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2주년 기자회견서 '의료계는 정책 원점재검토 입장, 접점 안 보인다' 질문에
"갑자기 '의사 2000명' 아냐…1년 넘도록 (의사계) 통일된 의견 받은 적 없다"
의료계 통일의견 부정…"정말 대화의 걸림돌, 정부 로드맵 뚜벅뚜벅 같 것"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의료계의 의료정책 패키지 원점 재검토 의견 자체를 불인정하며 사실상 의정(醫政)충돌 연장전을 알렸다. 한국의 모든 의사가 가입되는 법정(法定)단체인 대한의사협회를 개원의 대변 단체라고 일축했다.
윤 대통령은 9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 질의응답에서 '현재 정부는 대화의 문을 열어놓은 입장이지만 작년부터 의료계는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등 정책의) 원점 재검토를 주장했다. 접점이 안 보이는데 복안이 있는지'란 질문을 받고 "저희가 1년 넘도록 진행되는 와중 한번도 통일된 의견을 받아 본 적이 없고 (의사계는) '계속 미루자'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윤석열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의대 증원 포함 의료개혁은 우리의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의료수요를 감안할 때, 또 지역과 필수의료를 강화해나가야 한단 상황에 비춰볼 때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임을 국민 여러분이 공감하고 계시다"며 "의료계와 이 문제를 1년 넘도록, 정부 출범한 직후부터 다뤄왔다. 어느날 갑자기 의사 2000명 발표한 게 아니다. 현실에서 의료계는 통일된 의견이 나오기가 어려운 것 같다"고 주장했다.
패키지 정책 원점 재검토가 의료계의 입장이란 전제와 거리를 둔 셈이다. 윤 대통령은 "개원의들의 권익을 대표하는 의사협회, 전공의협회, 대학병원협의회 등 다양한 의료계 단체들이 통일된 입장을 가지지 못하는 게 정말 대화의 걸림돌이고 의료계와 협의하는 게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정부는 생각하는 로드맵에 따라 뚜벅뚜벅 국민을 위한 의료개혁 길을 걸어나갈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의정갈등 해소 방안을 두고는 "한방에 해결할 수 있는 복안이 있(었)다면 우리 정부당국이 30여년간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지금까지 왔겠나. 그런 건 없다"며 "자유민주주의의 설득 방식"을 언급했다. 야당의 여·야·정·의 협？에 제안에 관해선 즉답 대신 "다행히 야당에서도 국민들이 바라는 의료개혁에 대해 많은 공감과 지지의사를 표시해줬기 때문에 이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보고에서 가칭 '저출생대응기획부'를 신설해 부처의 장을 사회부총리(현재는 교육부 장관)로 보임하겠다고 밝힌 배경으론 인구소멸이 국가비상사태 수준이란 인식을 드러냈다. 1960년대 박정희 대통령이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시행하면서 '경제기획원'을 신설해 관련 부처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기고, 경공업·중공업·첨단산업 분야 고도성장을 주도했던 것을 일종의 롤 모델로 들었다.
윤 대통령은 "저도 그런 차원"이라며 "저출생문제를 각 부처들이 나눠서 맡(은 상황이)고, 대통령직속 위원회(기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아무래도 자문적 성격이 강하고 의결하거나 강제하는 기능이 없다"고 현재 상황의 한계를 짚은 뒤 "과거 우리 경제성장을 강력히 추진해온 경제기획원같은 저출생대응기획부를 설치해서 좀 더 아주 공격적으로 강력한 컨트롤타워 역할 맡기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저출생 문제 해결은 가장 중요한 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환경 만들어주는 것이다. 일과 육아를 양립할 수 있게 하고, 자녀 키우는 데 들어가는 부담 줄여주고, 그 부분을 국가책임제로 해서 국가가 떠안아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희가 추진하는 의료개혁도 의료수요의 확대에 따라 지금부터 대비를 해야한다는 차원이 있지만 저출생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굉장히 중요하다"고 연결지었다.
윤 대통령은 "지금 부모들이 아이들이 아프면 발만 동동 구르고, 신속하게 병원 가서 치료받고 나올 수 없기 때문에 아이들을 위한 필수·지역의료체계가 갖춰져야 한다"고 기존과 같은 인식을 드러냈다. 이어 "주거·보건(의료)·복지·고용·교육 모든 부분을 통할할 수 있는, 주거는 국토교통부가 관련돼 있어 경제부처와 연결됐지만 어쨌든 사회부총리를 맡겨 실용성 있는 정책을 빠른 속도로 추진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구소멸 우려에 관해선 "이제 우리나라의 저명한 인구정책 학자들도 벌써 오래 전부터 '의식구조가 바뀌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라며 "지나치게 대도시 수도권에 몰려 그야말로 과잉경쟁, 무한경쟁에 내몰리다 보니 가정의 가치에 소홀하게 되고, 이렇게 된 것이 결국은 저출생의 문화적 요인이 된다는 게 거의 정설이다. 그래서 어떤 경제사회 정책뿐만 아니라 우리의 의식과 삶의 문화를 바꿔나가는 노력도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