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말이 점점 거칠어 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시사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다. 이유는 두가지다. '비명횡사'공천으로 하락했던 지지율이 여권의 잇단 헛발질로 반사이익을 누리면서 총선판세가 유리하게 돌아가는 데 따른 자신감의 표현이다. 다른 하나는 비례대표 지지율에서 돌풍을 일이킨 조국혁신당 견제다. 엄밀히 얘기하면 차기 대선국면까지 고려한 조국 견제다.
이재명 대표가 연일 거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패륜정권, 중도해지, 해고, 몽둥이로 때려야, 권좌서 쫓아내야 등의 원색적인 용어는 모두 윤 대통령 탄핵을 시사하는 발언들이다. 이 대표의 말이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도를 넘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 대표는 3월 초만해도 "이 정권은 국민을 업신여기는 패륜정권이다. 회초리로 치고 회초리도 안되면 뭉둥이로 때려서 정신차리게 해야 한다"는 정도의 발언 수위를 유지했다.
이후 발언의 수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지지율이 오르면서다. 이 대표는 지난 15일 울산 유세에서 "머슴이 일 안하고 주인 업신여기고 깔보면 혼내고 그래도 안되면 쓰지말고 도저히 안되면 중도해지 해야한다"고 말했다. 탄핵을 시사한 것이다.
이 대표는 17일 평택 유세선 "국민이 맡긴 권력으로 국민에게 고통을 줬기 때문에 이제 너희들은 해고"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9일 강원도 유세에서는 "서슬퍼런 박근혜 정권도 우리가 힘을 모아 권좌에서 내쫓지 않았냐"고 했고 앞선 유세선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 패륜정권을 심판 못할리 없다"고 밝혔다.
급기야 21일 광주 유세선 "너 몽둥이로 뒤통수 때려서 대가리 깨진거 봤지. 조심해 농담이야. 이게 농담입니까. 생선 회칼로 기자 허벅지 찔러대는 게 농담입니까"라고 했다.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발언을 겨냥한 것이지만 분명 도를 넘었다.
◇유리해진 판세에 자신감
민주당은 2주 전만해도 상황이 심각했다. '친명횡재, 비명횡사' 공천으로 당내 갈등이 불거지고 의원들이 잇따라 탈당하면서 지지율이 급락했다. 선거에서 패배할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였다. 승부처인 한강벨트와 수원벨트, 낙동강벨트가 모두 위험하다는 얘기가 공공연했다. 원내 1당을 국민의힘에 넘겨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었다.
이런 불리한 판세가 확 바뀐 건 여당의 잇단 돌발 악재가 불거진 탓이다. 이종섭 호주대사의 도피 출국 의혹과 황상무 수석의 '회칼테러' 발언, 비례대표 공천을 둘러싼 친윤계와 한동훈 비대위원장측의 갈등, 의사 파업 장기화에 따른 국민 피로도 증대 등 겹악재가 동시다발로 터지면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급락했다. 1주일새 서울 지지율이 15%포인트 하락했다는 여론조사까지 나왔다. 그 반사이익을 민주당이 그대로 누렸다.
이젠 민주당이 상당히 유리해진 국면이다. 당에선 200석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그만큼 판세가 좋아졌다는 의미다. 전문가들도 지금 상황이면 민주당이 1당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데 동의한다. 상당수 전문가는 과반의석을 넘길 수 있다고 말한다. 당 내부적으로는 수도권서 압승을 거둔 21대 총선보다 여건이 좋다는 얘기까지 흘러 나온다. 당 지도부가 "고개를 드는 순간 어려워 진다"고 엄살을 떨면서 경계령을 내린 이유다.
이 대표의 발언수위가 올라간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만큼 여유가 생겼다는 의미다.
◇이 대표 151석 강조는 조국 견제?=이 대표는 요즘 부쩍 151석 확보를 강조한다. 민주당 자체 과반의석 달성이다. 공공연히 이를 자체 최대 목표라고 말한다.
왜일까. 151석이 갖는 의미는 크다. 국회 운영을 독자적으로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국회는 과반수 논리가 작동한다. 탄핵만 빼고 대부분 그렇다. 151석을 가지면 어떤 법안도 마음대로 처리할 수 있다. 거꾸로 150석이 안되면 원내 1당이 되더라도 제3세력에 손을 내밀어야 한다. 손 내밀 그 대상이 바로 조국당이다. 최근 지지율로 보면 조국당은 8-10석 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총선 결과는 세가지 시니리오가 가능하다. 150석 이상의 과반 1당이 되는 경우와 150석이 안되는 원내 1당이 되는 경우, 마지막은 선거서 지는 경우다. 세가지 중 이재명 대표에게 가장 곤혹스러운 시나리오는 과반의석에 실패한 1당이 되는 경우다. 과반의석을 차지하면 손 벌릴 이유가 없다. 무조건 국회 주도권을 잡게돼서다. 선거서 지면 야당 내 골목대장을 하면 그만이다. 민주당이 과반이 안되는 1당이 되고 조국당과 의석을 합해 과반이 되는 경우가 이 대표에겐 최악의 시니리오다. 법안 처리 등 현안에서 조국당에 일일이 도움을 청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의석 10석의 조국당을 이끄는 조국 대표에게 주도권이 넘어가게 된다. 현실적으로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다. 이는 향후 대권가도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이 대표가 151석을 강조하는 이유다.
◇남은 총선 변수는=물론 판세는 시시각각 변한다. 아침과 저녁이 다른 게 여론이다. 여권의 최대 악재였던 이종섭 논란과 황 수석 문제가 정리됐다. 이젠 의사파업의 결말과 실언 등 헛발질, 여권의 민생행보 정도를 막판 변수로 꼽을 수 있다. 정부가 극적으로 의사파업 사태에 대한 타협을 이룰 경우 여당에 결정적으로 유리한 국면이 조성될 수 있다. 거꾸로 해결에 실패한다면 여당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어느당이 헛발질의 희생양이 되느냐도 큰 변수다. 과거 김용민 발언 파동이 선거판세에 결정타를 날렸듯 노인비하 발언이나 청년 비하 발언 등 설화를 빚는 당이 치명적인 성적표를 받아들 가능성이 높다. 성범죄자 변호로 논란을 빚고 서울 강북을 후보를 사퇴한 조수진 변호사 문제 등 악재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두고봐야 한다.
여당의 민생정책도 작은 변수다. 철도 지하화와 산업정책 전환, 지역 개발 등도 중요하지만 당장의 피부에 와닿는 대책을 제시한다면 중도층 일부를 움직일 수 있다는 점에서다. 앞으로 10일이 가장 중요하다. 세가지 변수가 어떻게 전개되느냐가 선거승패를 결정할 것이다. 이재창기자 leejc@dt.co.kr
21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민주연합의 현장 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민주당 이해찬, 이재명 상임공동선대위원장, 더불어민주연합 윤영덕 상임공동선대위원장. 연합뉴스
![[이재창의 백브리핑] 조국 돌풍에 거칠어진 `이재명의 입`](//contents.dt.co.kr/images/202403/2024032202109958032001[1].jpg "[이재창의 백브리핑] 조국 돌풍에 거칠어진 `이재명의 입`")
![[이재창의 백브리핑] 조국 돌풍에 거칠어진 `이재명의 입`](http://contents.dt.co.kr/images/202403/2024032202109958032001[1].jpg "[이재창의 백브리핑] 조국 돌풍에 거칠어진 `이재명의 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