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F, 비영어권 113개국 220만명 시험 결과 분석
1위 네덜란드…아시아에선 싱가포르가 2위로 가장 높아
美와 지정학적 갈등 중국, 38위→49위→62위→82위 '급속 추락'
1위 네덜란드…아시아에선 싱가포르가 2위로 가장 높아
美와 지정학적 갈등 중국, 38위→49위→62위→82위 '급속 추락'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에 국가 간 이동 제한에 따른 미국 유학생 수 감소와 함께 정치적 영향의 가능성이 제기됐다.
스위스의 영어교육 기업 '에듀케이션 퍼스트(EF)'는 최근 발표한 '2023 영어능력지수(EPI·English Proficiency Index)' 결과를 통해 한국은 49위로 지난해의 36위에서 13계단 하락했다고 26일 밝혔다.
EPI 결과에 따르면 중국은 82위, 일본은 87위로 각각 지난해보다 20계단, 7계단 떨어졌다.
EF는 지난 2011년부터 자사의 영어 표준화 시험인 EF SET(EF Standard English Test) 결과를 분석해 비영어권 국가의 영어능력지수 순위를 발표해왔다.
올해 EPI는 지난해 EF SET에 응시한 113개국 18세 이상 220만명의 성적을 토대로 산출했다.
1위 네덜란드에 이어 싱가포르가 2위로 2년 연속 아시아 국가 중 최고 점수를 기록했다.
유럽 국가들이 강세를 보인 가운데 아시아에선 싱가포르에 이어 필리핀(20위), 말레이시아(25위), 홍콩(29위)의 순위가 한국보다 높았다.
이어 베트남 58위, 인도·방글라데시 60위, 인도네시아 79위로 중국·일본보다 높았다.
1∼12위는 '매우 높은 능력', 13∼30위는 '높은 능력'으로 평가된다. 한국이 속한 31∼63위는 '보통의 능력' 평가 구간이다.
중국·일본이 속한 64∼90위는 '낮은 능력'이고, 92∼113위는 '매우 낮은 능력'이다.
EF는 "지난 4년간 동아시아의 성인 영어능력이 약화했다. 특히 일본에선 10년간 약화했다"면서 "같은 기간 동아시아에서 미국 대학에 입학한 학생 수가 크게 줄었는데 한국 학생은 2020년에 비해 올해 20%, 중국 학생은 30% 줄었다"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19 관련 여행 제한도 일부 영향이 있겠지만, 그 보다는 더 광범위한 정치적, 인구적 변화 징후일 수 있다"며 "또한 교육의 서구 문화 패권에 의문을 제기하는 자신감의 신장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짚었다.
미국과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중국에선 최근 몇 년간 영어 교육이 퇴조세다. 중국 당국은 가정 경제 부담을 줄이고 자본의 무분별한 확장을 막겠다며 2021년 7월 초·중학생들의 숙제와 과외 부담을 덜어주는 '솽젠(雙減) 정책'을 시행하는 등 사교육을 엄격히 규제했다.
이에 따라 영어 학원 등 필수 교과목의 방과 후 사교육이 금지됐고, 관련 기업·학원들이 대부분 문을 닫았다.
지난 3월 중국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政協) 위원이 대학 입학시험에서 영어를 필수 과목이 아닌 선택 과목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앞서 작년 3월에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영어 수업 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제안이 나와 찬반 논란이 벌어졌다.
이런 상황들이 중첩되면서 중국의 EF 영어능력지수 순위는 2020년 38위, 2021년 49위, 2022년 62위를 거쳐 올해 82위로 떨어졌다.
미국 몬태나대에서 중국 문제 연구원 덱스터 로버츠는 지난 2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영어에 대한 중국의 견해는 미국에 대한 의견을 반영하는 것일 수 있다"며 "이는 서방과 덜 우호적인 관계라는 더 큰 문제의 징후"라고 지적했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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