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당분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하락을 감수하더라도 적자를 줄여나갈 것으로 풀이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컨퍼런스 콜을 통해 파운드리 투자 규모 축소를 시사했지만, 사업부 내 사장단 인사는 오히려 늘렸다. 삼성전자는 2025년 사장단 인사에서 파운드리 사업부 내 2명의 사장을 임명했다. 기존 삼성전자 파운드리에선 사업부장이 사업부 내 유일한 사장이었지만, 바뀐 인사에서는 파운드리 최고기술책임자(CTO)도 사장으로 격상됐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3분기 컨콜 당시 파운드리 투자 규모를 줄이겠다고 했지만, 인사에서는 사업부 규모를 오히려 키웠다"며 "파운드리 내 기술 파트 역량을 기존보다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선 삼성 파운드리 사업부가 분기마다 1조원에 가까운 적자를 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올 3분기 파운드리와 시스템LSI(반도체 설계)를 포함한 비메모리 부문 적자도 1조원 중·후반대로 추정된다. 삼성전자가 내년 초 갤럭시S25 시리즈 탑재를 목표로 개발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엑시노스 2500' 양산이 미뤄진 점 등이 삼성 파운드리 사업부의 적자 폭을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부 적자 축소를 위해 '강한 2등' 전략을 강화할 방침이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 HBM4용 로직다이(베이스다이)와 엑시노스 2500을 TSMC 파운드리를 활용해 양산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삼성의 파운드리 기술력 부족을 시인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수익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해 적자를 줄인다는 의지로도 읽힌다. 또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양산 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고객사 디자인 서비스' 강화를 준비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은 이 과정에서 글로벌 파운드리 점유율 하락도 일부 감수한다는 계획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의 3분기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9.3%로 전분기(11.5%) 대비 2.2%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TSMC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64.9%로 전분기보다 2.6%포인트 상승했고, 3위 그룹인 중국 SMIC의 점유율도 6.0%까지 치솟았다.
반도체 디자인하우스 관계자는 "삼성 파운드리가 고객사 디자인 서비스 강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이에 대비하고 있다"며 "미국 정부가 TSMC의 파운드리 독점을 원하지 않는 상황인 만큼, 삼성에게는 분명 기회가 있다"고 밝혔다. 박순원기자 ss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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