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160엔 붕괴… "日당국 개입"
강달러 폐해 지적 목소리 높아져
美 구매력 ↑… 인플레 수출 우려
달러 대 엔화 환율이 29일(현지 시간) 결국 160엔을 넘었다. 심리적 마지노선이 깨진 것이다. 물론 일본 외환당국의 개입으로 다시 150엔대로 하락했다. 하지만 '슈퍼 엔저'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직접적인 원인은 '강달러'다. 강달러는 위안화와 원화 등 아시아 외환 시장을 흔들고 있다. 엔저의 영향으로 위안화 환율은 5개월만에 최저치로 하락했다. 원화 환율도 올랐다.
강달러의 폐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미 달러화 강세가 세계 경제의 위험을 초래하고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을 방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 정부 시장 개입?=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 엔화 환율은 29일 장중 1달러당 160엔을 돌파했다. 1990년 4월 이후 34년 만에 최고치다. 심리적 마지노선이던 155엔은 물론, 160엔까지 깨졌다. 엔·달러 환율은 이내 4엔 넘게 급락했다.
업계에서는 시장이 출렁인 것을 두고 일본 정부나 일본은행(BOJ)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일본 정부가 엔·달러 환율이 155엔선을 기록했을 때에도 구두 개입에 그쳤지만 이번에는 달랐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22년 9월과 10월 3차례 시장에 개입해 9조2000억엔을 투입해 엔화 몸값 반등에 성공한 바 있다.
◇커지는 한국시장 우려=강달러가 계속되면서 국내 시장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이탈 우려가 나온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 25일(현지시간) 4.7%까지 올랐다. 미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 쇼크에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채권금리가 튀어 오르면 투자자들의 평가 손실이 늘어난다.
미국 연준의 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은 외국인 '엑소더스(대탈출)'에 대한 우려를 키운다. 외국인과 기관은 최근까지 '팔자' 행렬을 이어갔다. 다만 이날 외국인들의 뚜렷한 이탈은 감지되지는 않았다.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2656.33)보다 31.11포인트(1.17%) 오른 2687.44에 장을 마쳤다. 지수는 올랐으나 시장에서는 강달러에도 외국인이 이탈하지 않는 현상을 '매우 이례적'으로 보고 있다. 높은 환율 부담으로 외국인 순매수세가 갑작스레 끝날 수 있다는 것이다.
◇"강달러로 인플레이션 위험 커져"=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강달러의 위험'이라는 제목의 28일자 사설에서 현재 달러화 강세는 깜짝 금리 인상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달러 수요 증가로 인해 사상 최고 수준이었던 2022년 9월과 달리 미국 경제의 견조한 호황과 글로벌 디스인플레이션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FT는 이에 따라 시장은 미국 금리가 다른 국가들과 달리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더 나은 수익률과 강한 미국 경제성장에 대한 기대로 달러화 투자에 나설 것으로 봤다. 이는 달러화 가치에 대한 상승압력을 높이면서 글로벌 경제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우선 강달러가 무역 흐름을 변화시키면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달러화 강세로 미국의 구매력이 높아지면서 미국 소비자와 기업들이 다른 나라 제품을 쉽게 구매하게 되는 동시에 물가 억제에 성공하기 시작한 다른 국가들에 인플레이션을 수출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FT는 이러한 무역 변화로 인해 미국은 특히 수입이 늘어나고 수출 경쟁력을 잃게 된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제조업 부양책과 무역적자와의 싸움을 약화시킬 수 있는 데다 중국 기반 공급망에 대한 글로벌 디리스크(de-risk·위험 제거) 정책 역시 훼손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미 가격 우위를 점하고 있는 중국산 제품이 시장에 넘쳐날 수 있다는 것이다.
FT는 강달러가 또 신흥국의 부채 상환 부담을 늘려서 금융시스템의 스트레스를 가중시킬 수 있다고도 분석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미국의 높은 금리가 많은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러나 FT는 이에 대한 해결이 쉽지 않다고 우려했다. 많은 국가가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유지하고 있어 달러 매각에 나설 수 있지만 미국 금리가 다른 국가들과 달리 고금리를 유지한다면 어떤 개입도 일시적인 효과에 그칠 것으로 분석했다. 김경렬기자 iam10@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