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질문에 답하다] `법안 창과 방패戰` 尹이 거부하니 野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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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재의요구권 법률 제한
尹 재의요구권 14번… 조건 미비로 폐기
野, '거부권 제한法' 내놓으며 거부방어
"무소불위 아냐… 헌법, 내재적 한계있다"
[질문에 답하다] `법안 창과 방패戰` 尹이 거부하니 野도 거부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지난달 2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재의결 안건으로 상정됐다가 부결된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 표결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22대 국회가 출범한지 20여일이 지났지만 아직 원구성조차 못해 '개문발차' 상태다.

300석 국회의 57%를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상임위원장 18석 중 11석을 단독으로 선출한 데 이어 남은 7석을 두고 국민의힘에 실력행사 중이다. 국민의힘이 갈등의 핵심인 운영위원장과 법제사법위원장을 1년씩 번갈아 맡는 중재안을 내놓자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금지'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급기야 민주당에서는 대통령의 재의요구 권한 행사를 제한하는 법안까지 발의됐다. 국민권익위원장 출신인 전현희 민주당 의원은 1호 법안으로 대통령이 본인 또는 가족 등 사적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이해충돌 사안에 대해 거부권을 제한하는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 개정안', 일명 '대통령 이해충돌 거부권 제한법'을 내놨다. 21대 국회에서 윤 대통령이 거듭 민주당의 단독 처리 법안에 재의요구로 제동을 걸자 법률로 이를 제지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헌법이 정한 대통령의 재의요구 권한을 법률로 제한할 수 있을까? [편집자주]

[질문에 답하다] `법안 창과 방패戰` 尹이 거부하니 野도 거부했다
전현희 민주당 의원이 지난 13일 윤석열 대통령 거부권 제한법(이해충돌방지법 개정안)을 국회 의안과에 접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입법독주

거야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1대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쟁점 법안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은 위원장직을 차지한 11개 상임위원회에서 채상병특검법, 방송3+1법, 양곡관리법, 노란봉투법 등을 속전속결로 처리하고 있다. 또 지난 국회에서 상임위 심사를 완료한 법안의 경우 임기만료로 폐기됐더라도, 즉시 상정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폐기법안 부활법'도 추진한다. 두 법안이 통과될 경우,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쟁점법안 등이 숙려기간 없이 의결되고, 거부권도 제한될 수 있다.

민주당은 20일 단독으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를 열어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상정해 심사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초과 생산된 쌀의 정부 매입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는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매년 1조원, 5년간 5조원 이상의 재정이 투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민주당이 일방 처리했으나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뒤 국회 재의결에서 부결됐다. 그러나 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한층 강화된 법안을 내놨다. 개정안은 쌀 외에 다른 작물에 대해서도 가격이 떨어졌을 때 정부가 재정으로 이를 보전해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환경노동위원회도 단독으로 열어 노동조합법 개정안을 전체회의에 상정했다. 이 개정안은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책임은 강화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으로 21대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 요구로 국회에 돌아와 폐기된 노란봉투법과 같은 내용의 법안이다.

법제사법위원회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열어 해병대원 특검법을 처리했다. 민주당 등 야당은 지난14일 국민의힘이 불참한 가운데 전체회의를 열어 법안심사1소위를 구성한 뒤 소위에 특검법안 심사를 맡겼다. 21일에는 단독으로 특검법 입법 청문회도 연다.

앞서 민주당은 18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도 단독으로 열고 방송 3+1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을 가결 처리했다. 민주당 등 야권은 법안을 심사할 소위원회를 따로 구성하지 않은 채 개의 약 1시간 만에 의결했다. 법안들은 법사위에서 체계·자구 심사를 거쳐 조만간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대통령 거부권 제한법안 발의

민주당은 21대 국회처럼 쟁점법안이 대통령의 거부권으로 폐기되는 일을 막겠다며 '거부권 제한법안'도 내놨다. 법안은 대통령의 사적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법률에 대해 거부권 행사를 스스로 회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안을 발의한 전현희 의원은 "지난 2년 동안 윤 대통령은 14개의 법률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며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은 헌법상 권한이지만 그 권한은 무분별하게 행사할 수 있는 무소불위의 권한이 아닌 헌법의 원칙상 내재적 한계가 있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라고 했다. 이어 "대표적인 거부권 행사의 헌법적 한계로 삼권분립원칙이나 '이해충돌금지원칙'을 들 수 있다"며 "대통령은 최고 직책의 공직자로서 공익을 수호하는 대표자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공익과 사익이 충돌할 때 사익을 배제하고 공익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은 헌법과 법률상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21대 국회에서 폐기된 법안을 즉시 상정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폐기법안 부활법'도 준비 중이다. 상임위 심사를 완료한 법안이 대상이다.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이 지난 19일 대표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은 제59조에 2항을 신설해 '직전 임기의 국회에서 소관 상임위가 심사를 마친 법안과 동일한 법안의 경우, 다음 국회에서는 숙려 기간 중에도 법안이 자동 상정될 수 있도록 한다'내용을 담았다. 현행 국회법 제59조는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의 상정 시기를 규정하고 있다. 일부 개정안의 경우 발의 후 15일, 전부 개정안·제정안의 경우 20일의 숙려기간이 지나야 상정이 가능하다.

만약 개정안이 통과되면 21대 국회에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쟁점법안들을 숙려기간 없이 의결할 수 있다. 민 의원은 제안이유에서 "기존의 노력과 성과 등이 반영되지 못하고, 동일한 법률안까지 심사 과정을 처음부터 밟느라 행정력 낭비와 입법의 시의성이 상실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며 "이에 직전 임기에서 위원회 심사를 완료한 법안과 동일하면 해당 위원회 의결로 즉시 상정할 수 있도록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회의 효율성과 생산성 강화로 성과를 이끌어 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14번의 거부권…과도한 남용일까, 최소한의 방어일까
윤 대통령은 취임 후 2년동안 총 14개의 법안에 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흔히 거부권으로 통하는 대통령의 재의요구는 헌법적 권한이다. 헌법 제53조를 보면 국회에서 의결된 법률안은 정부로 이송돼 15일 이내 대통령이 공포하도록 하고 있다. 단, 대통령이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때는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국회는 재의요구를 받은 법률안을 재표결해 재적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재의결할 수 있다. 국회의원 300명 기준으로 200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재의결이 가능한 것이다.

윤 대통령의 1호 재의요구법안이었던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노동조합의 쟁의행위에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 전세사기 피해자를 정부가 우선 구제하는 특별법,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고 수사외압 의혹을 규명할 특검법안과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 등을 규명할 특검법 등 14개 법안은 모두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폐기됐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야당과 국민을 향한 전쟁선포'라고 규정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21대 국회 폐회를 앞둔 지난달 21일 "그동안 수많은 민생법안이 대통령의 거부권과 집권당의 떼쓰기에 발목 잡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거나 거부당했다. 기어이 국민과 전면전을 하겠다는 참 어리석은 정권"이라며 "'묻지마 거부권 행사'를 더는 좌시할 수 없다"고 했다.

민주당은 '묻지마'라고 단정했으나 윤 대통령이 거부한 14개 법안은 여야 이견이 큰 쟁점법안이다.

양곡관리법의 경우 정부의 쌀 초과생산량 매입을 의무화하면 쌀 과잉생산과 가격하락이라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를 샀다. 노란봉투법은 불법파업을 조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세사기 특별법은 채권 매입 가격을 둘러싼 분쟁 가능성이 크고, 주택도시기금 손실 부작용이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반대를 샀다. 채상병 특검과 김건희 특검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검·경의 수사결과가 미흡할 경우 추진하겠다는 게 윤 대통령의 생각이다.

21대 국회에서는 이들 법안이 갖고 있는 한계와 부작용 등을 논의하고 바로잡는 과정이 충분하지 못했다. 밀어붙이는 야당과 막으려 버티는 여당 간의 힘겨루기만 있었다. 결국 14번의 거부권은 소통과 타협 없이 후퇴하고 왜곡된 정치활동의 산물이었던 셈이다.

[질문에 답하다] `법안 창과 방패戰` 尹이 거부하니 野도 거부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달 29일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전세사기특별법 재의요구안 등 4개 법률안에 대한 재의요구안이 통과됐다. 연합뉴스

◇헌법 상 재의요구, 한계점도 규정

헌법은 대통령에게 법률안 재의요구권을 부여하고 있다. 재의요구권은 대통령으로 하여금 국회의 하자 있는 입법을 견제하고 통제하는 절차적 기능을 갖도록 했다. 국회입법조사처의 이슈와 논점 보고서 '대통령 법률안 재의요구권의 헌법적 한계'(김선화 정치행정조사실 법제사법팀장)를 살펴보면 헌법에 위반되는 법률안, 집행이 불가능한 법률안, 국익에 위반되는 법률안, 권력분립에 위배돼 행정권을 불합리하게 제약하고 정치적 압력을 행사하는 정쟁적 법률안, 법률의 체계정합성 위반 등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 등을 법률안 재의요구권 행사의 원리적 정당화 사유로 들고 있다.

또한 헌법은 재의요구에 이의서를 붙이도록 해 명시적으로 재의요구권한 행사를 통제한다. 또한 법률안의 일부에 대해 재의요구를 할 수 없고, 법률안을 수정해 재의요구할 수 없도록 했다. 최종적으로는 대통령이 곧바로 법률안을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국회가 이를 재표결해 재의결할 수 있도록 했다.

헌법내재적인 한계도 존재한다. 김선화 법제사법팀장은 보고서에서 "이해충돌금지원칙은 조약으로 또는 각국 법률로 구현돼 있고, 국내에서도 이해충돌방지법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국회에서 의결된 법률안이 대통령의 사적인 이해와 충돌한다는 이유로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는 것은 헌법상 용인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대통령의 법률안 재의요구권은 어디까지나 헌법이 정한 국회의 입법권에 대한 견제를 위한 장치이므로, 적극적인 형성권이 아니라 국회의 입법권 행사 하자에 대한 소극적인 제재권의 성격"이라고 분석했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는 사전적·사후적인 통제도 받는다. 우선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려면 반드시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사후적으로는 국회가 대통령의 재의요구를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청구로 대응할 수 있다. 다만, 대통령의 재의요구가 절대적 거부권이 아니기 때문에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했는지 여부를 두고 법리적 해석의 다툼은 존재한다.

김미경·김세희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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