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친윤(親윤석열)계가 '한동훈 당대표 시 윤석열 대통령 탈당설' 수습에 부심하고 있다. 특히 덩달아 탈당을 시사하며 '새살림 차리는 게 낫다'는 발언을 꺼낸 홍준표(사진) 대구시장과는 공개 충돌하면서,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압박 전선이 느슨해지는 모습이다.
22일 여권에 따르면 재선급이 된 친윤계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1일 저녁 페이스북을 통해 "홍 시장님, 더 빨리 나가셔도 좋다. 아무도 안 따라 나갈 거다"라고 직격했다. 홍 시장이 지난 20일 지지층과의 소통 커뮤니티 '청년의꿈'에서 "또 다시 초짜 당대표가 되면 이 당은 가망없어 나도 거취를 결정할지도 모른다"며 "당이 배알도 없이 우리를 지옥으로 몰아넣은 애한테 굽실거리기보단 새살림을 차리는 게 그나마 희망이 있다"고 주장한 것을 겨냥했다.
홍 시장은 21일 페이스북 글에서도 "지난 대선 경선 때 (윤 대통령을 상대로) '민심(여론조사)에서 이기고 당심(책임당원 투표)에서 졌을 때'부터 (당에) 정나미가 떨어졌다"며 "검찰정치 2년 혼란이 있었는데 '또 검찰'에 기대어 연명하기 바라냐"면서 당 해체를 거론했다. 21일 친윤 보수평론가인 서정욱 변호사는 복수의 방송에 출연해 윤 대통령 탈당 거론설을 "(친윤 내) 극소수의 견해"라고 일축한 한편 홍 시장을 '해당행위'와 '이간질' 주체로 규정했다.
친윤 핵심 이철규 의원도 21일 TV조선 방송에서 대통령 탈당설에 대해 "당원들이 뽑은 당대표로 특정인이 나온다고 대통령이 탈당을 해야되냐"며 일축하고 홍 시장에게 "당에 분란이 오는 말씀을 줄여달라"고 했다. 정권 초기 친윤 핵심으로 분류됐던 권성동 의원 역시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친윤계·대통령 탈당설' 질문을 받고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당이 우리의 둥지인데, 누가 당 대표가 되든 탈당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 전 위원장의 전당대회 등판 여부를 두고도 친윤계는 말을 아끼는 분위기가 됐다. 인재영입위원회에서 위원장 이철규 의원과 호흡을 맞췄던 조정훈 의원도 총선백서특위 위원장으로서, 열어뒀던 당대표 출마 가능성을 지난 20일 불출마 선언으로 완전히 닫았다. 홍 시장과의 '선 긋기'의 경우 그의 '문재인 사냥개', '윤석열 정권 폐세자', '총선 말아먹은 애' 비난 발언으로 한 전 위원장의 존재감이 커지고 내분이 격화하는 것으로 비치는 데 따른 부담이 반영됐다.
홍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탈당 운운은 가당치 않다. 내가 탈당 할때는 정계은퇴 할 때나 하는 것"이라며 당의 뿌리를 자임했다. 박 의원 등을 향한 듯 "언론에서 말하는 '찐윤(진짜 친윤)'이라는 사람들은 '찐드기처럼 윤에 기생하는 진드기'란 뜻으로 언론에서 붙인 말"이라고도 했다. 나아가 "'윤석열 후보'에게 당이 한번 점령당했으면 됐지 문재인 믿고 우리를 그렇게 못살게 괴롭힌 어린애에게 또 다시 점령당하란 말이냐"며 당 해체와 재편을 거론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지난 5월20일 국민의힘 소속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이 대구시청 청사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사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