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롯머신으로 비유하면 '777'이 나올 확률이 아예 없었던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김준성 게임 유저)
이른바 '메이플스토리 보보보 사건'에 100억원대 과징금이 부과됐다. 2002년 전자상거래법이 제정된 이후 최다 과징금으로 게임업계 파장이 예상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3일 넥슨코리아가 온라인 PC 게임 메이플스토리와 버블파이터 내에서 판매하는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고, 이를 알리지 않고 누락하거나 거짓으로 알린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116억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지난 2003년 출시된 메이플스토리는 현재까지 20년 넘게 서비스되고 있는 초장수 게임이다. 이 게임의 플레이 방식은 캐릭터의 능력치(스팩)를 높여 더 강한 몬스터를 사냥하는 것으로, 이용자들은 확률형 유료 아이템을 구매해 더 강력한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특히 넥슨이 개당 1200~2200원에 판매하고 있는 '큐브'라는 확률형 아이템은 스펙업의 핵심으로 꼽혀왔다. 큐브를 장비 아이템에 사용하면 장비의 옵션이 랜덤하게 변동되는데, 이용자들은 원하는 옵션을 얻기 위해 큐브를 수백~수천번씩 반복 구매하는 사례가 많았다.
문제는 이용자들은 가장 원하는 특정 옵션이 출현할 확률이 거의 '0'이었다는 것이다. 큐브로 조정하는 옵션은 총 3개였는데, '보스 몬스터 공격 시 데미지', '몬스터 방어율 무시', '아이템 드롭률'과 같은 인기 옵션은 아무리 큐브를 사용해도 중복해서 3개씩 출현하지 않았다. 또한 넥슨은 큐브를 사용했을 때 출현하는 최상위 등급 옵션(레전드리) 확률을 지속적으로 낮추고 이를 유저에게 고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블랙큐브 출시 당시인 2010년 5월 최상위 등급으로의 상승 확률은 1.8%였는데, 이후 5개월에 걸쳐 확률을 1.4%까지 낮췄고 2016년 1월에는 해당 확률을 다시 1.0%로 낮췄다.
넥슨의 또다른 게임인 버블파이터에서도 이벤트에 사용되는 아이템 확률을 이용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고도, 이를 공지에서 누락하고 거짓공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넥슨의 이같은 확률 조작·기만 행위가 소비자의 구매 선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정보를 은폐한 것으로 봤다. 조사 과정에서 넥슨이 이같이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확률이 변경된 사실에 대해 '최대한 숨겨야 하는 부분'이라며 적극적으로 은폐한 것도 드러났다.
공정위는 넥슨에 향후금지명령과 함께 영업정지 6개월에 갈음하는 과징금 116억 4200만원 부과를 결정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영업정지가 이용자들에게 불편함을 야기할 수 있는 만큼, 행위 기간 동안 일평균매출액의 30%를 180일에 적용해 과징금을 산정했다"고 설명했다. 김정기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국내 온라인 게임사들의 주된 수입원으로 자리매김한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해 소비자 선택권 보장을 위해 제공돼야 하는 중요 정보의 기준을 제시한 것"이라며 "올해 3월 게임사업법 개정안 시행 후 게임사가 공개한 확률형 아이템 정보가 거짓으로 의심돼 문체부가 추가 검증 등 조사를 의뢰할 경우 적극 협업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