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카카오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 겸 준법과신뢰위원회 위원의 내부 폭로가 이어지는 가운데 카카오가 후폭풍 잠재우기에 나섰다. 그러나 김 총괄의 폭로가 진실 공방전으로 비화하고, 노조도 경영 쇄신활동 참여를 요구하는 시위에 나서며 내홍이 계속되고 있다.
4일 오전 경기 성남 카카오 판교 아지트에서 제6차 공동체경영회의가 열린 가운데 사내 운영 방향을 둘러싸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카카오 노조·크루 유니언)는 이날 '일방적 리더십 탐욕적 경영진', '경영 실패 책임지고 인적 쇄신 시행하라', '셀프 쇄신 그만하고 크루 참여 보장하라' 등의 요구사항이 적힌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카카오 노조는 지난달 29일 경영진의 비리 의혹과 관련해, 자정 능력을 상실했다며 '준법과 신뢰위원회(준신위)'에 관련 조사를 요구하고 구성원들의 경영 쇄신 참여를 요구한 바 있다. 서승욱 카카오 노조지회장은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지난주 노조가 회사 측에 몇 가지 요구사항을 전달했는데 내용 공유는 물론 참여를 보장한다는 답변이 전혀 없다"며 "매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어 앞으로의 계획을 확답할 수는 없지만 사측에서 지금같이 답변을 하지 않는다면 (피켓 시위는) 계속 할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카카오는 연말까지 쇄신안을 내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카카오는 현재 김범수 창업자 겸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매주 비상 경영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있다.
카카오 노조는 연말 쇄신안에 노조 측 의견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경영진이 한 번도 노조와의 대화에 나선 적이 없다는 게 서 지회장의 설명이다. 서 지회장은 "쇄신안의 방향을 (노조 측과) 조금이라도 구체적으로 이야기한 게 없다"고 했다. 노조는 그간 점심시간 때마다 구내식당에서 김 창업자와의 대화를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해 왔다.
이날도 피켓 시위를 했지만 경영진과 만나지 못했다. 서 지회장은 "노조활동을 하면서 5년간 한 번도 김 창업자를 만난 적이 없다"며 "이렇게 노사 간에 대화를 안 하는 곳이 있나"고 밝혔다. 이어 "카카오는 이전부터 직원들이 회사의 여러 방향성 논의에 참여하는 조직 문화가 살아 있는 곳"이라면서 "기존에 좋았던 내부 조직문화를 다시 살리는 것도 쇄신의 한 방향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제안했다.
한편 그간 카카오의 내부 비리를 앞장서 폭로하던 김 총괄은 이날 회사의 내부 사정을 밝힌 것에 대해 공식 사과 입장을 표명했다. 김 총괄은 전날 카카오 내부망에 전 직원을 대상으로 올린 글에서 "스스로 윤리위원회에 저에 대한 징계 여부를 요청했다"며 "이는 100대 0 원칙 위반"이라고 밝혔다. 김 총괄이 언급한 100대 0 원칙은 카카오 내부에서 통용되는 원칙으로 '내부에서는 모든 정보를 공유하고(100%) 외부에 대해서는 절대적으로 보안을 유지하자(0%)'는 게 골자다. 김 총괄은 지난달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카카오 내부 경영실태를 폭로한 바 있다.
김 총괄은 "당시에는 저를 적극 방어하기 위해 페이스북에 글도 올리고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적극 해명했다"면서도 "지금 생각해보면 이게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징계 요청은) 저 스스로 결정한 것으로 공식 절차에 따라 진행될 것이며 결과에 따르겠다"고 부연했다. 김 총괄은 "걱정 끼친 점 사과드린다"면서 "하지만 움츠러들거나 위축되지 않고 계속 (쇄신을) 추진해서 발본색원하고 회사를 리뉴얼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영쇄신 의지는 분명히 드러낸 것이다. 카카오 내부에서 김 총괄의 행보를 응원하는 시각도 있지만 회사 문제를 지나치게 공개했다는 시각이 있는 것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가운데 카카오는 내부 단속에 힘을 쏟고 있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김 총괄이 폭로한 비리 의혹과 관련해 법무법인에 조사를 의뢰한다고 밝혔다. 홍 대표는 "안산 데이터센터와 서울 아레나, 제주 EGS(환경·사회·지배구조)센터 등의 건설 과정, 김 총괄이 제기한 다른 의혹에 대해서 공동체 준법경영실과 법무법인을 중심으로 조사단을 꾸려 감사에 착수했다"며 "철저히 조사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유하겠다"고 했다. 홍 대표는 고가의 법인 골프장 회원권 문제는 매각 절차에 들어갔으며 사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공정성과 객관성을 위해 외부 법무법인에 조사 의뢰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카카오 노동조합인 '크루유니언'이 4일 경기 성남시 카카오아지트에서 인적 쇄신과 크루(직원)의 경영쇄신 참여를 요구하며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