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규모 곧 윤곽 잡히는데…의정갈등 '격화일로'
의협 내 '강경파'…임현택 의협 차기 회장 내주 임기 시작
임현택 "의대증원은 정부의 일방적 권력 남용…의료 농단"
정부 비상진료체계 강화…병원 신속 전원·이송 체계 마련
정부가 2025학년도 의과대학 입학정원 증원을 강력 추진 중인 가운데, 적게는 1500명에서 많게는 1700명까지 정원이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의사단체는 '증원 백지화'를 고집하며 의정갈등 격화를 예고하고 있다. 더욱이 의협 내에서도 '강경파'로 분류되는 임현택 차기 회장 당선인의 임기가 시작되며 대정부 투쟁 수위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28일 교육계와 대학가에 따르면 의대 정원이 늘어난 전국 32개 대학 중 15개 대학이 2025학년도 모집인원을 확정했다. 앞서 정부는 의대 증원 2000명을 대학별로 배분하고 대학별 여건에 맞춰 50%~100% 범위 내에서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사립대는 대부분 증원된 인원을 전부 모집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국립대의 경우 경북대는 증원분인 90명의 절반인 45명, 경상국립대도 증원분 124명 중 62명만 늘리기로 했다. 제주대도 60명 증원분의 절반인 30명만 늘린다. 충북대, 충남대, 강원대도 이번 주 회의를 통해 모집인원을 확정한다.
의대증원 규모의 윤곽이 잡히고 있지만, 의사단체는 '증원 백지화' 없이는 어떠한 협상에도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임현택 의협 차기 회장은 "한국 의료가 낭떠러지로 곤두박질치고 있는데도 정부는 의료 개혁이라며 의대 정원 증원 2000명, 필수 의료 정책 패키지를 강행하고 있다"며 "이건 의정 갈등이 아니라 오로지 정부의 일방적인 권력 남용으로 촉발된 의료 농단"이라고 비판했다.
임 차기 회장의 공식 임기는 내달 1일부터다. 그러나 의협 비상대책위원회가 사실상 업무를 종료하고 이날 대의원회에서 해산하며 임 당선인은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의료공백 대응을 위해 응급환자 전원·이송 체계를 개선하는 등 비상진료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우선 '응급실 뺑뺑이'를 막기 위해 복지부 산하 4개 광역응급의료상황실에서 병원 선정을 지원해 신속한 환자 이송이 이뤄질 수 있도록 조치했다. 당초 이달 28일까지만 근무였던 상황실 공중보건의 파견기간도 연장했다.
박민수 복지부 차관은 "'일 대일 대화'가 가능하다고 밝힌 만큼, (의사단체는) 집단행동을 접고 대화의 자리에 조건 없이 나와 의견을 제시해 주길 바란다"며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도 참석해 한국 보건의료의 미래 개혁방향을 함께 논의해 달라"고 말했다.
현재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들은 의대 증원에 반발해 환자를 뒤로한 채 병원을 떠난 상태다. '빅5'를 비롯한 주요 병원 의대 교수들마저 다음 주부터 '주 1회 휴진'에 이어 추가 휴진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의료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다.이민우기자 mw38@dt.co.kr
의정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26일 광주 동구 전남대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전남대 의과대학 교수 비대위는 주 1회 휴진을 결정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