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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갑 칼럼] `투자 중독사회` 행복 찾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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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박원갑 칼럼] `투자 중독사회` 행복 찾는 법
수도권에 사는 직장인 김혁기(가명·45) 씨에게 지난 월요일은 기분이 좋은 날이었다. 퇴직연금에 넣어둔 주식형 펀드가 드디어 플러스를 기록한 날이었기 때문이다. 거의 3년 만이다. 하지만 주가가 다시 이틀 연속 하락하면서 마이너스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김 씨는 기다리면 해 뜰 날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주가는 장기로 우상향을 할 테니 인내하면 언젠가 보답할 것이다.

김 씨는 한편으로 이런 생각도 해본다. 그럼 지금 나의 행복은?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라는 속담을 계속 믿고 가는 게 맞을까? 만약 인내는 쓰고 열매에 단맛이 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세상의 앞날은 알 수 없으니까 말이다. 미래의 꿈을 위해 현재의 내 삶을 너무 도외시하는 것은 아닐까?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전 명지대학교 교수는 인간은 미래라는 단어를 알고 나서부터 불안에 시달리고 행복을 누리지 못하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우리의 걱정 대부분은 지금보다 미래에 대한 것이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를 희생하지 말라'라는 격언도 있다. 미래의 목표를 위해 지금의 삶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일이라는 얘기다.

물론 내일이 마치 없는 것처럼 소비하는 극단적인 현재주의에 빠져선 안 된다. 현재와 미래에 대한 적절한 무게 중심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사실 김 씨는 그동안 숱한 투자를 했다. 어떨 때는 큰 수익을 맛봤지만, 또 어떨 때는 큰 손실도 봤다. 들쭉날쭉한 결과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그런 심리적 고통 없이 수익이라는 결실을 얻기 어렵다는 것을 안다. 사실 투자는 항상 모험이 뒤따른다. 높은 수익을 얻으려면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수익과 리스크는 불가분의 관계일 수 있다. 하지만 시장이 출렁일 때마다 마음도 평정을 잃기 쉽다.

요즘은 투자하지 않으면 나만 바보가 되는 것처럼 느껴지는 세상이다. 한마디로 투자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어버린 것 같다. 어찌 보면 우리는 '투자 중독사회'에 살고 있다. 만나는 사람마다 예외없이 투자 이야기, 돈 버는 이야기다.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돈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돈이나 재물은 위기 때 나를 보호해주는 갑옷이나 방패 같은 것이다. 생존 차원에서라도 경제 공부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하는 세상이 되었다. '재무지식 쌓기'는 재물 불리기 차원을 넘어 자신과 가족의 평안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투자에 너무 함몰되니까 문제다. 혹시 우리는 어느새 투자의 노예가 된 것은 아닐까? 우리도 열심히 투자하면 워런 버핏처럼 미래에 크게 성공할 수 있다고 세뇌당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는 생각을 달리하기로 했다. 지금 행복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투자하더라도 맛있는 것 사 먹을 돈은 남겨두자"고 굳게 다짐했다. 무엇보다 나의 미래 가치가 큰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의 나도 소중하니까.

사실 인생은 예기치 못한 사태의 연속이다. 이름난 점술가도 자기 운명을 모른다. 만약 알았다면 로또라도 사서 팔자를 고쳤을 것이다. 미래를 대비해 투자를 전혀 하지 말라는 얘기는 아니다. 계획대로 잘 운용되면 든든한 후원자가 될 것이고, 행복을 늘리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다시 말해 잘만 활용하면 부동산이나 금융상품은 삶의 언덕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재산을 불리기 위해 '모 아니면 도'식의 도박형 재테크까진 나서지 마라. 성공할 가능성이 낮은 데다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생명을 단축하는 스트레스까지 받으면서 재테크를 할 필요는 없다. 무리한 재테크보다는 적정 수익을 지키는 안전추구형 자산관리자가 최종 승자가 된다. 대박을 쫓기보다는 쪽박을 피하는 것이다.

할아버지와 아버지 세대는 재테크 없이도 행복하게 잘 사셨다. 우리는 재테크를 위해 태어난 게 아니라 행복해지기 위해 태어났다. 그런데도 김 씨의 지적처럼 그동안 우리는 앞과 뒤를 바꿔 사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재테크가 인생의 목표가 되어선 안 된다. 어떤 일이든 행복과 편안함이 삶의 중요한 잣대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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