공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기본적으로 하루 제한된 횟수 내에서 사용할 수 있으며 유료 구독자는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 속도가 빠르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대부분의 작업을 3분 이내에 완료할 수 있어 오픈AI 딥 리서치보다 처리 속도가 빠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오픈AI 딥 리서치는 분석력이 더 뛰어나지만 작업에 5분에서 최대 30분까지 소요될 수 있다.
오픈AI의 딥 리서치는 가장 높은 분석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단순한 정보 검색을 넘어 논문 초안 작성과 같은 심층적인 연구 지원이 가능하며 AI가 연구 주제를 설정하고 단계별로 자료를 수집해 분석까지 수행한다. 다만 월 200달러(약 29만원)의 유료 서비스로 제공돼 비용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픈AI 측은 향후 더 저렴한 구독 모델을 추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글은 가장 먼저 연구 AI 기능을 공개한 기업이다. 지난해 12월 제미나이 AI 플랫폼에 유사한 기능을 추가했으며 기존 생산성 도구와의 연계성이 강점으로 꼽힌다. 특히 구글 워크스페이스와 통합돼 있어 연구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문서 작성 및 데이터 분석에도 활용할 수 있다. XAI(일론 머스크의 AI 기업)도 연구 AI 도구를 개발 중이다. 아직 출시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앞서 머스크는 XAI가 경쟁사들과 차별화된 접근 방식을 취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연구 패러다임 변화…"잘 쓰면 연구 혁신 못 쓰면 창의성 저하"= 빅테크들이 연구 AI 시장에 속속 뛰어드는 이유는 연구 방식 자체가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 AI는 단순한 검색을 넘어 방대한 데이터를 자동으로 정리하고 분석해 연구 과정을 효율화하는 도구로 발전하고 있다. 기존에는 연구자가 직접 자료를 탐색하고 가설을 세워 논문을 작성해야 했지만 AI는 연구 보조를 넘어 논문 초안까지 생성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연구 AI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기대도 함께 커지고 있다. AI 연구 도구를 직접 사용한 교수들은 딥 리서치가 논문 초안 작성에 있어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토론토대학교의 케빈 브라이언 교수는 "B급 저널이라면 하루 만에 AI가 생성한 논문을 제출해도 게재될 가능성이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조지메이슨대학교의 타일러 코웬 교수 또한 "딥 리서치는 박사급 연구 보조원이 몇 주 동안 수행할 연구를 단 몇 분 만에 해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 AI를 활용하는 연구자들이 많아지면서 창의성과 사고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AI로 인해 연구자의 사고 과정이 단순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AI는 널리 알려진 정보를 우선 반영하는 경향이 있어 논란이 있는 연구나 새로운 연구 결과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수도 있다.
AI가 무료로 접근할 수 있는 데이터에 의존한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학술 논문의 상당수가 유료 데이터베이스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AI가 최신 연구 결과를 반영하지 못할 경우 신뢰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연구 AI가 학계에서 신뢰할 수 있는 도구로 자리 잡으려면 데이터 출처의 투명성과 최신 연구 반영 여부가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코노미스트는 "AI가 연구를 대신하면 연구자가 스스로 사고하고 탐구하는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며 "AI가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정보를 우선 반영하는 경향이 있어 학계에서 논란이 있는 학술 연구나 새로운 연구 결과가 반영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AI가 연구 과정에서 효율성을 높일 수 있지만 연구자들이 AI의 한계를 이해하고 신중하게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병호 고려대학교 AI대학원 교수는 "최근 딥 리서치는 연구자들에게 놀라움을 주지만 동시에 위협도 된다. 논문을 단시간에 완성할 정도로 발전했다. 연구 초보자가 맡을 역할을 상당 부분 대체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반대로 신입 연구자가 AI를 잘 활용하면 기존 연구자 이상의 성과를 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진아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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