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글로벌 반도체 회사 브로드컴과 클라우드 컴퓨팅 업체 VM웨어의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했다. 관련 시장에서 시장 독점화가 우려되는 만큼 향후 10년간 경쟁사를 차별하지 않는 조건을 달았다.
미국과 유럽연합을 포함해 대다수 경쟁당국에서 승인 결정을 내린 가운데, 중국 경쟁당국에서 해당 기업결합을 승인할 지 주목된다.
공정위는 23일 브로드컴 인코퍼레이티드가 VM웨어 인코포레이티드의 주식 전부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에 대해 △경쟁사 등에 대한 호환성 수준을 현재 수준보다 저하 금지 △경쟁사 등에 대한 호환성 수준을 브로드컴 수준보다 저하 금지 △경쟁사 등의 요청이 있는 경우, 브로드컴 FC HBA 드라이버 소스코드·라이센스 제공 등의 시정조치를 부과했다고 밝혔다.
앞서 브로드컴은 지난 2022년 5월 브로드컴과 약 610억 달러(약 82조원)에 주식 전부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브로드컴은 데이터센터와 셋톱박스, 모바일 기기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되는 통신 반도체를 제조·판매하는 회사다. VM웨어는 서버 가상화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회사로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41%에 달하는 1위 사업자로 시장에서 '사실상 표준'의 입지를 갖고 있다.
브로드컴과 VM웨어 간의 결합은 서로 핵심 사업 영역이 다른 회사 사이의 혼합결합에 해당한다. 그러나 브로드컴이 생산하는 'FC HBA'라는 서버 부품이 VM웨어 등의 서버 가상화 소프트웨어와 연관이 있고, 이 부품에서 브로드컴이 과점 사업자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VM웨어가 피인수 이후 브로드컴 경쟁사 부품에 대한 호환성 인증을 지연·방해하거나 호환성 인증 요청을 거절하는 방식으로 경쟁사 부품을 시장에서 배제할 수 있다고 봤다. 이를 통해 브로드컴이 시장에서 유일한 독점 사업자로 자리매김하고, 가격 인상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구태모 공정위 기업결합과장은 "브로드컴의 경쟁사가 시장에서 배제되고 신규 사업자의 진입이 어려워지며 FC HBA 시장에서 제품 가격이 상승하는 등의 폐해가 발생할 것으로 봤다"며 "이를 막기 위해 공정위는 브로드컴에게 향후 10년간 경쟁사 및 신규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호환성을 보장하도록 시정조치를 부과했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 캐다나, 일본 등 주요 경쟁당국은 브로드컴과 VM웨어의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한국 공정위에서도 결합을 조건부 승인함에 따라 중국에서의 승인만 남겨둔 상태다. 다만 중국이 미국의 반도체 수출통제 강화에 대한 반격으로 브로드컴 기업결합을 불승인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국가시장관리감독총국이 브로드컴의 VM웨어 인수 거래를 아직 승인하지 않은 상태며, 승인을 더 미룰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공정위 관계자도 "중국 경쟁당국은 심사 중인 상황이라 구체적인 내용을 말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글로벌 기업결합 특성상 중국에서 불승인이 나오면 결합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최상현기자 hyun@dt.co.kr
