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사들이 콘텐츠 저작권을 둘러싸고 소송전을 벌이는 가운데 '장르 유사성'이 도덕적 해이를 유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임업계에서는 10일 넥슨과 아이언메이스의 '다크앤다커' 1심 결심이 열린 데 이어 12일 엔씨소프트와 웹젠의 'R2M' 2심 1차 변론이 진행된다. 소송의 세부 내용은 상이하지만 '콘텐츠 저작물 보호'라는 기조는 동일하다.
넥슨과 아이언메이스의 '다크앤다커' 소송은 개발 중이던 'P3 프로젝트'를 외부로 빼돌렸느냐가 핵심이다. 이를 가리기 위해 지난 5월 1차 변론 당시 넥슨 측은 장르의 유사성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내부 중요 문건과 개발 중이던 프로젝트를 빼돌린 결과 '다크앤다커' 출시가 빠르게 이뤄질 수 있었고, 이런 방향성의 게임은 PC게임 플랫폼 스팀에서 찾아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아이언메이스 측은 '헌트쇼다운'이라는 게임이 P3 프로젝트, 다크앤다커와 유사하다고 제시하며, 추상적 차원의 구성요소가 아닌 개별적인 구성요소 구현 방식의 유사성을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다크앤다커'는 이미 존재하는 아이디어를 활용한 것인데, 넥슨은 이를 저작권으로 보호해 달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지난 7월 2차 변론에서는 '탈출 기능'을 두고 대립했다. 넥슨은 저작권 침해 근거로 P3 프로젝트에 이미 '탈출 기능'이 구현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아이언메이스 측은 P3 프로젝트는 단순 '순간이동'에 불과했다고 강조했다. 10일 결심에서도 양측은 두 게임 간의 유사성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재판부는 10월 24일 판결 선고를 내릴 예정이다.
엔씨소프트와 웹젠의 소송은 '리니지 라이크'와 관련이 깊다.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리니지'는 인기 IP(지식재산권)로, 국내 게임사들이 리니지와 유사한, 일명 '리니지 라이크' MMORPG들을 내놨다.
엔씨는 지난 2020년 웹젠이 선보인 'R2M'이 '리니지M'의 게임 콘텐츠, 사용자 인터페이스(UI)와 매우 유사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8월 재판부는 1심에서 웹젠이 엔씨에 10억원을 지급하고, 'R2M'을 일반 사용자가 사용하거나 이를 선전·광고·복제·배포·전송·번안해서는 안 된다고 판결했다.
이후 엔씨는 지난 6일 서울고등법원에 항소를 제기하면서 청구 배상금 규모를 600억원으로 늘렸다. R2M 서비스 중단도 요구했다. 웹젠 공시에 따르면, 이 배상금 규모는 웹젠 자기자본 대비 9.6%에 달하는 수준이다. 웹젠은 소송 대리인과 협의해 법적 대응을 한다는 입장이다.
이외에 엔씨는 카카오게임즈를 상대로 '아키에이지 워'와 '롬'의 저작권 침해 및 부정경쟁행위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아키에이지 워는 리니지2M을, 롬은 리니지W를 베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게임업계에서는 잘 나가는 게임을 따라 만드는 데 익숙한 국내 게임사들이 '장르의 유사성'을 이유로 설명하면서 '도덕적 해이'를 이어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최근 넥슨게임즈 '블루 아카이브' 제작진이 나와 설립한 디나미스원은 지난 1일 '프로젝트 KV' 정보를 공개했는데, '블루 아카이브'의 캐릭터와 세계관 등 콘텐츠가 매우 흡사하다는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이후 이 회사는 여론의 뭇매를 맞고 프로젝트 중단을 선언했다. 최근 이어지는 소송 결과가 게임업계의 '따라 만들기' 관행에 마침표를 찍을 지 주목된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개발 리소스 도용, 콘텐츠 표절 등 비도덕적 개발 관행이 만연한 가운데, IP 침해로 인한 피해를 보호하는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 일부 회사의 도덕적 해이는 한국 게임 산업의 미래를 갉아먹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